2013년 4월 2일 화요일

“안드로이드의 아버지”가 밀려난 진짜 이유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은 왜 밀려났을까요? 구글은 왜 앤디 루빈 부사장이 이끌어온 안드로이드 부문을 크롬 담당 순다 피차이 부사장한테 겸직하게 했을까요? 3월13일 구글이 루빈한테 안드로이드에서 손을 떼게 했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루빈은 협력사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구글에서 새 일을 할 때가 됐다"고 밝혔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원치 않은 인사였던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I)가 인사 배경을 썼습니다.
먼저 루빈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실리콘밸리 테크 3사’를 모두 거친 경력으로 유명합니다. 애플에서 2년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년반, 구글에서 8년 일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퇴사 후엔 데인저(Danger)라는 휴대폰 회사를 만들어 마이크로소프트한테 팔았죠. 이어 안드로이드를 세워 구글에 팔고 부사장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조직을 이끌어왔습니다. 그랬던 그가 밀려난 겁니다.
루빈은 인사가 난 날부터 페이스북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은 구글의 경쟁사이고 경쟁 서비스입니다. 루빈은 자사 구글플러스를 외면하고 페이스북에 강아지 사진/동영상을 올렸습니다. 2005년 안드로이드를 구글에 팔기 직전에 찍은 강아지 동영상, 최근 강아지와 함께 숲에서 산책하는 모습의 사진을 올렸고, 커버도 강아지 사진으로 바꿨습니다. 에라~ 페이스북에서 강아지랑 세월이나 낚자... 이런 심사인가요?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순다 피차이한테 겸직하게 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PC OS인 크롬과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수렴시키고 궁극적으론 통합하기 위해 한 사람에게 맡긴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 안드로이드 기능을 크롬에 적용한달지... 성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사가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통합)은 아니다’는 식의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루빈은 '구글X’ 일을 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이끌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밀 프로젝트 구글X는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때 브린이 낙하산부대까지 동원해 ‘구글 글래스’를 알리려 했던 걸 생각하면 구글X를 루빈한테 맡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장 노릇'만 해온 루빈이 브린 밑에서 소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선발주자인 아이폰(iOS)을 제치고 “넘버1 모바일 플랫폼”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게 루빈이 잘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기가 좋았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안드로이드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데, 루빈이 적임자인지 구글로서는 고민했을 테고...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자는 구글 본사 주위를 맴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가십성 이야기지만 일리는 있어 보입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글. 만나는 사람마다 루빈은 성질이 고약하고 까탈스럽고 독설을 내뱉는다고 말했다. 창업자/CEO인 래리 페이지는 목표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이런 유형의 간부를 기용하는 걸 꺼리지 않는데, 이젠 루빈 스타일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루빈은 올해 초 간부들 앞에서 삼성이 가장 큰 잠재위협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맘대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그리고 모토로라가 방패가 될 수 있다고.
페이지는 안드로이드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보고 있다. 구글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수단. 그래서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피차이는 구글 툴바를 컴퓨터 메이커들이 채택하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페이지는 피차이한테 비슷한 걸 기대하는 것 같다. 하드웨어 메이커들이 ‘접속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자. 그 소프트웨어가 안드로이드여도 좋고 삼성 OS여도 좋고.
구글이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하기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는 안드로이드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보는 페이지의 생각과 어긋난다. 전임 구글러는 이렇게 말했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특허 때문이었다. 페이지는 모토로라가 배터리 수명 연장, 칩 속도 향상 등 폰 기술 개발에만 집중해주길 바란다. 클라우드 기반의 구글 서비스는 어떤 모바일 기기에서도 다른 서비스보다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떻습니까. 저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앤디 루빈은 안드로이드 창업자로서 안드로이드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고 안드로이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우군과도 싸우려 들지 않겠나. 구글의 목적은 안드로이드 그 자체가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의 구글 서비스가 아니냐. 어떤 기기에든 ‘접속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쉽게 이용하게 하면 되지 않냐. 이런 얘기인데... 애플 기기에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저한테는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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