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9일 화요일

페이스북이 내놓은 메신저 5.0 써 봤더니...


페이스북이 메신저 5.0을 내놓았습니다. 일단 아이폰용만 내놓았고 안드로이드용은 아직 내놓지 않았습니다. 메신저 5.0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깔아 써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메신저 앱을 아이폰에 깔아놓고도 거의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이패드에도 깔고 2배 확대로 사용해 보니 좋습니다. 주력 메신저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추가된 것은 동영상 보내기 기능, 메신저 내 동영상 재생, 사진 촬영&공유 등이라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한 뒤라서 그런지 스탠드얼론 메신저로서 성격이 뚜렷해졌습니다. 이번에 추가된 기능은 대부분 이미 카카오톡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능입니다. 그래도 캡처화면과 함께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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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5.0은 페이스북 기반이면서 전화번호 기반입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페이스북 친구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휴대폰 주소록에 있는 친구에게 페이스북 메신저 앱을 내려받으라고 링크를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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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메신저 아이콘이 표시된 사람에게는 바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메신저 앱이 활성화돼 있다는 표시입니다. 페이스북 친구이긴 하나 아직 메신저 앱을 깔지 않은 친구의 경우 사진 옆에 페이스북 로고가 회색으로 붙습니다. 위의 오른쪽 캡처사진은 최근에 메신저로 소통한 친구들입니다. 검색 기능은 확실히 좋아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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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그룹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요즘엔 그룹 기능이 없다면 모바일 메신저라고 할 수도 없겠죠. 오른쪽은 폰에서 가져온 주소록(연락처).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왼쪽에 보여줍니다. 파란색 아이콘이 붙어 있죠. ‘활동중'이라고 씌인 곳을 클릭하면 페이스북에 로그인된 친구들이 ‘모바일' 또는 ‘웹'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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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카카오톡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능들이 추가됐습니다. 이모티콘 보내기, 음성메시지 보내기, 사진 보내기(찍어서 원클릭으로 보내기와 카메라롤에 있는 사진 골라서 보내기), 동영상 보내기(카메라롤에 있는 동영상 보내기). 그리고 친구한테 앱 링크를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퍼뜨리는데 기여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카카오톡과 다를 게 없습니다. 오히려 선물 기능도 없고, 게임 기능도 없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죠. 카카오톡과 확실히 다른 점은 멀티플랫폼 지원입니다. 메신저 5.0을 아이폰에도 깔고 아이패드에도 깔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폰 앱을 아이패드에서 확대해서 쓰는 게 더 편합니다. 카카오톡은 폰이나 태블릿 어느 한 곳에 앱을 깔면 다른 기기서는 쓸 수 없죠. 보안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불편합니다.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아이패드에서 쓰려고 했더니 아래와 같이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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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오른쪽은 구글+ 행아웃입니다. 멀티플랫폼 지원에 관한한 행아웃이 가장 확실합니다. 구글+ 사이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G메일 화면에서도, 폰에서도, 태블릿에서도, 크롬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행아웃과 카카오톡을 함께 쓰다 보니 카카오톡도 멀티플랫폼을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의 기기에서만 쓸 수 있게 한 제한을 풀어주면 좋겠다는 얘기죠. 맥 버전도 빨리 내놓기를 바랍니다.

페이스북 메신저 5.0은 현재는 아이폰용만 나왔지만 꽤 쓸 만합니다. 카카오톡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안드로이드폰용 앱이 나온 다음 얘기죠. 페이스북은 왓츠앱 인수 후 페북 앱에서 메신저 기능을 떼냈고 아이폰용 메신저 앱의 기능을 강화해서 내놓았습니다. 메신저 시장까지 평정하고 싶겠죠? 190억 달러 주고 왓츠앱을 인수할 때 이미 야심을 품었을 텐데, 5.0을 써 보니 왓츠앱 인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광파리]

2014년 4월 28일 월요일

니콜라스 테슬라, 스티브 잡스, 그리고 래리 페이지


니콜라스 테슬라, 스티브 잡스, 그리고 래리 페이지.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뭘까요?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유례없이 긴 글을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200자 원고지로 계산한다면 300장, 400장은 될 듯 합니다. 구글 창업자/CEO인 래리 페이지에 관한 글인데 매우 잘 썼습니다. 이 글의 첫 부분은 세 사람을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시다시피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나 13년쯤 ‘야인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넥스트를 세워 교육용 컴퓨터를 개발했고 픽사에 사실상 ‘올인' 했다가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가 뜨면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부도 위기에 몰린 애플에 복귀해 회사를 살렸고,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내놓아 세상을 바꿨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개발할 무렵엔 췌장암에 걸려 투병 중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죠.


천재 발명가 니콜라스 테슬라에 대해서도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세르비아계 이민자. 8개 언어 능통. ‘사진기'라고 할 만큼 뛰어난 기억력. 토마스 에디슨 밑에서 발전기를 좀더 효율적으로 돌리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하죠. 그런데 프로젝트 종료 후 에디슨이 약속했던 5만 달러를 주지 않고 주급을 10달러 올려주는 것으로 끝내려 하자 회사를 그만두고 테슬라전기를 설립. 그러나 투자자들과 의견이 엇갈려 쫓겨났다고 합니다.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점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네요.

테슬라는 1900년에 JP모건을 설득해 15만 달러를 투자받아 새 회사를 세웠으나 이듬해 돈이 떨어졌고 JP모건은 더이상 돈을 대주지 않았습니다. 말년에는 연금으로 연명하고 비둘기 모이 주는 것으로 소일. 1943년 1월 뉴욕 호텔 방에서 사망. 방 문에 '방해하지 마세요(Do not Disturb)' 팻말이 걸려 있어 하루가 지난 뒤에야 발견됐습니다. 테슬라의 불행한 삶은 친구뉴욕헤럴드트리뷴 기자가 1944년 전기를 써내면서 알려졌습니다.

41년 후 열두 살 소년이 이 전기를 읽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래리 페이지입니다.




아시다시피 래리 페이지는 스탠포드대학교 박사과정 재학 중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해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구글을 설립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글을 보면 페이지도 창업 초기에 힘든 경험을 했습니다. 페이지는 회사가 커지면서 자신과 개발자들 사이에 관리자들이 개입하는 게 싫었던가 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관리자가 방해만 된다고 본 것이죠.


페이지는 어느 날 직원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자리에서 관리자들을 모두 해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무런 통보도 없이 불쑥 해고를 공표한 겁니다. 물론 반발이 심했죠. 결국 관리자들을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에릭 슈미트를 데려와 ‘10년 섭정’을 하게 한 것도 미덥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슈미트는 10년 동안 구글 CEO를 맡아 기반을 다졌습니다. 페이지는 10년 후인 2012년 4월 구글 CEO에 복귀했습니다. 이제 2년이 갓 지났습니다. 이 짧은 기간에 구글+ 런칭, 구글 서비스 통합, 구글글라스 공개,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확장 등을 추진했고, 특허 전쟁에 대비해 모토로라를 샀다가 중국 레노버에 팔아넘겼습니다.


래리 페이지가 슈미트의 10년 섭정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테슬라처럼 회사 말아먹고 투자자들한테 돈 달라고 징징대고 있을까요?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자는 그럴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야인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단점을 보완했기에 애플 복귀 후 아이폰을 내놓아 세상을 바꿨습니다.


페이지도 10년 섭정을 거쳤기에 인간적으로 성숙했고 CEO 복귀 후 구글을 제대로 키워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페이지의 경우 단정적으로 말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1973년생, 한국 나이로 마흔두 살. 구글이 현재 안드로이드와 크롬으로 모바일과 웹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에 처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래리 페이지를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던 두 천재와 비교한 것은 아주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페이지가 잡스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잇따라 내놓아 세상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 10년 담금질이 부족했다면 테슬라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비즈니스 인사이더 글을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래리 페이지는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CEO)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봅니다. 선천적으로 목이 좋지 않고 다소 수줍음을 타는 탓에 대중 앞에 자주 서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10년 동안 에릭 슈미트 그늘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요. 대단한 선수이긴 한데, 생존인물에 대한 평가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광파리]

2014년 4월 25일 금요일

구글+ 만든 빅 군도트라 부사장, 구글 떠난다


구글+를 만든 빅 군도트라 부사장(SVP)이 구글을 떠납니다. 간밤에 ‘그래서 (And then)’로 시작하는 작별인사를 구글+에 올렸습니다. 이에 대해 구글 창업자/CEO인 래리 페이지가 고맙고 아쉽다는 글을 구글+에 덧붙였습니다. 빅 군도트라. 인도기술대(IIT) 출신. 항상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구글+’를 어떻게 발전시키나 지켜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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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트라의 메모. 지난달 LA 사는 처삼촌이 자전거 타고 가다가 트럭에 치어 별세했다. 장례식장에서 처삼촌의 딸(처형 또는 처제)이 가슴 찡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빠는 최고의 친구였다. 날마다 전화를 걸어 얘기를 했다. 그런데 첫 마디는 항상 “그래서(And then)”였다. 대화가 이어진다고 생각하신 거다. 안타깝게도 이젠 더이상 “그래서"란 말을 들을 수 없게 됐다. 우리 일상생활도 비슷하다. 혼신의 힘을 쏟아 뭔가를 이루려고 애쓰다가 어느날 “그래서" 하고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8년 동안 일했던 구글을 떠난다. 구글의 대단한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으니 정말 운이 좋았다. 이들보다 더 재능 있고 열정적인 사람들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래리 페이지의 리더십도 놀랍다. 그는 내가 구글에서 일할 수 있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구글 I/O 기조연설이든, 모바일 앱이든, 구글+ 만드는 일이든, 그 어떤 것도 래리의 격려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구글+ 팀에도 영원히 빚을 졌다. 이들은 다들 구글에선 안된다고 할 때 소셜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끝없이 꿈을 꾼다. 그들을 사랑한다. 정말정말 그리워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글+에서 만난 분들께 감사한다. 이 커뮤니티는 정말 힘이 됐다. 뭐라고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 여러분이 구글+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러분이 없다면 구글+는 존재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구글+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여행을 떠날 때다. 영속성. “그래서". 다음에 펼쳐질 일을 생각하면 흥분이 된다. 그러나 오늘은 이것에 대해 얘기하는 날이 아니다. 오늘은 지난 8년을 축하하는 날이다. 울고. 웃고. 새로운 여행을 기대하고. 그래서… (읽으면서 의역했습니다.)

보시다시피 ‘And then’으로 시작해 ‘And then’으로 끝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구글로 입사하고, 구글+를 만들어 성공시키고, 구글을 떠나 새로운 여행을 하고… 이런 게 각각의 일이 아니고 쭉 이어지는 연속선상의 일이라는 의미겠죠.

래리 페이지도 꽤 길게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빅. 약 8년 동안 구글에서 대단한 일을 해 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모바일 앱 개발하는 일과 개발자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았고 대단한 성과를 거뒀죠. 턴바이턴 내비게이션을 처음 사용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구글 I/O 무대에 올라 개발자들이 구글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는지를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이런 것들은 빅 그대가 이룬 기념비적인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무(無)에서 구글+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용기와 능력을 갖춘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열정적으로 열심히 일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는 구글+를 거의 매일 즐겨 사용합니다. 특히 오토오썸 무비를 좋아해 가족/친구들과 공유하곤 합니다. 구글을 떠나 다음 프로젝트가 잘 되길 바랍니다. 구글+ 팬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대단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여기까지입니다.)

빅 군도트라. 1968년생. 한국나이 47세.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인도기술대(IIT) 마드라스 캠퍼스에서 공부했습니다. 이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석사과정을 끝낸 후 1991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습니다. 특히 윈도라이브 개발을 주도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저도 크게 기대했던 소셜 서비스였는데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죠.

군도트라는 2007년 6월 구글로 옮깁니다. 구글에서 일한 8년 동안 인도기술대 출신 순다 피차이 부사장(안드로이드-크롬), 아밋 싱할 부사장(검색, 구글 펠로우) 등과 함께 인도 전성시대를 이끌어왔습니다. 특히 2년 전인 2011년 6월 구글+를 내놓아 성공시킴으로써 ‘구글 소셜 짜르'란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떠납니다.

군도트라는 구글 I/O 기조연설을 도맡다시피 했습니다. 공개석상에 서길 꺼리는 래리 페이지의 분신 역할을 했죠. 항상 웃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구글+에는 날마다 많은 글을 공유합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딸 사진도 종종 올립니다. 왜 구글을 떠나는지, 어떤 일을 하려는지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내부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인지...

군도트라는 구글+를 내놓은 것만으로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구글+가 등장한 시점은 래리 페이지가 CEO에 복귀한지 두세 달 지난 후였습니다. 페이지는 소셜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고 구글+가 자리를 잡자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구글+를 중심으로 연결했습니다. 군도트라가 떠나는 게 구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광파리]



(추가) 좋지 않은 소식도 있습니다. 테크크런치가 ‘구글+ 죽어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여러 사람한테 들었는데, 구글+를 더이상 ‘제품(product)’으로 보지 않고 플랫폼으로 생각할 거라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소셜 서비스와 경쟁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구글 측은 강력히 부인했답니다. 구글+ 전략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우수한 팀이 있고 계속 더 나은 UX를 개발해 나갈 거라고.

그런데 테크크런치는 다른 사실도 썼습니다. 1000명 내지 1200명에 달하는 구글+ 팀들을 재편하고 있다, 구글캠퍼스에 새 빌딩이 들어섰는데, 상당수가 이 건물로 옮겨갔다, 행아웃 팀은 안드로이드 팀으로 옮겨갈 것이다, 사진 팀도 뒤따라갈 것이다. 구글+ 왕국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인재들이 옮겨갈 것이다, 구글+는 공식적으로 죽지는 않았지만 죽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고책임자를 밀어내고 모든 자원을 옮긴다면 무슨 뜻인지 명확하지 않느냐”. 이런 말도 있었다고 합니다.

테크크런치는 구글이 구글+보다는 모바일에 힘을 싣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옮겨간 선수들이 구글+를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위젯을 만들 것이다, 더이상 구글 서비스를 구글+에 통합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를 구글+에 통합하려고 했을 때 사용자들이 반발했던 게 계기가 됐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또 군도트라와 회사 내의 다른 사람들 사이에 긴장(tension)이 있었다, 특히 유튜브 G메일 등과 통합하는 문제를 놓고 그랬다, 군도트라의 역할은 데이비드 베스브리스가 맡을 것이다, 구글+ 일부는 크롬 책임자가 맡을 거라고 한다, 순다 피차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테크크런치 글이 맞다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군도트라가 떠나는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구글+를 중심으로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통합하는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겠죠. 그렇다고 중단한다? 구글은 그동안 구글+를 "척추(spine)"라고 했습니다. 이 전략을 과연 수정할까요? 래리 페이지는 "구글+ 팬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끝)

                                                                    

2014년 4월 24일 목요일

모바일 중독자 1년새 123% 급증...중독인가? 일상인가?


두 연인이 한 손으로 서로를 껴안은 채 다른 손으로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진 기억하십니까?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는데, 현대인의 ‘폰 중독' 또는 ‘모바일 중독'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정도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과 관련 있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소개합니다. (아래 사진 출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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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모바일 분석 업체 ‘플러리(Flurry)’가 22일 모바일 중독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제목은 ‘모바일 중독의 등장 (The Rise of the Mobile Addict)’. 사람들은 하루 10번쯤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한다고 합니다. 플러리는 하루 60번 이상, 그러니까 평균의 6배 이상 앱을 실행하는 것을 ‘모바일 중독'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보고서 내용. 이번 조사는 3월 중 모바일 기기 13억대에서 50만개 앱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작년 3월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모바일 중독이 123% 급증했다. 모바일 중독자가 7900만명에서 1억7600만명으로 늘었다. 직전 단계인 과다사용자(하루 16~60회)는 55% 증가했고, 보통사용자(하루 10회 미만)는 23% 증가했다.



누가 많이 중독됐나? 중독자 성별은 여성 52%, 남성 48%. 모바일 사용자 비중은 남성 52%, 여성 48%로 남성이 4% 포인트 높은데, 중독자 비중은 반대로 여성이 4% 포인트 높다. 연령별로는 10대(13~17), 대학생(18~24), 중년(35~54) 등이 평균을 웃돌았다. 25~34세 젊은 성인(adults)과 장년(55세 이상)은 평균을 밑돌았다.



위의 결과를 종합하면 모바일 중독자는 10대, 대학생, 중년 학부모 등의 계층에서 특히 심하다. 10대가 포함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태어나자 마자 모바일 혁명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무슨 일이든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커뮤니케이션이든 모바일로 하려고 든다. 대학생도 이들과 비슷하다.

젊은 성인(adults)이 평균을 밑도는 것은 이제 막 직장을 잡은 터라 (열심히 일해야 하고), 밖으로 나도는 경우가 많고, 미혼이 많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모바일 중독 측면에서 중년층이 평균을 웃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앱 사용 실태를 분석해본 결과 이들의 기기를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쓰기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 핵심만 간추렸습니다. 간단히 말해 ‘모바일 네이티브'인 10대와 대학생들은 모바일 기기를 끼고 살죠. 일부는 모바일 기기를 ‘웨어러블 기기'처럼 사용합니다. 연중무휴로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끊임없이 뭔가를 찾고, 메시지를 주고 받고… 이들에겐 ‘중독'이라기보다는 '일상'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웨어러블 시대'의 전령사 역할을 하겠죠.

모바일 중독자가 급증한다고 해서 ‘게임중독법' 같은 걸 만들어선 안됩니다. 규제로 해결할 일도 아니고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가령 휴대폰을 하루 3시간 이상 사용하면 강제로 끈다? 미성년자 폰에는 자동차단 프로그램을 깐다? 말도 안되는 발상입니다. '모바일 시대' 다음은 '웨어러블 시대'일 텐데, 거대한 흐름을 이런 식으로 막을 순 없습니다.

물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중한 사람 옆에 두고 폰 화면만 들여다 본다면... 모처럼 온 가족이 외식 하는데 아들 딸이 부모와 대화하지 않고 폰만 들여다 본다면... 좋지 않죠. 하지만 이건 상식의 문제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절제하는 법, 남을 배려하는 법을 가르쳐 몸에 배게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광파리]

                                                      

2014년 4월 20일 일요일

구글 "바꿀 때가 됐다"...마이크로소프트에 선전포고


(몇일 전 한국경제신문 N스크린 서비스인 한경+용으로 썼던 글을 볼로그에 옮겨 싣습니다. 크롬북에 관한 글인데,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쉽게 썼습니다.)

“이젠 정말 바꿀 때가 됐다 (It’s time for real change).” 아밋 싱 구글 기업부문 사장이 지난 18일 구글 엔터프라이스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XP가 깔린 PC를 구글 크롬 OS가 깔린 크롬북이나 크롬박스로 바꾸라는 얘기죠. 학교, 공공기관, 기업 등에게… 마이크로소프한테 “한판 붙자”고 선전포고를 한 셈입니다.

크롬북은 크롬 OS가 깔린 노트북, 크롬박스는 크롬 OS가 깔린 데스크톱입니다. 둘 다 전면 클라우드 방식의 컴퓨터. 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클라우드(여기서는 구글 서버)에 저장해놓고 어떤 크롬 컴퓨터에서든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게 강점입니다. 가격이 저렴(크롬북의 경우 30만원 안팎)한 것도 강점이죠.

구글이 크롬북을 내놓은 건 3년 전인 2011년 6월이고, 삼성과 에이서가 선봉장으로 나섰습니다. 지금은 레노버, HP, 델, 도시바 등 대다수 메이저 메이커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 “정말 바꿀 때가 됐다"고 말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XP에 대한 기술지원을 지난 8일 끝냄에 따라 컴퓨터를 바꾸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도계인 아밋 싱 사장의 글은 ‘오늘은 컴퓨팅의 한 시대가 끝난다'로 시작합니다. 아시다시피 윈도XP는 2001년에 나왔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베스트셀러 중 하나죠. 그러나 지금은 13년 동안 발전한 웹 기술을 수용하기엔 너무 낡아 웹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기술지원까지 안해주면 보안도 매우 취약해지게 됩니다.


아밋 싱 사장은 비슷한 다른 것(윈도 PC)으로 바꿀 게 아니라 정말 바꿀 때가 됐다고 말합니다. 기업용 크롬북을 사용하면 안전하고 편하다는 겁니다. 구입비 관리비도 적게 들고. 그래서 6월30일까지 기업용 크롬북을 사면 100달러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물론 미국 기업/학교 등에 해당하는 얘기이긴 하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크롬북은 지난해 미국에서 제법 많이 팔렸습니다. 각급 학교에서 윈도 컴퓨터 대신 크롬북을 앞다퉈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커머셜 채널'을 통한 노트북 판매에서 크롬북이 차지하는 비중이 21%에 달했습니다. 아마존에서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은 크롬북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트북 시장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크롬북만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컴퓨팅 환경이 윈도에 최적화돼 있어서 전자금융, 전자정부, 전자거래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아래아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삼성이 국내에서 크롬북을 팔아 재미를 보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당분간 크롬북 붐이 일어날 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윈도XP 기술지원 종료를 계기로 구글이 크롬북을 적극 마케팅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이제는 폰이든 노트북이든 클라우드 기반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크롬북은 노트북 시장을 흔들 수 있습니다. 구글의 크롬북 마케팅이 성공하면 먼 훗날 윈도XP 기술지원 종료 시점이 전환점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파리]



One more thing. 구글이 크롬 OS에 '간편해제(Easy Unlock)' 기능을 추가할 것이란 글이 최근 안드로이드폴리스에 나왔습니다. 크롬 OS가 탑재된 기기에 자신의 안드로이드폰을 대면 굳이 구글 계정(패스워드) 입력하지 않아도 잠금이 바로 풀린다는 얘기죠. 언제쯤 적용될른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패스워드 입력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2014년 4월 18일 금요일

페이스북 글로 매긴 친구들의 ‘행복점수'는?


미국에서 특이한 프로그램이 개발돼 간단히 소개합니다. 페이스북 친구들의 글을 분석해 누가 가장 행복한 친구인지 분간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페이스북 글에 긍정적(positive) 단어와 부정적(negative) 단어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분석해 점수(%)를 보여줍니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어도 제대로 분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삼아 분석해 봤습니다.

요령은 간단합니다. 타임(Time) 사이트에 있는 ‘스타트(Start)’ 버튼을 누르고 1분쯤 기다리면 됩니다. 평소 교류가 많은 친구 25명의 글을 분석해서 점수를 보여줍니다. 긍정성 몇 점, 부정성 몇 점, 행복점수 몇 점. 이런 식이죠. 최근 1년 간 10개 미만의 글을 올린 친구나 교류가 빈번하지 않은 친구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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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들의 행복점수입니다. 25명 중 7명은 정보가 부족해 분석하지 못했고 18명만 분석했다는데 70점 미만이 4명 뿐입니다. 친구들의 행복점수가 높게 나온 걸 보면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항상 표정이 밝은 어느 친구는 행복점수가 97점이나 됩니다.

그런데 제 생각과 다소 다르게 나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행복점수가 높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아래쪽에 있습니다. 사회 병폐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을 자주 올리는 친구의 점수도 아주 낮게 나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한글을 제대로 분석 못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회비판부정적불행'으로 과잉해석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곱씹어볼 점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누가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썼고 누가 부정적인 단어를 많이 썼는지 제대로 분석한다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은 소셜 서비스 특성상 전염성이 강합니다. 친구들이 행복과 관련된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면 '행복 바이러스'가 전해져 페이스북이 한층 즐거워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페이스북은 공개 일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을 메모하기도 하고 스쳐가는 생각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 불편합니다. 친구가 회사 상사나 동료, 거래처 누군가를 비난하는 글을 보면 언짢아집니다. 때로는 저를 겨냥한 듯한 글도 눈에 띕니다. 사회비판 글이야 환영이고 저 역시 종종 올립니다만 개인에 대한 공격은 보기 좋지 않습니다.

요즘 ‘소셜 분석’ 많이 합니다. 우리가 소셜 공간에 올린 글을 분석하면 행복점수는 물론 정치 성향, 성격, 인격, 취미 등을 정확하게 알아낼 날도 올 거라고 봅니다. 지금도 직원을 채용할 때 지원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훑어본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우리는 지금 좋든 싫든 ‘나체사회(naked society)’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광파리]


이 글을 올려놓고 뉴스타파를 봤는데, 참기 어려운 분노를 느낍니다. 어떻게 대한민국이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 배 안에 갇힌 애들은 초를 다투는데, 왜 꾸물댄단 말입니까?



2014년 4월 8일 화요일

조니 아이브, 이번엔 OS X 리디자인한다


애플 개발자 컨퍼런스(WWDC 2014)를 50일쯤 앞두고 나인투파이브맥이 애플의 차세대 OS인 iOS8과 OS X 10.10에 관해 장문의 예상 글을 썼습니다. 글에 첨부한 스크린샷을 보니 꽤 많은 정보를 입수한 것 같습니다. 이 가운데 OS X 10.10 부분만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맥 사용자로서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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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명은 ‘쉬라(Syrah)’. 포도 이름에서 따왔네요. 10.9에서는 캘리포니아 파도타기 명소 ‘매버릭스’ 지명을 썼죠. OS X 개발자들의 캘리포니아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가 봅니다. 매버릭스에서는 파워유저들을 위해 하드웨어 성능, 배터리 수명, 그래픽 성능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쉬라에서는 ‘미(美, aesthetics)’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재밌네요. 애플 디자인 책임자인 조니 아이브 부사장이 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스콧 포스탈 부사장이 나간 직후 iOS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확 뜯어고친데 이어 이번에는 OS X의 소프트웨어 디자인도 손보겠다는 얘기인가요? 맥 마니아들은 벌써부터 기대 만땅이겠네요. 조니 아이브의 특징인 ‘플랫 디자인’을 적용하겠죠?

조니 아이브는 iOS6까지 스콧 포스탈이 고집했던 실물 닮은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을 걷어내고, iOS7에서 단순하고 흰색 많이 쓰는 디자인으로 바꿨는데, 쉬라에서도 이렇게 할지, 하드웨어 디자인까지 손볼지. ‘전면 리디자인'이고, 특급 비밀이라네요. 애플이 iOS 에어드롭 호환성도 테스트 중이라는데 쉬라에 적용될지는 모르겠답니다.

기사에 언급한 iOS 에어드롭 호환성. 애플 기기 사용자라면 누구나 원하는 기능일 텐데, 쉬라에 포함시켜준다면 좋겠습니다. 아이폰/아이패드에 저장된 파일을 맥으로 옮길 땐 케이블을 사용하는데 가끔 한두 장만 신속히 옮기고 싶을 땐 에어드롭이 편할 테니까요.

나인투파이브맥 기사에는 하드웨어도 살짝 언급했습니다. 애플이 12인치 맥북에어 레티나를 내놓지 않겠나, 더 얇아지고 가벼워지지 않겠나, 최근 2년 WWDC에서 맥 신제품을 발표했으니 올해도 기대할 만하지 않느냐, 가격 낮춘 아이맥 얘기도 있고, 맥북에어/프로 업데이트 얘기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이렇게 써놨습니다.

애플 ‘WWDC 2014’ 행사는 6월2일부터 6일까지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립니다. 물론 ‘쉬라’나 맥 업데이트보다는 ‘iOS8’이 핵심이겠죠. 하지만 맥 컴퓨터 사용자에겐 기조연설 후반부에 소개하는 OS X 업데이트 내용도 큰 관심사입니다. 기사 내용대로 맥디자인을 좀더 아름답게 개선한다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합니다. [광파리]

2014년 4월 6일 일요일

스티브 잡스는 ‘혁신자의 딜레마’를 우려했다


일요일 아침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보냈다는 이메일을 읽다가 재밌는 내용이 있어 공유하기 위해 메모합니다. 애플-삼성 간 특허 재판 과정에 공개된 이메일인데, 발신 시점이 죽기 약 1년 전인 2010년 10월24일 새벽 6시12분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암투병 중인 사람이 꼭두새벽에 일어나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할지 깨알 같이 메모했다니...

애플에는 ‘100인 회의'란 게 있습니다. CEO, 간부 등 100명 정예 멤버로 구성된 전략회의로, 신제품, 전략 등에 관해 토론합니다. 잡스의 메일은 이 회의에서 발언할 내용을 메모한 것으로, 무엇보다 “포스트 PC”, “클라우드", “구글과 성전" 등이 눈길을 끕니다.


맨 앞에 새해(2011년) 전략이 있습니다. 100인 회의 신규 멤버 비율까지 언급한 걸 보면 암투병 중에도 세세한 것까지 챙겼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포스트 PC”에 관해 꽤 자세히 메모해 놨습니다. 애플 매출에서 포스트 PC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6%나 되고 6개월 이내에 아이패드가 맥을 추월할 것이란 메모도 있습니다.

이메일에는 '포스트 PC'에 대한 정의를 내려놨습니다. “더 많은 모바일(더 작고, 더 얇고, 더 가볍고)+커뮤니케이션+앱+클라우드 서비스”. 잡스는 포스트 PC 시대에는 클라우드가 기본이라고 봤습니다. 잡스는 죽기 100일쯤 전인 이듬해 6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무대에 올라 마지막 키노트를 합니다. 이날 키노트의 핵심은…

아이클라우드(iCloud)였습니다. 이걸 직접 발표하고 싶어 무리를 했던 것이죠.

잡스의 이메일 메모에는 “2011년은 클라우드의 해”란 표현도 있습니다. “우리가 디지털 허브란 컨셉을 만들었다"는 구절도 보입니다. “PC가 주소록 캘린더 북마크 사진 음악 동영상 등 모든 디지털 자산의 허브"란 구절도 있는데 그 다음 구절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허브(우리 세계의 중심)가 PC에서 클라우드로 옮겨간다."

이 정도 설명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잡스는 더 덧붙여 놨습니다.

PC는 이제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터치 등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클라이언트에 불과하다. 애플이 “혁신자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애플이 너무 오래 낡은 패러다임에 매달릴 위험이 있다”. 애플은 잡스가 떠난지 2년 반이 지나도록 뭔가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우려대로 가는 걸까요?

잡스는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구글을 따라잡고 뛰어넘어야 한다(catch up to Google cloud services and leapfrog them)고 썼습니다. 우리의 모든 서비스를 묶어야 한다(tie all of our products together)고 썼습니다. 이런 걸 생각하면 눈이 감기지 않았겠죠. 그래서 젓가락처럼 깡 마른 몸으로 무대에 올라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했을 테고요.

특히 '모든 서비스를 묶어야 한다'는 대목이 놀랍습니다. 구글에서는 이로부터 6개월 후에 래리 페이지가 CEO로 복귀해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통합하기 시작했죠. 마치 잡스의 이메일을 훔쳐보기라도 했던 것처럼. 물론 클라우드가 기본입니다. 어떤 폰에서 찍은 사진으로 자동으로 백업해주고...15기가(GB) 스토리지가 공짜이고, 사진 업로드는 표준 사이즈라면 무제한 공짜. 또 전면 클라우드 기기인 크롬북으로 판을 바꾸려고 합니다.



아이클라우드는 과연 구글 클라우드를 캐치업 했나요?

덧붙이자면 “2011년엔 구글과 성전(Holy War)”란 대목도 눈에 띕니다. 스티브 잡스 전기를 보면 “핵전쟁"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건 아이폰을 베낀 안드로이드 기업들을 대상으로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이고, 구글과의 성전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애플보다 앞서가는 구글을 따라잡고 추월하기 위한 전쟁을 말합니다. 이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죠.

저가 아이폰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아이팟터치를 기반으로 아이폰3GS를 대체할 저가 아이폰을 개발한다'고 씌여 있습니다. 애플이 작년말 저가 아이폰 ‘아이폰5c’를 내놓았는데, 너무 꾸물거렸던 게 아닌지… 스티브 잡스가 2010년 10월 언급했는데… 더구나 팀 쿡은 아이폰5c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가 수정하는 실수까지 했죠.

스티브 잡스 이메일 중 주로 앞부분만 소개해 드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더 버지 기사에 첨부된 이메일을 꼼꼼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이메일 첨부합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