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1일 금요일

전두환 신군부는 왜 비무장 광주 시민들을 조준사격했나?

(전두환이 사망한 2021년 11월 23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옮겨 싣습니다.)


살인마 전두환이 죽었다.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갔다. 저주를 퍼붓고 싶지만 참는다. 그때 나는 대학생이었고 금남로에 있었다. 그런데 비겁했다. 비겁해서 살아남았다. 그래서 평생 말을 못하고 산다. 서울 친구들한테 한 번 얘기했다가 야단을 맞았다. “니네가 폭도였잖아.” 눈을 부라리며 다그치는데 기가 막혔다. 설명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입을 닫았다. 아직도 “북한군 개입" 운운하는 놈들이 있다. 전두환이 죽었으니 두 가지만 말하고 싶다.


# 공수부대를 투입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5월18일 오전 서둘러 광주행 시외버스를 탔다. 어머니 생신이어서 고향(장흥) 집에 갔다가 ‘계엄령 전국 확대’ 소식을 듣고 서둘러 광주로 향했다.

오후 2시쯤 전남대 정문 앞으로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전두환 신군부가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정문 앞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누군가한테 물었더니 학생들이 광주공원으로 갔다고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광주공원으로 갔다. 학생들은 그곳에도 없었다. 얼마 전에 쫓겨서 금남로 쪽으로 갔다고 했다.

금남로를 향해 걸어가다가 공수부대 군인을 처음 봤다. 전투복 차림이었다. 다들 등에 총을 비껴맸고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도망쳤다. 금남로를 지나 공용터미널  쪽으로 가면서 보니 무장한 군인들이 곳곳에서 시민들을 쫓고 있었다.

공용터미널 옆 시내버스 정류장을 향해 빠르게 걸어가는데 뒤에서 군인이 다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야, 학생증 꺼내 봐!” 돌아보니 어느 젊은 여성이 지갑을 꺼내 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군인은 그 여성의 팔을 움켜잡고 군용 트럭으로 끌고 갔다.

얼른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그때 어느 사내가 창밖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야, 이 개새끼들아!” 곧바로 군인 한 명이 버스로 뛰어 들어왔다. “어떤 새끼가 욕했어!” 고함을 치더니 내 바로 앞에 앉은 젊은이를 끌고 나갔다. 그 순간 시내버스는 문을 닫고 출발했다. 무사히 농성동 집에 도착했다. ‘입주 아르바이트’ 하는 집이었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전두환 신군부는 왜 그때 광주에 공수부대를 투입했을까? 바로 직전까지는 시민들이 평화롭게 가두시위를 했고 경찰은 질서유지만 했다. "전두환은 물러나라"고 외쳤을 뿐이고 이렇다할 충돌이 없었다.


# 왜 비무장 시민들을 조준사격했나?

공수부대 군인들이 비무장 시민들을 개 패듯이 두들겨패자 시민들이 꼭지가 돌았다. 저놈들 미친 거 아냐? 왜 우리 군인들이 선량한 시민들을 저토록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냐? 내가 죽으면 죽었지 저런 꼴은 못 보겠다. 이런 심정으로 광주 시민들이 시내로 몰려나왔다. 내가 금남로에 도착했을 땐 인파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함성이 요란했다.

나는 광주은행 사거리 대각선 쪽에 서서 지켜봤다. 현재 금남로4가역 1번 출구 바로 앞이다. 금남로5가 쪽에서 트럭 한 대가 오더니 도청을 향해 질주했다. 시민 서너 명이 타고 있었는데, 주먹을 치켜올리며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박수 치며 환호했다.

30초쯤 지났을 무렵, “따 따 따 따 따 따 따…”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일순간 침묵. 다들 총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트럭이 후진으로 돌아왔다. 적재함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총 맞아 쓰러져 있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나왔다. “오매 오매”, “은자(이젠) 총을 쏴 부네”, “야 이 개새끼들아.” 저절로 욕이 나왔다. 비무장 시민을 향해 조준사격을 하다니… 사람들은 군인들이 카톨릭센터 아니면 전일빌딩 유리창가에서 조준사격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후 또 한 대의 트럭이 금남로5가 쪽에서 달려 왔다. 더 많은 시민이 적재함에 타고 있었다. 예닐곱은 돼 보였다. 또 가면 죽을 텐데…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트럭은 도청을 향해 달려갔고 다시 “따 따 따 따 따…” 총성이 났다. 트럭이 후진해서 나오는데, 오매 오매… 다 쓰러져 죽어 있었다. 기가 막혔다.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어떻게 조준사격을 해서 죽인단 말인가. 여기저기서 비명… 욕설… 총 있으면 쏴 죽이고 싶었다.

잠시 후 금남로5가 쪽에서 장갑차 한 대가 달려왔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가져온 장갑차인 듯 했다. 이번에는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오매 오매 으차쓰까, 또 죽을 것인디.” 장갑차에는 젊은이 한 명이 올라타 태극기를 흔들어댔다. 오, 태극기. 굿 아이디어. 설마 태극기 흔드는 시민까지 쏘진 않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따 따 따 따…” 총소리가 났고 장갑차가 돌아왔다. 총알이 목을 명중했는지 고개가 완전히 꺾여 있었고 피가 가슴으로 흘러 내렸다. “이 씨발놈들", “죽여 버릴 거야.” 남자들은 욕지꺼리를 했고 여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인가 그 다음날인가 오후에 금남로에 총이 풀렸다. “총 쏠 줄 아는 분들은 총을 들어 주세요.” 끊임없이 방송이 나왔다. 망설였다. 총을 들까 말까. 군부대 가서 3주간 훈련 받은 게 전부인 내가… 결국 총을 잡지 않았고 해질 무렵 농성동 집으로 갔다.

나는 비겁했고 총을 잡지 않았다. 그 후에도 총을 잡을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 게엄군이 도청을 점령하기 전날이었다. 총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귀가했다.

다음날 새벽 가두방송 소리를 듣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게엄군이 쳐들어 오고 있습니다. 모두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 자매들을 살려 주십시오…” 한전 쪽에서 가두방송이 들려왔다. 오매, 게엄군이 도청을 점령하는갑네. 남아 있는 사람들 다 죽겄네. 가 봐야 하는 거 아녀? 망설이다가 결국 가지 않았다.

훗날 온 가족이 함께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다가 가두방송 대목에서 울컥 눈물을 쏟았다. 그때 그 음성 그대로였다. 옆자리에 앉은 딸이 눈치 챌까봐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았다. 애비는 비겁하게 살아 남았단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 말도 못했단다. 이 짧은 글을 쓰는 것도 부끄럽고 부끄럽다.


(사족) 5.18 당시 전남대 학생들과 광주 시민들이 가장 많이 불렀던 시위가요는 ‘늙은 군인의 노래’를 개사한 ‘늙은 투사의 노래’였다. 내가 가르쳤던 초등학생 대용이 대원이도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는 해마다 5.18이 오면 혼자 ‘늙은 투사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리곤 했다. 부끄럽고 미안해서.




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컴업(ComeUp) 2020', 기조연설과 12개 세션 발표, 토론 영상


개막식 전체 영상. https://youtu.be/rZZZsvFxFts


개막 공연. https://youtu.be/Bbr40xwyTmc


문재인 대통령 축사.

https://youtu.be/7CbtpH_n3JY


박영선 장관 개막연설.

https://youtu.be/fdP_okAaACU


김슬아 대표의 컴업 오프닝 키노트

https://youtu.be/FGJ3RZyxHHo


김정상 듀크대 교수의 둘째날 키노트, 양자 컴퓨팅과 기술의 미래

https://youtu.be/cOxvZs6Y998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셋째날 키노트, 컬처 테크놀로지, 언택트 시대에 빛을 발휘하다.

https://youtu.be/ScIo9OcyydE



1. K방역 세션


천종윤 씨젠 대표 키노트, 바이러스는 결코 인간을 이길 수 없다

https://youtu.be/tsZDB-yJ0II


패널 토크 1,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업가정신

https://youtu.be/IGvLivHnIs8


패널 토크 2,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바이오-의료기기 분야 벤처기업 도전과제

https://youtu.be/MJ4IMIui6mY



2. 디지털 헬스케어 세션


정세주 NOOM 대표 키노트, 행동변화의 혁명

https://youtu.be/dvTaiFnCtGs


패널 토크 1, 디지털 헬스케어의 비즈니스 모델

https://youtu.be/XF1MbA3RY9Y


패널 토크 2, 비대면 헬스케어 산업의 현재와 미래

https://youtu.be/BxSMyP41z5g



3. 정책 아젠다 세션


Lamia Kamal-Chaoui (OECD Director) 키노트, 코로나 이후의 스타트업과 기업 정책 혁신을 통한 개선.

https://youtu.be/RZo8eYT3QoY


패널 토크 1, 코로나가 가속한 변화, 어떤 거버넌스로 대응할까

https://youtu.be/jnyz-tPWoSs


패널토크 2,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정책 혁신

https://youtu.be/PHLv1YuiXGk



4. 환경 세션


Emmanuel Lagamigue (Schneider Electric Chief Innovation Officer) 키노트, 기후변화, 인류 최대의 위협

https://youtu.be/zV_Oe-VhbjA


패널 토크 1, 스타트업, VC, 대기업의 삼박자: 클린테크 2.0

https://youtu.be/HPrLXxWqCII


패널토크 2, 팬데믹 이후 발전적 재건: 도시-에너지-기술 넥서스

https://youtu.be/aOKCrPDtKCI



5. 오픈 이노베이션 세션


Henry Chesbrough UC 버클리 교수, 오픈 이노베이션과 긍정적 사업성과

https://youtu.be/VSPR-eq4f6k


패널 토크 1, 스타트업 생태계와 글로벌 대기업의 개방형 혁신

https://youtu.be/FjBJVG7hLGQ


패널 토크 2, 변화가 필요한 스타트업, CVC는 어떻게 대응할까

https://youtu.be/VpvMoQNpElQ



6. 원격근무 아젠다 세션


Gary A. Boiles (싱귤래리티 유니버시티 의장), COVID-19 이후의 위대한 리셋

https://youtu.be/gncu_6BO6LA


패널 토크 1, 원격근무의 새로운 시대: 분산형 기업을 위한 전갹

https://youtu.be/ZcH1woffJFw


패널 토크 2, 일의 미래: AI와 인간의 협업, 그리고 공존

https://youtu.be/LtsiQ5ZI9k4



7. 로봇 & 인공지능 세션


John Ha (Bear Robotics 대표),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다가오는 외식업의 미래 및 현실: 과장과 진실.

https://youtu.be/mojX9zJ9aO0


패널 토크 1, 실세계와 공존하는 인공지능

https://youtu.be/JDh93Of1z98


패널 토크 2,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증강된 오프라인

https://youtu.be/Xyo9hDxP1cU



8. 제조 아젠다 세션


윤병동 OnePredict 대표 키노트, 제조업의 디지털화와 그 이후

https://youtu.be/BLUbdDIrQrQ


패널 토크 1, AI 기반의 차세대 인프라 산업

https://youtu.be/JAaCXxPRcXU


패널 토크 2, Flow Optimization: 공장, 물류센터, 사람까지

https://youtu.be/XuxaXHXyIDQ



9. 엔터테인먼트 아젠다 세션


박태훈 왓챠 대표 키노트,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OTT 시장의 기회

https://youtu.be/YgazOBIAQxk


패널 토크 1,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의 시작

https://youtu.be/hBTs-UwD6YQ


패널 토크 2, 뉴미디어, 포털과 SNS를 넘어서

https://youtu.be/hCyBP0hTd3Q



10. 교육 아젠다 세션


Betty Vandenbosch (Chief Content Officer of Coursera),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교육의 미래

https://youtu.be/NO6UD964uuA


패널 토크 1, 포스트 코로나,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진짜 역할

https://youtu.be/_QrddrG2a6s


패널 토크 2, 코로나19, 진정한 평생교육 시대를 열다

https://youtu.be/wVerRrvSvvQ



11. 커머스 아젠다 세션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태평양 유통부문 대표, e-Commerce End Game?

https://youtu.be/KWDUlPL-XNA


패널 토크 1, 포스트 코로나 시대 e-Commerce

https://youtu.be/5Js9HcgencQ


패널 토크 2, 인공지능과 3D프린팅에 의한 소비자 경험의 변화

https://youtu.be/do4a5LNpc3c



12. 유통 아젠다 세션


RJ Pittman (Matterport CEO),리테일의 미래: 현실과의 융합

https://youtu.be/hn-Y-IoUc7E


패널 토크 1, 오프라인 리테일 패러다임의 변화 

https://youtu.be/QKzekyMAWBY


패널 토크 2, ‘디지털화’를 통한 ‘산업’ 트랜스포메이션

https://youtu.be/WLK520xRShA (끝)



2017년 12월 8일 금요일

박병엽 “물어보고 싶어, 최고 제품 만들려고 피 토하며 울어봤냐고”

페이스북에 ‘6년 전 오늘’이 올라왔길래 봤더니, 박병엽 부회장이 팬택 떠난 날 인터뷰 기사다. 신문 기사를 블로그에 올리고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예전 블로그가 폐쇄된 바람에 링크를 클릭하면 글이 뜨지 않는다. 그래서 그 기사를 검색해 블로그에 다시 올린다. 6년 전 어제 박병엽은 눈물 콧물 흘리며 울부짖었고, 나는 “쓰지 마라"는 당부를 거부한 채 기어이 기사를 썼다. 미안했지만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 기사를 그대로 옮긴다. / 광파리




박병엽 팬택그룹 부회장이 사퇴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6일 오후. 내막이 궁금했다. 왜 뜬금없이 그만두겠다고 했을까? 박 부회장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서너 차례 더 걸었다. 계속 받지 않았다. 문자도 보냈지만 답신이 없었다.


팬택이 쓰러져 워크아웃 들어갔을 때도 “니 전화는 받을게”라고 했던 그였다. 꼬박꼬박 문자 답신도 했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왜 답신을 안 할까? 참기 힘든 분노 때문일까? 왜? 친구로서 걱정이 앞섰다.


오후 7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북측에 있는 팬택 본사로 갔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본 끝에 박 부회장이 이미 회사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근 식당에서 저녁밥을 먹고 있는 후배 기자를 불러 차에 태웠다. 이젠 집으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후배 기자가 주소를 알고 있었다. 팬택 본사를 떠나 제2자유로를 타고 파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후배와 박 부회장 얘기를 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1987년. 취재차 서울 구로공단에 있는 맥슨전자를 찾아가곤 했는데 마케팅 담당부장은 얘기할 때마다 김동연 과장(훗날 텔슨전자 회장)과 박병엽 신입사원을 옆에 앉게 했다. 김동연과 박병엽이 맥슨을 나와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으로 경쟁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도중에 길을 잃어 공동묘지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바람에 밤 9시가 다 돼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교하 윈슬카운티. 아담한 단독주택단지였다. 초인종을 눌렀더니 누가 나왔다. 박 부회장이었다. “나여, 광파리(기자의 블로그 필명).” “에엥? 여기까지 뭐하러 왔어?”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실에서는 세 사람이 탁자 주위에 둘러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박 부회장 부인과 올해 환갑을 넘긴 누나, 그리고 연세대 세브란스 재활병원장인 의사 친구였다. 탁자를 보니 술잔과 안주가 있었다.


자리에 앉자 대뜸 술잔을 디밀었다. “후래자니까 석 잔 마셔라.” 박 부회장은 맥주잔에 보드카를 가득 따랐다. 보드카 병은 절반쯤 비어 있었다. 옷을 갈아입지 않았는지 양복 바지에 와이셔츠 차림이었고 눈은 충혈돼 있었다. 그는 “술만 마시자. 일 얘기는 하지 말자. 취재한다면 얘기 안 할거야”라고 했다.


박 부회장은 “기사 쓰지 마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결국 “그래 안 쓸게”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친구로서 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기자로서 전혀 안 쓸 수는 없다.


박 부회장은 보드카를 따라주면 단숨에 들이켰다. 천천히 마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보드카가 떨어지자 맥주와 소주를 사오게 해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 후배가 기자회견 때 안색이 안 좋았다고 말하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요즘 속이 상해 있었어. 20일째야. 워크아웃 졸업하려고 6개월 전부터 준비했어. 그런데 종잡을 수가 없는 거야. 무지하게 노력해서 컨센서스를 모았거든. 기업은 말이야, 목숨보다 소중한 거야. 내가 아니어도 기업은 살아야 하잖아. 그런데 회수할 돈의 가치만 생각하는 거야. 입장 조율해서 다 해결했는데 막판에 걸린 거야. 끝까지 참고 기다렸는데 이젠 시간이 없잖아. 이것 해결 안 되면 가압류 들어올 테고. 수단이 없었어. 그만둔다고 말하는 것밖에 없었단 말이야. 회사는 살려야 하잖아. 답답하고 힘들었어.”


고개를 숙인 채 알쏭달쏭한 얘기를 계속 이어갔다. 중간중간 목이 메어 말을 멈췄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고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더니 또 같은 말을 했다. “부탁하자. 기사 쓰지 마라.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온 날이야. 오늘은 내가 용서가 안돼. 슬픈 날이야.”


박 부회장은 전화를 받느라 화장실 쪽으로 갔다. 그 사이 의사 친구와 얘기를 나눴다. 박 부회장 장모를 치료한 인연으로 친구로 지낸다고 했다. 박 부회장 건강에 대해서는 지금은 괜찮은 편인데 스트레스가 심해 걱정스럽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자리로 돌아와 대뜸 질문을 했다.


“내가 욕심 부린 거 봤냐? 아니잖아. 회사 목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고 싶었어. 사람 목숨만큼 중요한 게 기업 목숨이야. 팬택은 기업사적으로 봐도 의미 있는 회사야. 삼성 LG와 싸워서 가는 줄 알았는데 다시 일어나고. 새 시대에 맞는 제품 만들어서 2등 했다는 건 의미 있잖아. 말하기는 쉬워. 하지만 기업가로서 기업을 완성하는 건 쉽지 않아. 물어보고 싶어. 기업에서 최고의 물건을 만들려고 끝까지 노력해 봤냐고. 피를 토해 봤냐고. 울어 봤냐고. 나를 던져서라도 기업만큼은…. 내 구성원들만큼은…. 마시자.”


여전히 독백 같았다. 고개를 숙인 채 때로는 큰 소리로, 때로는 속삭이듯 얘기를 이어갔다. “울어 봤냐고”라고 외칠 무렵부터는 옛일이 생각났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부인과 누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열심히 살았어. 4, 5년 동안 사람들 안 만나고 죽어라고 했어. 내가 이렇게 안 하면 누가 우리 회사 살리겠어. 그런데… 그러면 안돼. 삼성 LG와 맞짱뜬 기업한테, 세계에서 경쟁력 인정받은 기업한테 그러면 안돼. 왜 삼성이어야만 하고 LG여야만 하고 현대여야만 해? 좌절을 느꼈어. 온몸으로 이건 아니라고 항거하는 방법은…. 내가 나를 내던지는 것밖에 없었어. 필요없어. 스톡옵션 같은 거 필요없어. 우리 구성원들 슬프게 하면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온몸으로 저항할 거야. 말도 안돼. 대한민국에서는 할아버지 잘 만나지 않으면 기업 못하는 거냐? 그런 거야? 말도 안돼. 우리 회사 구성원들한테 약속 지켜야 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광파라, 왜 왔냐?”


박 부회장이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부인이 한마디 했다. “몇 년째, 몇 달째 너무 너무 힘드셨어요.”


박 부회장은 자리로 돌아와 잔을 비우고 다시 입을 열었다.

“세상 어떤 나라에서 이렇게까지 경쟁력 요구하냐. 나 작업당한 거 알잖아. 조사받은 것 알잖아. 세무조사 많이 받았고 검찰 조사 많이 받은 거 알잖아. 그래도 여기까지 왔어. LG 제치고 삼성이 두려워하는 기업 만들었어. 그렇게 왔는데… 막판에… 그러면 안돼.”


박 부회장이 얘기하는 동안 밖에서 대리운전사가 자꾸 채근했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넘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었다. 언제 돌아올 거냐고. 빨리 돌아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순간 박 부회장이 와락 껴안았다. “광파라, 부탁한다. 쓰지 마.” 물을 수가 없었다. 언제 돌아올 거냐고 묻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손을 꼭 잡아주고 집을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파주=김광현/조귀동 기자 khkim@hankyung.com



박 부회장은 현재는 팬택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물류회사를 설립해 조용히 키워가고 있다. 매출 1천억원대는 이미 돌파했고 흑자도 쏠쏠히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끝)

2017년 11월 8일 수요일

"실수에 대해 '괜찮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스케일업 혁명을 해야 한다.”
“라이센시에서 라이센서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사회가 함께 달라져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행착오에 대해 ‘괜찮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산업공학과) 강연을 들었다.
한국성장금융 주최 ‘2017 모험투자 포럼',
8일 오후 서울 강남 디캠프(D.CAMP)에서 열렸다.
이 교수의 강연 내용 중 몇 대목만 소개한다.

이정동.JPG

한국 산업계는 개념 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누군가는 설계도를 만들고 누군가는 실행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그동안 ‘라이센시’였다.
기술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설계도를 그리면
우리는 그걸 잘 실행해서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 관문은 ‘라이센서’로 탈바꿈하는 일이다.
그동안 1단 로켓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2단 로켓으로 글로벌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아직 개념 설계를 할 줄 모른다.
왜 못하는가? 스케일업을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갖고 스케일업을 해야 개념 설계가 나온다.
아이디어 다음엔 스케일업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신사업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큰 기업에서 왜 신사업이 안 나오느냐?
리더들이 아이디어 찾는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스케일업으로 버텨야 하는데 아이디어를 찾는다.
아이디어 짜내려고 워크숍도 가는데 방향이 잘못 됐다.
대개 아이디어 결제권자와 스케일업 결제권자가 다르다.
그런데 스케일업 분야에서 (실행) 사인이 안 나온다.
그러다 보니 자꾸 엽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 혁명이 아니라
스케일업 혁명이다.
스케일업으로 버텨나가는데 금융이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는 로켓 공학자가 아니다. 그런데 만들었다.
없는 것을 만들어냈다. 13년 간 시행착오 겪으며 버텼다.
우리 사회가 젊은 친구들이 도전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대학이든 연구소든 반성해야 한다.
From Licensee to Licensor.
라이센서로 껍질 벗기 직전에는 진통이 따른다.
우리 경제가 지금 껍질을 벗고 탈피하는 중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이 고수가 돼야 한다.
개념 설계를 할 수 있으려면 오타쿠가 많아져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오타쿠가 돼야 한다.

조직도 달라져야 한다.
핵심 부품은 설계하지 말고 미국 설계 받아와라, 하면
엔지니어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느냐.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발주 측 엔지니어한테 물어봤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기회를 두세 번 줬는데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고.
그래서 해당 업체한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담당자가 퇴사해서"라고 하더라. 이건 조직이 아니다.
실수를 겪더라도 경험이 쌓여야 조직이 강해진다.
그런데 조직이 기억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조직이 개념 설계를 하지 못한다.
라이선시일 때는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라이센서로 가려면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
기록을 해야 조직이 고수가 된다.

우리 사회가 시행착오에 대해 열려 있으려면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무인기 만들다가 실패했는데,
시제품 제작비 67억원을 엔지니어 5명한테 배상하라고 했다.
엔지니어 한 사람당 13억4천만원.
젊은 엔지니어한테 이런 거액의 돈이 어디 있겠냐?
이 뉴스를 접한 서울공대 대학원생들이 이렇게 말하더라.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공공부문이 우리 사회에 어떤 시그널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용인해 줘야 한다.
우리 사회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건강한 시행착오는 괜찮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끝)

2017년 10월 26일 목요일

G메일용 애드온 ‘스트릭'을 써 봤더니…

구글이 어제 G메일 ‘애드온(add-on)’ 7개를 공개했다. G메일 기능을 추가해주는 응용 프로그램으로, 써드파티가 개발한 것이다. 애드온 하나를 깔아서 써 봤는데, 쓸 만하다. ‘스트릭'이라는 안드로이드용 애드온이다. Streak CRM Add-on for Gmail.

이 애드온을 깔았더니 폰에서 G메일 읽으면서 커뮤니케이션 하기가 편해졌다. G메일을 읽다가 G메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상대방한테 전화를 걸 수 있고, 문자를 날릴 수도 있고, 행아웃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그동안 상대방과 주고받은 통화, 메일, 문자, 행아웃 등의 내역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연락처에 담긴 상대방 정보도 볼 수 있다.

G메일 애드온을 어떻게 까나?

G메일 웹사이트 우측상단에 있는 ‘설정’에서 ‘Get Add-ons’를 클릭하면 7개 애드온이 뜬다. 여기서 원하는 애드온을 골라서 깔면 된다. 스트릭을 골라서 깔았다.


애드온1.png
애드온2.png

애드온을 깔고 나서 폰에서 G메일을 열어 뭐가 달라졌는지 확인했다.

아래 캡처 화면과 같이 G메일 화면에서 상대방 얼굴 아이콘을 눌렀더니 ②번처럼 떴다. 상대방 얼굴과 연락처다. 굳이 G메일 화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전화 아이콘을 눌러 바로 통화할 수 있고, 문자 아이콘을 눌러 문자를 보낼 수도 있고, 행아웃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G메일 화면으로 돌아가려면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아래로 그어 내리면 된다.)

지메일1.png

②번 화면을 손가락으로 위로 그어 올리면 더 많은 정보가 나타난다. ③번 화면처럼 뜨고, 좀더 그어 올리면 ④번 화면처럼 뜬다. 그동안 상대방과 주고받은 전화통화, 문자, 행아웃 등의 내역이 날짜 시간 정보와 함께 시간순으로 뜬다. 이 화면을 위로 더 그어 올리면 ‘함께 아는 사용자', ‘사진', ‘링크', ‘생일', ‘경력 및 학력' 등의 정보가 뜬다.

(G메일 화면으로 돌아가려면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아래로 그어 내리면 된다.)

지메일2.png


이상이다. 별 거 아니다. G메일용 애드온… 스트릭의 경우 카카오톡과 연동하지 않는 게 아쉽지만, 안드로이드폰과 G메일 사용자라면 시험삼아 깔아서 써 볼 만하다.

One more thing. 휴대폰에서 G메일 ‘받은편지함’에서 열어볼 필요 없는 메일을 보관처리하기가 쉬워졌다. 메일 제목에 손가락을 대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그으면 바로 보관처리된다. ‘인박스(Inbox)’의 보관처리 기능이 기존 G메일 앱에도 적용됐다. 보관처리 직후 바로 취소할 수도 있다. 화면 하단에 취소 여부를 묻는 글이 뜬다. '보관처리'는 '삭제'와는 다르다. 받은편지함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검색하면 나타난다. (광파리)

취소4.png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손정의 회장 말하길 "1조 달러짜리 선물을 주겠다"

데이비드 루빈스타인이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담을 인터뷰 했다. 그 영상을 보다가 너무 재밌어서 메모했다. 뒷부분이 조금 남았는데 퇴근해야 해서 미완성 상태로 공유한다. 페이스북에 올리기엔 너무 길어서 블로그에 싣는다. 짬 나면 동영상을 직접 보시길 바란다.

(1000억 달러 펀드 만들겠다고 할 때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지 않더냐?) 그렇게 말한 사람도 더러 있었다 ㅎㅎ. (한 시간만에 사우디 왕자를 설득해 450억 달러 투자하게 했다는데 맞냐?) 아니다. 45분만에 450억 달러였다. (오, 미안하다.) 1분에 10억 달러다 ㅎㅎ. 도쿄 선물, 마사 선물, 1조 달러짜리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관심을 갖더라. 1조 달러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나한테 1000억 달러를 투자해라. 그러면 1조 달러 선물로 돌려주겠다, 이렇게 말했다. (어떤 비전을 말해서 설득했냐?) 싱귤래리티 비전이다. 싱귤래리티는 컴퓨터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똑똑해지는 것을 말한다. 이미 체스 바둑 일기예보 등의 분야에서는 컴퓨터가 사람보다 똑똑하다. 30년 내에 대다수 분야에서 컴퓨터가 사람보다 똑똑해질 것이다.


(한국계 3세로서 차별 받지 않았냐?) 차별을 조금 경험했다. 그러나 그 바람에 더 강해졌고, 더 열심히 했고, 내가 열등하지 않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했는데…) 일본 정부가 모든 재일한국인한테 강제로 개명하게 한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도쿄 시내에서 자란 것은 아니었다고 하던데.) 남쪽에서 살았다. (한때 맥도날드 사장 만나고 싶어했다고 하던데.) 맥도날드재팬 사장이었다. 그 사람이 책을 썼는데 베스트셀러였다. 그 책을 쓴 사람은 대단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몇 살이었냐?) 열여섯이었다. (만나기 위해 어떻게 했느냐?) 그 사람 비서한테 전화를 걸었다. 60번이나 장거리전화를 걸었다. 그땐 장거리전화가 엄청 비쌌다. 내 이름 알려주고 학생인데 시간 좀 내달라고 얘기 좀 전해 달라고 했다. 안된다길래 니가 결정하지 말고 그분이 결정하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전화비 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쿄로 날아갔다. 전화요금이 비행기 티켓보다 비싸서 그랬다. 내가 말한대로 정확히 전해달라. 나를 볼 필요도 없고, 나랑 말할 필요도 없고, 무슨 일이든 그냥 계속 하시면 된다, 나는 그분 얼굴만 보면 된다고 했다. 3분 동안만. 너무 감명을 받았고 존경해서 보려고 하는 거다,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대로 전했고 사장님은 나를 15분 동안 만나줬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했다. (그분한테 충고를 받았냐?) 내가 어떤 사업을 해야 할 것 같냐고 물었다. 내가 지금 너라면 컴퓨터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과거 산업을 보지 말고 미래 산업을 봐라, 그게 컴퓨터 산업이다, 이렇게 말해줬다.


(UC버클리 유학을 가서 공부는 않고 부업에 몰두했다던데.) 나는 좋은 학생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공부 이외의 것에 하루 5분만 쏟기로 했다. 하루 5분씩 시간을 내서 한 달에 1만 달러를 벌고 싶었다. 친구는 미쳤냐, 그건 불가능하다, 마약 팔려고 그러냐, 그랬다. 그건 아니고… 하루에 5분씩 짬을 내 특허 등록할 발명을 하겠다고 했다. 시계 알람을 맞춰놓고 제발 발명아 돼라, 발명아 돼라, 했다 ㅎㅎ. (그래서 단어를 번역해주는 기계를 발명했느냐?) 전자사전을 발명했다. 최초의 전자사전, 많은 학생들이 사용한 전자사전을 내가 맨먼저 개발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었냐?) 170만 달러를 벌었다. (그 돈을 어디에 썼냐?) 소프트뱅크 설립하는데 썼다. 150만 달러짜리 프로젝트 하나를 더 했다. 18개월만에 320만 달러니까 한 달에 1만 달러 이상을 번 셈이다. (그렇게 돈을 벌고 왜 일본으로 귀국했냐? 실리콘밸리에 머물지 않고 왜 돌아갔냐?) 내가 미국 유학 떠날 때 어머니가 공항까지 나와서 우셨다. 그래서 공부 마치면 일본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켰다.


(일본으로 돌아가 소프트뱅크를 설립했는데, 무슨 회사였냐?) 퍼스널컴퓨터 사업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하드웨어는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부족했다. 그래서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들한테 소프트웨어를 사 모아 PC가게들에 도매로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은행, 소프트웨어 도매상이 되려고 소프트뱅크를 차렸다.


(돈을 번 뒤에 투자를 시작했는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로 꼽히는 알리바바 투자를 했는가. 알리바바에 약 2천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그게 알리바바가 상장할 시점엔 900억 달러가 됐다던데, 그렇다면 4500배 장사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가장 성공적인 기업인이 됐다. 어떻게 알리바바에 투자하게 됐나?) 그는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매출도 없었다. 직원은 35명 내지 40명이었다. 그런데 그분 눈이 매우 강렬했고 빛이 났다. 카리스마가 있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야후에는 어떻게 투자하게 됐나?) 야후 미국법인은 기업공개 전이었고 직원은 15명이었다. 제리 양이랑 얘기해 1억 달러를 투자했고, 지분 35%를 가졌다. 그리고 제리 양을 설득해 일본에 합작회사 야후재팬을 설립했다. 우리가 120만 달러, 야후가 80만 달러를 투자했고, 우리가 지분 60%를 가졌다.


(2000년 전후에 인터넷 기업에 많이 투자했다. 시장이 붕괴하면서 700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들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손실이었다고 하던데 그때 기분 어땠나?)  그 전에는 내 개인 자산이 매주 100억 달러씩 증가했다 ㅎㅎ. 그 덕에 사흘 동안은 내가 빌 게이츠보다 더 부자였다. 그리고는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99%나 하락했다. 회사가 부도 나기 직전에 이르렀다. 그런데 살아남았다.


(보다폰 일본법인을 인수해 모바일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인터넷이 모바일 인터넷으로 갈 거라고 봤다. 그래서 정부로부터 주파수 라이선스를 따내든지 보다폰재팬을 인수해야 했다. 주파수 신청을 했는데 정부가 주파수 여유가 없다고 주지 않았다. 정부를 제소했다. 그래서 보다폰재팬을 사기로 했는데 200억 달러가 필요했다. 그때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돈은 20억 달러 뿐이었다. 180억 달러가 부족했다.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나?) 은행을 설득했다. 보다폰재팬은 살아날 것이다, 성공할 것이고, 엄청난 캐시카우가 될 것이다, 나를 믿고 돈을 빌려달라,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빌렸냐?) 빌렸다. (성공했냐?) 성공했다.


(최근 ARM에 가장 큰 투자를 했는데. 런던에 있는 반도체 회사. 어떻게 310억 달러나 투자할 생각을 했냐? 사람들은 전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ARM은 반도체 생산회사가 아니라 반도체 설계회사다. 스마트폰용 칩 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었다. 모든 곳에 칩이 들어갈 것이고 돈 버는 것만 잘하면 된다고 봤다. 이 회사가 구글보다 더 가치가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미완성)



(추가) 손정의 회장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좀더 알고 싶다면 지난 6월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 했던 연설문을 읽어보길 바란다. 30년 이내에 싱귤래리티가 발생한다. 컴퓨터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면 산업이 재정의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자율주행이 실현돼 교통사고 없는 세상이 열리고, 인간의 수명은 100세 이상으로 늘어난다, 로봇과 인간이 공생하는 세상이 열린다 등등. (http://logmi.jp/214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