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9일 토요일

20대 창업과 40대 창업: 김영호와 안병익의 경우

20대 창업과 40대 창업은 어떻게 다를까? 20대 창업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40대 창업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최근 모비인사이드 행사에서 ‘20대 창업과 40대 창업'이란 주제로 토론을 했다. 20대에 창업해 지금은 30대인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와 30대에 창업해 지금은 40대인 안병익 식신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앞서 두 사람과 저녁을 같이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대학 4학년 때 자퇴하고 말랑스튜디오를 창업해 모바일 앱 비즈니스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김영호 대표, 한국통신(현 KT) 연구원 시절 떠밀려서 사내 벤처에 합류했고 IPO(기업공개)와 엑싯(Exit)까지 경험한 안병익 대표. 두 차례에 걸쳐 들은 두 사람의 창업 이야기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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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창업자들은 안되겠다 싶으면 쿨하게 접고 다시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연령대에 비해 실패 확률이 높다. 반면 크게 터질 ‘대박’ 확률도 높다.” “40대 창업자들은 웬만해선 포기하지 않고 버틴다. 학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도중에 접을 수가 없다. 실패 확률이 낮다. 반면 젊은 층에 비해 ‘대박' 확률도 낮다.”

안 대표와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뚜렷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리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두 창업자는 자기네와 일치하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일반화하면 20대 창업자는 패기로, 40대는 끈기로 사업을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굳이 20대 창업, 40대 창업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냈다.

두 창업자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는 점을 제외하곤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김 대표는 대학 4학년 때 자퇴하고 스물여덟에 말랑스튜디오를 창업했다.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이 한창 뜨고 있어서 ‘우리가 못할 게 있겠냐'는 마음으로 자신있게 뛰어들었다. 부인은 졸업도 않고 창업하겠다는 남편을 말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자퇴를 결정할 때 고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재밌게 사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을 뿐 고민은 안 했다"고 답했다. 세상 물정을 몰라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도 아니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아버지 사업이 두 차례나 부도를 맞아 심한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사업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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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는 김 대표와 달리 떠밀려서 창업 했다. 한국통신 연구원 시절 사내 벤처를 같이 하자는 상사의 제안을 받고 석 달 동안 “안 하겠다"고 버텼다. 인터넷 지도 사업이었다. 결국 사내 벤처에 합류했고, 나중에는 아예 퇴사해 위치 기반 친구 찾기 서비스 기업인 포인트아이를 설립했다. 잘나가는 대기업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부인은 반대했다.

다행히 포인트아이가 자리를 잡았고 코스닥 상장까지 했다. 김 대표는 지분을 정리하고 세 번째 창업에 나섰다.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위치 기반 소셜 서비스 씨온을 창업했다. 그러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위치 기반 맛집 추천 서비스 식신으로 변신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한 김 대표, 떠밀려서 창업 했다가 코스닥 상장까지 경험한 안 대표. 창업 동기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재밌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패기로 도전하고 있고, 안 대표는 경험을 살려 끈질기게 버티며 장기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창업지원센터 디캠프(D.CAMP)를 이용하는 창업자들은 대기업을 그만둔 30대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대학 졸업 전후에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20대도 적지 않고, 40대 창업자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디지털 창업자’도 연령대가 다양해지는 것 같다. 연령대별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누가 그 장점을 잘 살리느냐가 관건일 텐데...

창업에 대해 두 사람은 뭐라고 생각할까? 안 대표는 “누군가 ‘창업 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100가지를 하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한두 가지 뿐이다"고 했다. 20대에 창업했던 김 대표 역시 쉽지 않았다. 자나깨나 사업을 구상하느라 창업 이후에는 하루 서너 시간밖에 자지 않는다고 했다. 창업, 만만하게 생각할 일은 결코 아니다. (끝)

2016년 11월 16일 수요일

구글포토 좋아졌다…옛날 사진을 ‘포토스캐너’로 스캔한다

구글포토가 더 좋아졌다. 옛날 사진을 스캔해 편집할 수 있는 포토스캐너(PhotoScan) 앱을 내놓았다. 아주 유용한 앱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옛날 사진을 디지타이징 하기 위해 굳이 스캐너를 살 필요도 없고, 사진관에 사진 스캔을 맡길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옛날 사진을 포토스캐너로 스캔해 저장하면 자동으로 구글포토에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한 사진을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이용해 구글포토 사이트에서 편집하면 된다.

구글포토(Google Photos)는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 돼 있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저장해주는 구글의 사진관리 서비스다. ‘고화질' 사진/동영상을 무제한 공짜로 저장할 수 있다. 쉽게 검색할 수 있고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포토스캐너는 구글포토 사용자들에겐 아주 유용한 선물이다. 안드로이드용과 아이폰용 모두 나왔다. 앱 스토어에서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다.

포토스캐너 안드로이드 앱을 내려받아 스캔해 봤다. 포토스캐너 앱을 실행한 다음 옛날 사진을 촬영한 뒤 동그라미 4개를 맞추면 수 초만에 스캔이 끝난다. 플래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여러 장을 스캔한 다음 스캔한 사진이 정리돼 있는 사이트로 가서 구글포토에 저장하기 버튼을 눌러주면 구글포토 스토리지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포토스캐너 앱에서 사진을 편집할 수도 있지만 사진 편집은 컴퓨터에서 하는 게 훨씬 편하다.

중학교 졸업 앨범에 있는 사진을 스캔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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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옛날 사진을 사진관에 맡겨 디지타이징 했는데, 이제는 집에서도 편하게 스캔할 수 있게 됐다. 스캔한 사진에 태깅을 해 두면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옛날 사진을 찾아 보여주면 매우 좋아한다. 구글포토가 나온 직후부터 쓰고 있는데, 포토스캐너가 나와 가장 아쉬웠던 점이 해결됐다. 작년에 썼던 구글포토 관련 글을 첨부한다. (광파리)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삼성전자 스핀오프 1호 ‘이놈들연구소'를 보내며

창업지원센터 디캠프(D.CAMP)에서는 늘 만나고 헤어진다. 헤어지는데 이골이 날 법도 한데 헤어질 때 아쉬운 마음은 매번 똑같다. 18일에는 이놈들연구소가 디캠프를 ‘졸업’했다. 서울 양재동에 사무실을 얻어 디캠프를 떠났다. 올해 1월 ‘디데이(디캠프 데모데이)’에서 우승해 입주한지 8개월만이다. 창업 1년만에 자립의 길로 들어섰다.

이놈들연구소는 삼성전자 엔지니어 3명이 창업한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으로, 국내 창업계가 유심히 지켜보는 유망주 중 하나다. 삼성전자 스핀오프 1호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큰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하드웨어 부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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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연구소는 삼성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란 게 강점이자 단점이었다. 최현철 대표는 ‘디데이' 질의응답 때 “(삼성 내부 얘기라서)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해놓고 다 얘기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대기업 체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다행히 디캠프 입주 8개월 동안 혁신이 가능한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 경험도 창업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이놈들연구소는 스마트 시계줄을 개발해 지난달 킥스타터에 올렸다. 목표를 5만 달러로 잡았는데 약 30배인 147만 달러를 모금했다. 킥스타터 전체 프로젝트의 0.03%에 해당하는 ‘대박'이고, 한국 스타트업의 킥스타터 모금액으로는 두번째로 크다. 이놈들연구소는 킥스타터 모금을 통해 전 세계에 제품을 알렸고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킥스타터 ‘대박'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놈들’이 디캠프를 떠나는 날 최현철 대표와 마주앉아 잔소리를 했다. 하드웨어 사업이란 쉽지 않다, 끊임없이 후속 제품을 내놓아야 하고, 삐끗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의 추격도 따돌려야 하고, 변덕스러운 소비자 취향도 끊임없이 파악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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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디캠프가 ‘이놈들’한테 해준 게 별로 없다. 이 행사 참석해라, 저 행사 참석해라, 불러내지 않은 게 디캠프가 해준 일이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맞다. 실제로 그랬다. 이놈들연구소가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웬만하면 행사에 불러내지 않았다. 국내외 고위 인사가 디캠프를 방문할 때도 미리 귀띔해 준비하게 하지도 않았다.

이놈들연구소를 예로 들었지만 어느 스타트업이든 마찬가지다. ‘실탄'(자금) 떨어지기 전에 사업 발판을 확실히 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한다. 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선배 창업자들은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일에 몰두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사무실을 얻어 디캠프를 떠난 이놈들연구소가 한눈팔지 않고, 소비자한테 제품으로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끝)

* 이 글은 한국경제 10월19일자 칼럼 원문입니다.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사랑은 함께, 사업은 따로…’부부 각자 창업’

창업지원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다양한 창업자를 만난다. 대기업 그만두고 창업한 사례는 널려 있고, 연인 창업, 부부 창업, 부자 창업 등 가족 창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특이한 경우는 ‘부부 각자 창업'이다. ‘남편 따로, 부인 따로’ 창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부부가 성공할 확률이 각각 10%라면 부부 모두 성공할 확률은 1%, 부부 한 사람이라도 성공할 확률은 19%. 확률이 높지 않은 데도 도전하는 부부 창업자가 꽤 있다.

부부 각자 창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황희승+이혜민 부부와 양주동+이효진 부부를 꼽을 수 있다.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와 이혜민 핀다 대표는 서울 대왕중학교 짝궁이었고, 양주동 제이디랩 대표와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포항공대 1년 선후배 사이다. 두 커플 모두 남편이 먼저 창업했고 부인이 대기업이나 은행을 그만두고 나와 따로 창업했다.

이혜민 대표는 따로 창업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황 대표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STX 지주회사 다니고 있었는데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황 대표랑 나는 성향이 비슷했다. 미래지향적이고 전략가였다. 그래서 따로 창업했고 각자 약점을 보완해줄 파트너를 찾아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금융 전문가인 박흥민 씨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황희승 씨는 윤신근 씨와 공동대표로 잡플래닛을 이끈다.

이효진 대표는 우리은행 8년 다니다가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싶어서” 무작정 그만뒀다. 고민 끝에 실리콘밸리를 둘러봤고 P2P 대출 기업인 8퍼센트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창업이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일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란 생각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남편 회사에서 일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고 인력이 부족해 남편 도움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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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따로 창업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이효진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상대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졌다. 은행 다니던 시절 휴가 하루 전에 남편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함께 떠나려던 계획이 깨진 적이 있다. 혼자 2박3일 여수 다녀왔는데 서운했다. 지금은 서로 그러려니 한다. 내가 주말에 일할 때는 남편이 아기를 봐 준다.”

이혜민 대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각자 창업을 하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이해 폭이 매우 넓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남편과) 상담을 많이 한다. 스타트업을 경영하다 보면 주말에 투자자를 만나기도 하고, 면접 보러 출근하기도 한다. 집안에 큰 일이 있는데 참여 못할 때도 있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부부 간에도 서운할 텐데 서로 스타트업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 이런 것은 그냥 넘어간다.”

부부 공동 창업과 각자 창업에는 장・단점이 있다. 공동 창업의 경우엔 하루 종일 같은 일을 하면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의견이 엇갈릴 때는 가정 불화가 직장 불화로 이어지기 쉽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둘이 싸우는 게 가장 큰 리스크다. 부부 각자 창업의 경우엔 이런 문제는 없다. 공동 창업이든 각자 창업이든 ‘개고생길'이란 점에서는 같다. 그 힘든 일을 해내는 부부 창업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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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4일 일요일

창업계 빅매치…‘시그널'이 ‘베이글'을 뛰어넘을까?

2016년 대한민국 창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을 둘만 꼽으라면 이놈들연구소의 스마트 시계줄 '시그널'과 베이글랩스의 스마트 줄자 '베이글'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그널'은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지 않고 손가락을 귀에 대기만 하면 통화할 수 있게 해 주는 기기, '베이글'은 굳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줄을 대지 않고도 길이를 잴 수 있는 기기입니다. 모처럼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관심사는 '시그널'이 과연 '베이글'을 뛰어넘느냐 여부입니다. 베이글랩스는 최근 킥스타터에서 135만 달러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습니다. ‘대박'이죠. 그 덕에 KBS '도전 K스타트업'과 K스타트업 LA 데모데이 등 각종 대회에서 이놈들연구소를 제치고 우승했습니다. 이놈들연구소는 매번 베이글 때문에 우승을 놓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놈들연구소의 추격이 대단합니다. 8월30일 킥스타터에 런칭하더니 4시간만에 목표 5만 달러를 돌파했고 나흘쯤 지난 지금 목표의 6배를 달성했습니다. 남은 기간이 34일. 지금 추세라면 '베이글'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유력 온라인 경제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시그널'을 소개하는 기사까지 썼습니다. 시그널은 과연 베이글을 뛰어넘을까요? K스타트업 등에서 밀린 설움을 한 방에 날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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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연구소는 삼성전자 스핀오프 1호입니다. 금년 1월 디캠프 주최 '디데이(D.DAY)'에서 우승했고 디캠프 5층 보육공간에 입주해 있습니다. 요즘엔 제품 출시를 앞두고 밤 늦게 일하기 일쑤고 매주 일요일에도 출근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놈연구소는 디캠프의 자랑거리입니다. 베이글랩스는 디캠프가 주최한 CBC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11월 중 덴마크에서 열리는 CBC 본선에 출전합니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합니다. (끝)

2016년 8월 23일 화요일

일부 대학생 창업이 취업용 '스펙 쌓기'라는데...

KAIST 2학년 학생인 안 모씨는 올해 초 친구 2명과 함께 창업해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에 입주했다. 이들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다. “졸업 후에 해도 늦지 않찮냐"고 했더니 “당장 해 보고 싶어서 셋 다 휴학했다"고 했다. 이들은 얼마 후 KAIST 선배 회사에 통째로 인수됐고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요즘도 “복학 안할 거냐?”고 물으면 “아직 생각 없다"고 말한다.

최근 창업계에서는 ‘대학생 스펙 쌓기 창업'이 화제가 됐다. 일부 대학생 창업자들이 대기업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해 창업한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린 게 계기가 됐다. 이 기사를 본 순간 KAIST 세 학생이 생각났다. 그들도 스펙을 쌓기 위해 창업했을까? 답은 명확했다. 아니다.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업에 매달렸고 “대학 졸업을 꼭 해야 하느냐?”고 필자한테 반문하기도 했다. 창업에 푹 빠진 젊은이들 같았다.

대학생 창업자 중에는 이들과 달리 대기업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해 창업한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했다. 화제의 기사에는 "상당수 대학생이 자신의 돈은 한 푼도 투자 안 하고 정부 지원금만 활용해 동아리 활동처럼 창업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창업 스펙이 잘 먹혀 멤버 8명 중 한 명 빼고 모두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창업이 ‘어학연수보다 좋은 스펙’이라는 표현도 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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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계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스펙 쌓기든 아니든 대학생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페이스북에 ‘창업 해서 쓰고 단 경험을 하는 것은 좋다’, ‘대기업 갔다가 스타트업으로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썼다. 황병선 빅뱅앤젤스 대표는 ‘창업 경험을 취업에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도 창업을 좋은 경력으로 인정하는 게 현명하다'고 썼다.

디캠프는 최근 2년 동안 한양대에서 창업 강좌를 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러분한테 창업하라고 말하진 않겠다. 창업하고 싶은 학생은 창업 하고, 취업 하고 싶은 학생은 취업 해라. 어느 길을 택하든 언젠가는 창업을 만날 것이다.” 이 학생들한테 디캠프 월례 데모데이를 관람하게 하고 소감을 물었다. 대부분 학생이 “신기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생각 폭을 넓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창업계가 염려하는 것은 ‘스펙 쌓기용 창업’이 아니다. 창업 열기만 뜨거울 뿐 좀체 ‘대박'이 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카오가 김기사를 626억원에 인수한 것 말고는 대규모 스타트업 매각 사례가 없다. ‘대박'이 터져야 인재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좋은 스타트업이 나오고, ‘창업 선순환’이 완성될 텐데, ‘대박'은 커녕 ‘중박'도 드물다. 대기업으로서는 ‘인수할 만한 스타트업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예전에 비해 좋은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는 것도 맞고, 창업 여건이 훨씬 좋아진 것도 맞다. 더 좋은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고, 대기업들이 창업계를 많이 기웃거리고 있는 것도 맞다. 그렇다면 '대박'을 기대할 만도 하다. '대박'이 좀 터져 줘야 창업 생태계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더 많은 우수 인재들이 창업전선으로 뛰어들고 더 좋은 스타트업이 나오고... 대학생 창업이 취업용 '스펙 쌓기'란 말이 쏙 들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끝)

한국경제신문 8월24일자로 출고했으나 지면사정 상 게재하지 못한 글을 그대로 블로그에 옮겨 실었습니다. /광파리


2016년 8월 3일 수요일

"아재, 제발 나이 좀 묻지 마세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 센터장으로 일한 1년7개월 동안 명함을 주고 받은 사람이 약 3000명쯤 된다. 이 명함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발견한 게 있다. 이들 중 필자가 나이를 아는 사람이 열 명도 안된다는 점이다. 디캠프에서 ‘호랭이 클라스'란 강좌를 운영하는 1974년생 호랑이띠 투자자⋅창업자들 말고는 나이를 아는 이가 거의 없다.

필자가 나이를 묻지 않았고 그들도 나이를 물어오지 않았다. 창업계에서는 나이는 별 거 아니다. 많다고 대접해주지도 않고 적다고 하대하지도 않는다. 만나면 나이부터 따지는 우리네 풍토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창업계에서는 나이를 묻지 않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다른 곳 사정은 잘 모르겠고 적어도 ‘강남 창업계'에서는 그렇다.

간혹 창업 행사를 참관하려고 디캠프에 온 정부 산하기관 사람들이 슬그머니 나이를 물어올 때가 있다. 자신이 나이 많다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고 싶은지, “OOO 상무 아세요? 제 3년 후배에요.” 이런 식으로 물어온다. “아, 그러세요”라며 웃어 넘기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굳이 나이를 따지면 동생뻘인데 형 대접 해달라는 얘긴가?

이럴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재, 나이 좀 묻지 마세요!” 창업을 통해 혁신하겠다는 판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나이로 위아래 따지기 시작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살아남기 어렵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식으로 찍어누르면 누가 자기 생각을 말하려 하겠는가. ‘스타트업 문화'를 배우고 싶다면 나이 따지는 관행부터 바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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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지스탁 문경록 대표는 이런 얘기를 했다. 실리콘밸리 창업 스쿨 드레이퍼대학에서 연수하던 시절 자신이 동기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다. 그래서 ‘팀장을 맡아야 하나’ 걱정했다. 아니었다. 나이 어린 똑똑한 친구가 팀을 이끌었고 다들 좋아했다. 그런데 한국 기자가 문 대표를 취재한 뒤 ‘드레이퍼대학 최고령 창업자'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문 대표는 “나이를 따지지 않아 좋았는데 그런 기사를 보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순다 피차이만 해도 그렇다. 피차이는 1972년생 인도인. 2004년 구글에 입사했고 10년 후인 2014년 42세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구글 CEO가 됐다. 이 바람에 피차이보다 나이가 많고 피차이보다 먼저 입사한 선배들이 한순간에 모두 부하직원이 됐다. 그래도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될 만한 사람이 CEO가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였다고.

사실 나이가 들수록 나이를 따지면 손해다. 또래는 하나씩 멀어지고 아래 사람들은 자꾸 거리를 두려 하고… 놀아주는 이가 없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친구’가 되면 하이테크에 친숙한 젊은이들한테 틈틈이 배울 수 있다. 연륜을 활용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영화 ‘인턴'에 나오는 70세 비서 벤(로버트 드 니로)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하는데, 찬물까지 위아래를 따져야 한다면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장유유서(長幼有序) 기본정신까지 버리자는 건 아니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서로 존중하는 게 맞다. 다만 혁신으로 국가 경쟁력이 판가름나는 지금은 나이 따지는 관행이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다. 자꾸 나이를 따지면 ‘아재'이고, 나이로 찍어누르면 ‘꼰대'다. 아재 취급, 꼰대 취급 받기 싫으면 나이를 묻지 말고 그냥 어울리면 된다. (끝)

한국경제신문 8월3일자에 실은 칼럼 원문입니다.

2016년 7월 27일 수요일

디캠프 ‘디데이’ 출전하면 입주하고 투자받는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 센터장으로 일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디캠프 입주할 수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디캠프는 젊은이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곳으로 서울 선정릉공원 옆에 있다. 매월 한 차례 ‘디데이(D.DAY)’란 이름으로 데모데이를 열어 좋은 평가를 받은 팀(스타트업)을 선발해 입주시키고 유망 팀에는 투자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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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데이는 어떤 행사인가?

A. 디캠프가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 저녁에 여는 데모데이 행사이다. 초기 창업자들이 5명의 심사위원과 150여명의 청중 앞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관해 설명한다. 발표시간은 5분. 곧이어 심사위원들과 10분 동안 질의응답(Q&A)을 한다. 5개 팀의 발표가 끝나면 우수 팀을 선정해 시상하고 디캠프가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네트워킹을 한다. 창업에 관심 있는 분이면 누구든 무료로 참관할 수 있다. 행사 시간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발표와 시상은 6시30분~8시30분 사이에 진행된다.

Q. 디데이에 참가하면 어떤 혜택을 받나?

A. 디데이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디캠프 보육공간에 입주할 수 있다. 디캠프 보육공간을 6개월 내지 1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서로가 원하는 경우에는 디캠프가 최대 1억원을 투자한다. 디캠프 보육공간에 머무는 동안에는 디캠프 측이 홍보, 마케팅, 네트워킹 등을 도와준다. 디캠프에 입주하면 투자 미팅, 취재 요청을 많이 받는다. 강남 창업계 네트워크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잇점이다.

Q. 디데이 참가 자격이 있나?

A. 특별한 제한은 없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테크(IT)를 결합해 혁신하려고 하는 창업자라면 누구나 디데이에 참가할 수 있다. 대체로 인원이 3~7명인 단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거나 베타 테스트를 하는 단계에서 참가한다. 매월 50개 팀 이상이 지원하는데,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통해 5개 팀을 선발해 발표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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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데이 심사는 누가 하나?

A. 강남 창업계에서 정평이 난 투자자나 선배 창업자들이 디데이 심사를 맡아 질문을 하고 조언도 해 준다. 예를 들면, 강석흔 본앤젤스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권혁태 쿨리지코너 대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이택경 매쉬업앤젤스 대표, 이희우 코그니티브 인베스트먼트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상무,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허진호 트랜스링크코리아 대표 등이 심사위원으로 자주 등장한다. 각 팀의 발표가 끝나면 심사위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하고 조언도 해 준다. 특히 5개 팀 발표가 모두 끝난 뒤 심사위원 5명이 돌아가며 해 주는 총평이 백미다.

Q. 디데이를 통해 디캠프에 입주했거나 투자 받은 팀은?

A. 매월 한두 팀이 입주하고 한두 팀이 디캠프 투자를 받는다. 한꺼번에 세 팀이 입주할 때도 있다. 작년 1월 이후 디캠프에 입주했거나 투자를 받은 팀은 다음과 같다.

2015년
우승
2~5위 (무순)
1월
엔씽(공동우승)
타운어스(〃)
원티드
바디온
메디컬네트웍스
2월
8퍼센트
Solver
하우비
투비콘
레고
4월
스마트포캐스트
워시스왓
프라임박스
카이노스
Unitake
5월
웨이웨어러블
골든이어스
짐맨
아카인텔리전스
위펀딩
6월
애드링
멋집(핫소스)
와이퍼
라르고소프트
Baypax
7월
스튜디오씨드
센트비
와탭랩스
어픽스
에이제로페이퍼
8월
큐비트시큐리티
쓰리클랩스
제이지더블유
라프텔
Eggbun
9월
스테이즈
피어스
마이팝
Gplelab(투데잇)
DevelRock(밀리)
10월
헬프미
쇼베
펜튀
면세점월드
리나소프트
11월
자비스
엑스바엑스
프랑코지
호우호우
텔라







디캠프 입주+투자
디캠프 입주만
디캠프 투자만
입주/투자 안함
2016년
우승
2~5위(무순)
1월
이놈들연구소
플레이팅
BSMIT(파봇)
나무(알렉스)
아토머스
2월
모인(MOIN)
부동산다이어트
하우투리슨
로플렛
쩐당
3월
래블업
콘크리트
픽플컴퍼니
인크
마드라스 체크
4월
힐링페이퍼
쇼한
태글
베이비프렌즈
자프
5월
닥스엠티
플립라디오
펀다게임즈(비쥬)
핑거앤
테일러켄텐츠
6월
미티영
오누이
오라이츠
옴니어스
이젤







Q. 디데이를 누가 참관하고 무얼 기대할 수 있나?

A. 디데이 참관자는 창업자, 예비창업자, 투자자, 직장인, 학생 등이다. 창업자나 예비창업자는 강남권 최고 멘토들의 평과 조언을 들을 수 있고, 투자자들은 투자할 만한 팀을 찾을 수 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강남 창업계 분위기를 보기 위해 디데이를 참관한다. 디데이 참관은 무료이다. 발표와 시상이 끝난 뒤에는 음식을 먹으면서 네트워킹을 한다. 음식은 디캠프 측이 제공한다. 네트워킹 시간에는 다른 참관자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심사위원들과도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다.

Q. 디데이는 어디서 열리나?

A. 디데이는 디캠프 6층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분당선 선정릉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4분, 2호선 선릉역 7번 출구에서 도보로 7분쯤 걸린다. 주차장은 여유가 없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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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밖에 디데이 매력은 뭔가?

A. 디데이는 단순한 데모데이가 아니다. 액셀러레이터가 애써 키운 팀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선을 보이는 행사가 아니다. 디캠프 입주/투자를 놓고 벌이는 피 터지게 경쟁하는 경연이다. 그렇다 보니 5개 팀이 발표하고 Q&A를 하는 2시간 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된다. 참관자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디데이는 강남권의 혁신적이고 활기찬 ‘스타트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행사 진행을 어떻게 하는지, 무대에 오른 창업자들이 어떻게 발표하고 심사위원들이 뭐라고 평하는지, 행사장 분위기는 어떤지, 네트워킹을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만하다. 실리콘밸리를 연상시키는 강남 창업계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7월 디데이는 28일(목요일) 저녁 6시에 시작한다. 디데이=입주+투자.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