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7일 금요일

구글 "건강 데이터 분석하면 내년에 10만명 살릴 수 있다"

구글은 어제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14’ 기조연설을 통해 많은 것을 발표했습니다. 한 마디로 ‘Google Everywhere’를 선언한 셈이죠. 시계, 자동차, TV 등 모든 것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겠다는 겁니다. 기조연설을 듣고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저러다간 구글이 ‘빅브라더’가 되는 것 아닐까? 구글은 정말로 하드웨어 사업은 하지 않을까? 구글플러스 서비스는 어떻게 될까? 이런 겁니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어제 순다 피차이 부사장(SVP)이 주도한 기조연설이 끝난 뒤 뉴욕타임스 기자가 무대 뒤에서 구글 창업자/CEO 래리 페이지와 순다 피차이 부사장을 만나 30분 남짓 얘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기자가 묻고 두 사람이 답하는 식이었는데, 인터뷰 글을 읽어보면 페이지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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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시키는 시대에서 컴퓨터가 알아서 하는 시대로"

첫번째는 구글 장기 비전을 묻는 질문. 구글은 무슨 생각으로 각종 기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할까 궁금한데, 페이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멀티스크린 세상에 관해 얘기해왔다. (‘다양한 기기’로) 손목시계, TV, 노트북, 태블릿, 폰 정도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어 피차이가 보충설명을 했는데 재밌습니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람이 컴퓨터한테 뭔가를 대신해 달라고 명령하는 시대에서 컴퓨터가 (알아서) 사람을 위해 뭔가를 대신해주는 시대로 진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이들을 픽업하러 갔다면 아이들이 차에 제대로 탓는지 차가 확인해주면 좋겠고, 아이들이 차에 탄 뒤에는 음악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바꿔주면 좋겠다는 얘기다.”

“건강 데이터 분석하면 내년에 10만명 살릴 수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어 ‘빅브라더' 문제를 거론합니다. “더 많은 기기로 구글 서비스에 접속하게 되면 프라이버시 문제도 생길 수 있고 (빅브라더에 대한 우려로) 오싹하지 않겠느냐?” 이 질문에 대해 페이지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줄 수 있는 제품, 서비스, 기술을 내놓을 것이다"고 말합니다.

페이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답변은 이 대목입니다. “너무 염려하다 보면 혜택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헬스케어도 그렇다. 우리가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게 허용한다면 내년에 1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언론과 정부가 지나치게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바람에 우리가 사람들한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데도 못하고 있다. 매우 염려스럽다.”

쉽게 말해 프라이버시 문제를 지적하면서 ‘빅브라더' 운운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페이지는 “마음을 활짝 열고 미래에 관해 낙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하드웨어는 방향 제시할 필요가 있을 때만 한다"

세번째 질문은 하드웨어 사업 관련입니다. 최근 가정자동화 기기 메이커인 네스크와 드롭캠을 인수하고 모토로라를 매각했는데, 하드웨어 사업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할 때 삼성 등 파트너들은 ‘구글이 경쟁자가 되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그래서 페이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페이지의 ‘분신' 피차이가 먼저 말합니다. 구글에서는 파트너들과 협업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는 겁니다. 페이지는 “그게 바로 우리 서비스가 iOS(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지칭)에서도 작동하는 이유다"고 맞짱구칩니다. 피차이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우리가 방향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때만 하드웨어를 한다. 넥서스 같은 걸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는 철저히 대규모 에코시스템에서 일하려고 한다.”

철저히 구글식 답변입니다. 삼성 LG 등 파트너들을 향해 ‘우리는 하드웨어 안할 테니 우리를 믿고 같이 하자'는 얘기입니다. 구글로서는 각종 기기에서 자기네 서비스가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일리가 없는 건 아니죠. 다만 삼성 등이 서비스 사업을 하려고 보면 구글과 손 잡고 구글 서비스를 키워주는 게 잘한 일인가 의문이 들 것 같습니다.

“구글플러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더 중요해졌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마지막으로 구글플러스에 관해 물었습니다. 구글플러스는 페이지가 구글 CEO에 복귀한지 두세 달 후인 2011년 6월 말 시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이제 만 3년이 된, 페이스북과 비슷한 서비스입니다. 최근 책임자인 빅 군도트라 부사장이 구글을 떠나면서 구글이 구글플러스에서 힘을 빼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죠.

페이지의 답변은 명확합니다. “구글플러스와 관련해 많은 것이 진행되고 있다. 나도 구글플러스를 잘 이용하고 있다. (링크).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매우 큰 서비스다.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매일 좋게 더 좋게 만들고 있다.” 이런 얘기. “지금도 소셜 서비스가 구글한테 중요하냐?”는 추가 질문에는 “더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페이지가 설명한 네 가지는 한결같이 몹시 궁금했던 것들입니다. 세계 테크놀로지(IT)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의 창업자/CEO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글 생각대로 모든 기기에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구글이 지나치게 무서운 존재가 되는 건 아닌지… 구글 이용자나 하드웨어 메이커나 구글에 너무 예속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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