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바빠서 일주일 내내 포스팅을 못했습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메모했던 글을 올립니다. 4월11일 오후에 썼던 극히 개인적인 얘기인데, 공개해도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아 올립니다. 너그럽게 봐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링크)
어제 밤에는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말도 안되는 대역죄를 저질렀습니다. 제가 미친 놈이죠 머.
결혼기념일이라서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습니다. 밤 8시쯤.
마눌님은 마트에서 와인 한 병 사다놓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녁 먹고 와인 한 잔씩 마셨습니다. 여기까지는 베리 굿!
그런데
눈을 떠 보니 밤 11시. 소파에 누워 있고, TV는 켜져 있고.
이게 뭐야? 마눌님 어디 갔지? 벌써 자러 들어갔나?
(곰곰이 생각) 엥?!! 와인 마시다가 잔 거야? 자빠져 잤어?
간띵이가 부었나... 이걸 어떡하냐? 마눌님 엄청 화났을 텐데.
안방문 열어보니 마눌님은 침대에서 폰으로 TV 시청 중.
내가 깜박 잤나 봐. 깨우지 그랬어.” 얼버무리기 시도...
마눌님은 아무 대꾸도 않고 거실로 나가더군요.
결국 저희는 각방을 썼습니다. 저는 안방, 마눌님은 거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문자를 보냈습니다.
'레스토랑 예약해놨어. 11시40분까지 회사 앞으로 와.'
마눌님이 워낙 돌아다니길 좋아해서 이건 최고 미끼입니다.
핑계도 덧붙였습니다.
어젯밤엔 내가 잔 게 아니라 기절한 것이다. 전혀 기억 안난다.
서방이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랬겠냐. 이해해 주라... 이런 식.
큰 기대는 안했습니다. 죄질이 워낙 나쁘잖아요.
그런데 짤막하게 답신이 왔습니다. ‘알았어.'
아마 '기절'이란 단어가 기똥차게 먹혔나 봅니다.
옵빠야가 피곤해서 기절했어? 기절? 하기야 일부러 잤겠어?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지 시간에 맞춰 나왔더군요.
레스토랑은 시청 옆, 덕수궁 뒤, 성공회성당 앞에 있는 OOO.
서울 회사원 광파리와 경기도 아주머니의 정오 데이트.
어색했습니다. 맨날 보는 사람이랑 이게 다 뭐냐.
마눌님은 모처럼 서방이랑 데이트 하는 게 좋았던가 봅니다.
음식이 나오자 “맛있다"를 연발하며 쫑알쫑알 지저귀더군요.
휴~ 살았다. 밥 먹으면서 말 한 마디 안하면 어쩌나 했는데.
이렇게 해서 ‘결혼기념일 기절 사건’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결혼기념일에 와인 마시다 디비져 잤다면 거의 총살감이죠.
아마 일주일 동안 마눌님 말씀 한 마디도 못들을 뻔했습니다.
감히 충고 한 마디 하겠습니다.
결혼기념일에 와인 마시다 디비져 자지 마세요. 절대! [광파리]
또 읽어봐도 재미있네요 ㅎㅎ
답글삭제경복(!)을 빌뻔 했군요
답글삭제살떨리는 얘기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