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2일 금요일

“SNS 왜 그만뒀어?”...“꼴 보기 싫어서"


초등학교 동창 밴드에서 최근 친구 둘이 빠져 나갔습니다. 뭔가 거슬리는 게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혹시 상처 입힐 만한 글이나 사진을 올렸는지 뒤져봤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없었습니다. 제 짐작으론 누군가 무심코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고 ‘잘난 척 한다’ ‘꼴 보기 싫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행히 세 사람이 새로 가입해 전체 인원은 늘어났습니다. 그래도 두 친구가 밴드를 떠난 게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밴드 뿐이 아닐 겁니다. 트위터도 그렇고 페이스북도 그렇고…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어서 떠났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꼴 보기 싫어서… 이게 무슨 뜻일까요? 소셜 공간에서 누군가한테 공격을 받았거나 누군가 잘난 척 하는 게 보기 싫어서 떠났다는 얘기겠죠. 소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이들도 ‘그럴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어떤 소셜 서비스든 비슷합니다.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싸이월드든 “꼴 보기 싫은" 사람은 항상 있습니다. 사람마다 성장과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보니 나에겐 당연한 것도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웃어 넘기는데 어떤 이는 화를 버럭 냅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고, 그냥 다른 거겠죠.
트위터,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시작한 3, 4년 전에 저는 ‘소셜 인격'이란 말을 많이 했습니다. 소셜 공간에 올린 글을 유심히 보면 됨됨이를 알 수 있고 이런 것이 쌓여 ‘소셜 인격’으로 평가받는다는 얘기죠. 오프라인에서는 말이 귀를 멀게 해 판단이 흐려질 수 있지만 소셜 공간에는 말이 없어 오히려 더 정확히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셜 초보 때는 꽤 많이 놀랐습니다. 사람들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웃자고 한 얘기인데 왜 화를 내지? 저 친구한테 저런 면도 있었나? 생각보다 소심하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또 내가 무심코 올린 글이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절감했고, 아무리 정확히 표현하려 해도 오해 받는 경우도 자주 경험했습니다.

요즘 ‘소셜 피로감(social fatigue)' 얘기가 종종 나옵니다. 한 마디로 소셜 서비스에 피로가 누적됐다는 뜻이고, 쉽게 말하면 소셜 서비스를 이용하니 피곤하다는 얘기죠. 트위터 친구들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면 최근 6개월이나 1년 동안 글을 하나도 올리지 않은 이들이 꽤 많습니다.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글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피곤하게 했을까요? 이들은 왜 트위터를 떠났을까요?
가끔 ‘소셜 에티켓'에 관해 생각하곤 합니다. 별 것 아닙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더불어 살기 위해 서로 에티켓을 지켜야 하듯이 소셜 공간에서도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건 아닐까, 별 생각 없이 글을 올리다 보면 때로는 나도 모르게 상처를 입힐 수 있겠다, 소셜 공간에서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이 필요하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소셜 에티켓이 뭔지는 잘 모릅니다. 언젠가 레딧(Reddit) 사이트에서 소셜 에티켓에 관한 토론이 벌어졌는데 이런 글을 봤습니다. ‘화장실 바닥에 오줌이 흥건히 흘려진 걸 보면 화가 난다, 조준을 제대로 하든지 자기가 흘린 오줌은 닦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 재밌는 표현입니다. 소셜 공간에 생각 없이 글을 올리다 보면 조준이 잘못돼 화장실 바닥에 오줌을 흘리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소셜 피로감은 본인이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팔로어를 늘릴 욕심으로 막무가내로 ‘맞팔’(팔로잉 품앗이) 하다 보면 공격 성향이 강한 사람을 팔로우 할 수도 있습니다. ‘피곤한 사람’까지 팔로우 하면서 피곤하다고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죠. 트위터나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누구를 팔로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좋은 글을 올리고 에티켓을 지키는 사람만 팔로우 한다면 피로감을 덜 느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셜 공간에서 형성되는 소셜 인격은 갈수록 중요해질 겁니다. 기업에서 사원을 채용할 때도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 자기만 옳다고 고집 피우는 사람이라면 꺼리겠죠. 협업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비쳐질 테니까요. 홍명보 감독은 “팀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죠. 소셜 인격, 소셜 에티켓, 소셜 피로감… 소셜 공간에서 우리는 누구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소셜 친구들을 피곤하게 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겠다... 생각합니다. [광파리]


*** 한경비즈니스 2013년 7월17일자 글을 일부 수정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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