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4일 월요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왜 한국에서 ‘MS’가 됐나?

최근 ‘4차산업혁명' 용어에 대해 논란이 일곤 했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을 주창하고 책까지 냈지만 한국 만큼 ‘4차산업혁명'이란 용어를 많이 쓰는 국가는 없기 때문이다. 동국대 이영달 교수가 최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한국 공무원들이 ‘4차산업혁명 탐방' 하겠다며 뉴욕에 왔다, “4차산업혁명" 운운하자 미국 상대방이 “What?”이라고 되물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다시는 ‘4차산업혁명'이란 말을 꺼내지 않더라… 이런 얘기였다.



‘4차산업혁명'처럼 한국에서만 유난히 많이 쓰는 용어를 하나만 들라면 ‘MS’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 한국인은 ‘MS’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줄임말임을 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MS’라고 줄여 쓰지 않는다. 구글에서 ‘MS’를 검색하면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콘텐츠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Multiple sclerosis’의 약어라고 나온다. 다발성경화증.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약칭은 ‘MSFT’이지 ‘MS’가 아니다. 미국 가서 “MS 아느냐?”고 물으면 “그게 뭐지?”라고 되물을 것이다.


그러면 왜 한국에서만 마이크로소프트를 ‘MS’라고 표기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세로조판 시대의 유물이 아닌가 싶다. 납활자를 뽑아 신문 만들던 시절 편집기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어떻게 줄여서 쓸지 고민 많이 했을 것이다. 세로조판 시절엔 신문 제목이 10자를 넘으면 곤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 이름만으로 7자나 된다. 신문 제목으로 그대로 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다음달 한국 온다… 이것을 10자 이내 신문 제목으로 뽑아 보자.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방한'이 최선이다. ‘다음달'이란 내용도 담을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를 ‘MS’라고 줄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MS 회장 내달 방한'. 다음달 온다는 내용을 담고도 제목 글자가 8자밖에 안된다. ‘빌 게이츠’까지 넣을 수도 있다. ‘빌 게이츠 MS 회장 방한'. 이렇게… 바로 이런 필요 때문에 신문사 내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사를 쓸 때는 처음엔 ‘마이크로소프트(MS)’라고 쓰고 그 다음부터는 ‘MS’라고 쓰자고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 실제로 데스크한테 그렇게 지시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도 쓰지 않는 ‘MS’가 마이크로소프트 약어로 굳어졌다.


지금은 가로조판 시대를 넘어 인터넷 시대. 한두 글자 늘어도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굳이 ‘MS’라고 줄여 쓰지 않아도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마이크로소프트’라고 제대로 표기했으면 한다. 덧붙이자면 경제신문들, 제발 ‘한국銀 금리인하' 식으로 제목 뽑지 마라. ‘한국은행 금리인하'라고 제대로 뽑아라. 한 글자 늘어나면 어디 덧나냐. 한글세대 중에는 ‘銀’을 읽지 못하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왜 세상이 달라졌는데 도그마에서 벗어나질 못하느냐. 신문사 다니던 때부터 요구했건만 아직도 그대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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