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8일 금요일

박병엽 “물어보고 싶어, 최고 제품 만들려고 피 토하며 울어봤냐고”

페이스북에 ‘6년 전 오늘’이 올라왔길래 봤더니, 박병엽 부회장이 팬택 떠난 날 인터뷰 기사다. 신문 기사를 블로그에 올리고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예전 블로그가 폐쇄된 바람에 링크를 클릭하면 글이 뜨지 않는다. 그래서 그 기사를 검색해 블로그에 다시 올린다. 6년 전 어제 박병엽은 눈물 콧물 흘리며 울부짖었고, 나는 “쓰지 마라"는 당부를 거부한 채 기어이 기사를 썼다. 미안했지만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 기사를 그대로 옮긴다. / 광파리




박병엽 팬택그룹 부회장이 사퇴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6일 오후. 내막이 궁금했다. 왜 뜬금없이 그만두겠다고 했을까? 박 부회장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서너 차례 더 걸었다. 계속 받지 않았다. 문자도 보냈지만 답신이 없었다.


팬택이 쓰러져 워크아웃 들어갔을 때도 “니 전화는 받을게”라고 했던 그였다. 꼬박꼬박 문자 답신도 했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왜 답신을 안 할까? 참기 힘든 분노 때문일까? 왜? 친구로서 걱정이 앞섰다.


오후 7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북측에 있는 팬택 본사로 갔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본 끝에 박 부회장이 이미 회사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근 식당에서 저녁밥을 먹고 있는 후배 기자를 불러 차에 태웠다. 이젠 집으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후배 기자가 주소를 알고 있었다. 팬택 본사를 떠나 제2자유로를 타고 파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후배와 박 부회장 얘기를 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1987년. 취재차 서울 구로공단에 있는 맥슨전자를 찾아가곤 했는데 마케팅 담당부장은 얘기할 때마다 김동연 과장(훗날 텔슨전자 회장)과 박병엽 신입사원을 옆에 앉게 했다. 김동연과 박병엽이 맥슨을 나와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으로 경쟁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도중에 길을 잃어 공동묘지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바람에 밤 9시가 다 돼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교하 윈슬카운티. 아담한 단독주택단지였다. 초인종을 눌렀더니 누가 나왔다. 박 부회장이었다. “나여, 광파리(기자의 블로그 필명).” “에엥? 여기까지 뭐하러 왔어?”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실에서는 세 사람이 탁자 주위에 둘러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박 부회장 부인과 올해 환갑을 넘긴 누나, 그리고 연세대 세브란스 재활병원장인 의사 친구였다. 탁자를 보니 술잔과 안주가 있었다.


자리에 앉자 대뜸 술잔을 디밀었다. “후래자니까 석 잔 마셔라.” 박 부회장은 맥주잔에 보드카를 가득 따랐다. 보드카 병은 절반쯤 비어 있었다. 옷을 갈아입지 않았는지 양복 바지에 와이셔츠 차림이었고 눈은 충혈돼 있었다. 그는 “술만 마시자. 일 얘기는 하지 말자. 취재한다면 얘기 안 할거야”라고 했다.


박 부회장은 “기사 쓰지 마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결국 “그래 안 쓸게”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친구로서 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기자로서 전혀 안 쓸 수는 없다.


박 부회장은 보드카를 따라주면 단숨에 들이켰다. 천천히 마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보드카가 떨어지자 맥주와 소주를 사오게 해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 후배가 기자회견 때 안색이 안 좋았다고 말하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요즘 속이 상해 있었어. 20일째야. 워크아웃 졸업하려고 6개월 전부터 준비했어. 그런데 종잡을 수가 없는 거야. 무지하게 노력해서 컨센서스를 모았거든. 기업은 말이야, 목숨보다 소중한 거야. 내가 아니어도 기업은 살아야 하잖아. 그런데 회수할 돈의 가치만 생각하는 거야. 입장 조율해서 다 해결했는데 막판에 걸린 거야. 끝까지 참고 기다렸는데 이젠 시간이 없잖아. 이것 해결 안 되면 가압류 들어올 테고. 수단이 없었어. 그만둔다고 말하는 것밖에 없었단 말이야. 회사는 살려야 하잖아. 답답하고 힘들었어.”


고개를 숙인 채 알쏭달쏭한 얘기를 계속 이어갔다. 중간중간 목이 메어 말을 멈췄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고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더니 또 같은 말을 했다. “부탁하자. 기사 쓰지 마라.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온 날이야. 오늘은 내가 용서가 안돼. 슬픈 날이야.”


박 부회장은 전화를 받느라 화장실 쪽으로 갔다. 그 사이 의사 친구와 얘기를 나눴다. 박 부회장 장모를 치료한 인연으로 친구로 지낸다고 했다. 박 부회장 건강에 대해서는 지금은 괜찮은 편인데 스트레스가 심해 걱정스럽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자리로 돌아와 대뜸 질문을 했다.


“내가 욕심 부린 거 봤냐? 아니잖아. 회사 목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고 싶었어. 사람 목숨만큼 중요한 게 기업 목숨이야. 팬택은 기업사적으로 봐도 의미 있는 회사야. 삼성 LG와 싸워서 가는 줄 알았는데 다시 일어나고. 새 시대에 맞는 제품 만들어서 2등 했다는 건 의미 있잖아. 말하기는 쉬워. 하지만 기업가로서 기업을 완성하는 건 쉽지 않아. 물어보고 싶어. 기업에서 최고의 물건을 만들려고 끝까지 노력해 봤냐고. 피를 토해 봤냐고. 울어 봤냐고. 나를 던져서라도 기업만큼은…. 내 구성원들만큼은…. 마시자.”


여전히 독백 같았다. 고개를 숙인 채 때로는 큰 소리로, 때로는 속삭이듯 얘기를 이어갔다. “울어 봤냐고”라고 외칠 무렵부터는 옛일이 생각났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부인과 누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열심히 살았어. 4, 5년 동안 사람들 안 만나고 죽어라고 했어. 내가 이렇게 안 하면 누가 우리 회사 살리겠어. 그런데… 그러면 안돼. 삼성 LG와 맞짱뜬 기업한테, 세계에서 경쟁력 인정받은 기업한테 그러면 안돼. 왜 삼성이어야만 하고 LG여야만 하고 현대여야만 해? 좌절을 느꼈어. 온몸으로 이건 아니라고 항거하는 방법은…. 내가 나를 내던지는 것밖에 없었어. 필요없어. 스톡옵션 같은 거 필요없어. 우리 구성원들 슬프게 하면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온몸으로 저항할 거야. 말도 안돼. 대한민국에서는 할아버지 잘 만나지 않으면 기업 못하는 거냐? 그런 거야? 말도 안돼. 우리 회사 구성원들한테 약속 지켜야 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광파라, 왜 왔냐?”


박 부회장이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부인이 한마디 했다. “몇 년째, 몇 달째 너무 너무 힘드셨어요.”


박 부회장은 자리로 돌아와 잔을 비우고 다시 입을 열었다.

“세상 어떤 나라에서 이렇게까지 경쟁력 요구하냐. 나 작업당한 거 알잖아. 조사받은 것 알잖아. 세무조사 많이 받았고 검찰 조사 많이 받은 거 알잖아. 그래도 여기까지 왔어. LG 제치고 삼성이 두려워하는 기업 만들었어. 그렇게 왔는데… 막판에… 그러면 안돼.”


박 부회장이 얘기하는 동안 밖에서 대리운전사가 자꾸 채근했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넘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었다. 언제 돌아올 거냐고. 빨리 돌아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순간 박 부회장이 와락 껴안았다. “광파라, 부탁한다. 쓰지 마.” 물을 수가 없었다. 언제 돌아올 거냐고 묻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손을 꼭 잡아주고 집을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파주=김광현/조귀동 기자 khkim@hankyung.com



박 부회장은 현재는 팬택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물류회사를 설립해 조용히 키워가고 있다. 매출 1천억원대는 이미 돌파했고 흑자도 쏠쏠히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끝)

2017년 11월 8일 수요일

"실수에 대해 '괜찮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스케일업 혁명을 해야 한다.”
“라이센시에서 라이센서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사회가 함께 달라져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행착오에 대해 ‘괜찮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산업공학과) 강연을 들었다.
한국성장금융 주최 ‘2017 모험투자 포럼',
8일 오후 서울 강남 디캠프(D.CAMP)에서 열렸다.
이 교수의 강연 내용 중 몇 대목만 소개한다.

이정동.JPG

한국 산업계는 개념 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누군가는 설계도를 만들고 누군가는 실행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그동안 ‘라이센시’였다.
기술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설계도를 그리면
우리는 그걸 잘 실행해서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 관문은 ‘라이센서’로 탈바꿈하는 일이다.
그동안 1단 로켓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2단 로켓으로 글로벌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아직 개념 설계를 할 줄 모른다.
왜 못하는가? 스케일업을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갖고 스케일업을 해야 개념 설계가 나온다.
아이디어 다음엔 스케일업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신사업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큰 기업에서 왜 신사업이 안 나오느냐?
리더들이 아이디어 찾는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스케일업으로 버텨야 하는데 아이디어를 찾는다.
아이디어 짜내려고 워크숍도 가는데 방향이 잘못 됐다.
대개 아이디어 결제권자와 스케일업 결제권자가 다르다.
그런데 스케일업 분야에서 (실행) 사인이 안 나온다.
그러다 보니 자꾸 엽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 혁명이 아니라
스케일업 혁명이다.
스케일업으로 버텨나가는데 금융이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는 로켓 공학자가 아니다. 그런데 만들었다.
없는 것을 만들어냈다. 13년 간 시행착오 겪으며 버텼다.
우리 사회가 젊은 친구들이 도전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대학이든 연구소든 반성해야 한다.
From Licensee to Licensor.
라이센서로 껍질 벗기 직전에는 진통이 따른다.
우리 경제가 지금 껍질을 벗고 탈피하는 중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이 고수가 돼야 한다.
개념 설계를 할 수 있으려면 오타쿠가 많아져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오타쿠가 돼야 한다.

조직도 달라져야 한다.
핵심 부품은 설계하지 말고 미국 설계 받아와라, 하면
엔지니어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느냐.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발주 측 엔지니어한테 물어봤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기회를 두세 번 줬는데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고.
그래서 해당 업체한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담당자가 퇴사해서"라고 하더라. 이건 조직이 아니다.
실수를 겪더라도 경험이 쌓여야 조직이 강해진다.
그런데 조직이 기억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조직이 개념 설계를 하지 못한다.
라이선시일 때는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라이센서로 가려면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
기록을 해야 조직이 고수가 된다.

우리 사회가 시행착오에 대해 열려 있으려면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무인기 만들다가 실패했는데,
시제품 제작비 67억원을 엔지니어 5명한테 배상하라고 했다.
엔지니어 한 사람당 13억4천만원.
젊은 엔지니어한테 이런 거액의 돈이 어디 있겠냐?
이 뉴스를 접한 서울공대 대학원생들이 이렇게 말하더라.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공공부문이 우리 사회에 어떤 시그널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용인해 줘야 한다.
우리 사회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건강한 시행착오는 괜찮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끝)

2017년 10월 26일 목요일

G메일용 애드온 ‘스트릭'을 써 봤더니…

구글이 어제 G메일 ‘애드온(add-on)’ 7개를 공개했다. G메일 기능을 추가해주는 응용 프로그램으로, 써드파티가 개발한 것이다. 애드온 하나를 깔아서 써 봤는데, 쓸 만하다. ‘스트릭'이라는 안드로이드용 애드온이다. Streak CRM Add-on for Gmail.

이 애드온을 깔았더니 폰에서 G메일 읽으면서 커뮤니케이션 하기가 편해졌다. G메일을 읽다가 G메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상대방한테 전화를 걸 수 있고, 문자를 날릴 수도 있고, 행아웃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그동안 상대방과 주고받은 통화, 메일, 문자, 행아웃 등의 내역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연락처에 담긴 상대방 정보도 볼 수 있다.

G메일 애드온을 어떻게 까나?

G메일 웹사이트 우측상단에 있는 ‘설정’에서 ‘Get Add-ons’를 클릭하면 7개 애드온이 뜬다. 여기서 원하는 애드온을 골라서 깔면 된다. 스트릭을 골라서 깔았다.


애드온1.png
애드온2.png

애드온을 깔고 나서 폰에서 G메일을 열어 뭐가 달라졌는지 확인했다.

아래 캡처 화면과 같이 G메일 화면에서 상대방 얼굴 아이콘을 눌렀더니 ②번처럼 떴다. 상대방 얼굴과 연락처다. 굳이 G메일 화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전화 아이콘을 눌러 바로 통화할 수 있고, 문자 아이콘을 눌러 문자를 보낼 수도 있고, 행아웃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G메일 화면으로 돌아가려면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아래로 그어 내리면 된다.)

지메일1.png

②번 화면을 손가락으로 위로 그어 올리면 더 많은 정보가 나타난다. ③번 화면처럼 뜨고, 좀더 그어 올리면 ④번 화면처럼 뜬다. 그동안 상대방과 주고받은 전화통화, 문자, 행아웃 등의 내역이 날짜 시간 정보와 함께 시간순으로 뜬다. 이 화면을 위로 더 그어 올리면 ‘함께 아는 사용자', ‘사진', ‘링크', ‘생일', ‘경력 및 학력' 등의 정보가 뜬다.

(G메일 화면으로 돌아가려면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아래로 그어 내리면 된다.)

지메일2.png


이상이다. 별 거 아니다. G메일용 애드온… 스트릭의 경우 카카오톡과 연동하지 않는 게 아쉽지만, 안드로이드폰과 G메일 사용자라면 시험삼아 깔아서 써 볼 만하다.

One more thing. 휴대폰에서 G메일 ‘받은편지함’에서 열어볼 필요 없는 메일을 보관처리하기가 쉬워졌다. 메일 제목에 손가락을 대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그으면 바로 보관처리된다. ‘인박스(Inbox)’의 보관처리 기능이 기존 G메일 앱에도 적용됐다. 보관처리 직후 바로 취소할 수도 있다. 화면 하단에 취소 여부를 묻는 글이 뜬다. '보관처리'는 '삭제'와는 다르다. 받은편지함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검색하면 나타난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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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손정의 회장 말하길 "1조 달러짜리 선물을 주겠다"

데이비드 루빈스타인이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담을 인터뷰 했다. 그 영상을 보다가 너무 재밌어서 메모했다. 뒷부분이 조금 남았는데 퇴근해야 해서 미완성 상태로 공유한다. 페이스북에 올리기엔 너무 길어서 블로그에 싣는다. 짬 나면 동영상을 직접 보시길 바란다.

(1000억 달러 펀드 만들겠다고 할 때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지 않더냐?) 그렇게 말한 사람도 더러 있었다 ㅎㅎ. (한 시간만에 사우디 왕자를 설득해 450억 달러 투자하게 했다는데 맞냐?) 아니다. 45분만에 450억 달러였다. (오, 미안하다.) 1분에 10억 달러다 ㅎㅎ. 도쿄 선물, 마사 선물, 1조 달러짜리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관심을 갖더라. 1조 달러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나한테 1000억 달러를 투자해라. 그러면 1조 달러 선물로 돌려주겠다, 이렇게 말했다. (어떤 비전을 말해서 설득했냐?) 싱귤래리티 비전이다. 싱귤래리티는 컴퓨터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똑똑해지는 것을 말한다. 이미 체스 바둑 일기예보 등의 분야에서는 컴퓨터가 사람보다 똑똑하다. 30년 내에 대다수 분야에서 컴퓨터가 사람보다 똑똑해질 것이다.


(한국계 3세로서 차별 받지 않았냐?) 차별을 조금 경험했다. 그러나 그 바람에 더 강해졌고, 더 열심히 했고, 내가 열등하지 않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했는데…) 일본 정부가 모든 재일한국인한테 강제로 개명하게 한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도쿄 시내에서 자란 것은 아니었다고 하던데.) 남쪽에서 살았다. (한때 맥도날드 사장 만나고 싶어했다고 하던데.) 맥도날드재팬 사장이었다. 그 사람이 책을 썼는데 베스트셀러였다. 그 책을 쓴 사람은 대단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몇 살이었냐?) 열여섯이었다. (만나기 위해 어떻게 했느냐?) 그 사람 비서한테 전화를 걸었다. 60번이나 장거리전화를 걸었다. 그땐 장거리전화가 엄청 비쌌다. 내 이름 알려주고 학생인데 시간 좀 내달라고 얘기 좀 전해 달라고 했다. 안된다길래 니가 결정하지 말고 그분이 결정하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전화비 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쿄로 날아갔다. 전화요금이 비행기 티켓보다 비싸서 그랬다. 내가 말한대로 정확히 전해달라. 나를 볼 필요도 없고, 나랑 말할 필요도 없고, 무슨 일이든 그냥 계속 하시면 된다, 나는 그분 얼굴만 보면 된다고 했다. 3분 동안만. 너무 감명을 받았고 존경해서 보려고 하는 거다,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대로 전했고 사장님은 나를 15분 동안 만나줬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했다. (그분한테 충고를 받았냐?) 내가 어떤 사업을 해야 할 것 같냐고 물었다. 내가 지금 너라면 컴퓨터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과거 산업을 보지 말고 미래 산업을 봐라, 그게 컴퓨터 산업이다, 이렇게 말해줬다.


(UC버클리 유학을 가서 공부는 않고 부업에 몰두했다던데.) 나는 좋은 학생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공부 이외의 것에 하루 5분만 쏟기로 했다. 하루 5분씩 시간을 내서 한 달에 1만 달러를 벌고 싶었다. 친구는 미쳤냐, 그건 불가능하다, 마약 팔려고 그러냐, 그랬다. 그건 아니고… 하루에 5분씩 짬을 내 특허 등록할 발명을 하겠다고 했다. 시계 알람을 맞춰놓고 제발 발명아 돼라, 발명아 돼라, 했다 ㅎㅎ. (그래서 단어를 번역해주는 기계를 발명했느냐?) 전자사전을 발명했다. 최초의 전자사전, 많은 학생들이 사용한 전자사전을 내가 맨먼저 개발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었냐?) 170만 달러를 벌었다. (그 돈을 어디에 썼냐?) 소프트뱅크 설립하는데 썼다. 150만 달러짜리 프로젝트 하나를 더 했다. 18개월만에 320만 달러니까 한 달에 1만 달러 이상을 번 셈이다. (그렇게 돈을 벌고 왜 일본으로 귀국했냐? 실리콘밸리에 머물지 않고 왜 돌아갔냐?) 내가 미국 유학 떠날 때 어머니가 공항까지 나와서 우셨다. 그래서 공부 마치면 일본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켰다.


(일본으로 돌아가 소프트뱅크를 설립했는데, 무슨 회사였냐?) 퍼스널컴퓨터 사업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하드웨어는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부족했다. 그래서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들한테 소프트웨어를 사 모아 PC가게들에 도매로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은행, 소프트웨어 도매상이 되려고 소프트뱅크를 차렸다.


(돈을 번 뒤에 투자를 시작했는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로 꼽히는 알리바바 투자를 했는가. 알리바바에 약 2천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그게 알리바바가 상장할 시점엔 900억 달러가 됐다던데, 그렇다면 4500배 장사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가장 성공적인 기업인이 됐다. 어떻게 알리바바에 투자하게 됐나?) 그는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매출도 없었다. 직원은 35명 내지 40명이었다. 그런데 그분 눈이 매우 강렬했고 빛이 났다. 카리스마가 있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야후에는 어떻게 투자하게 됐나?) 야후 미국법인은 기업공개 전이었고 직원은 15명이었다. 제리 양이랑 얘기해 1억 달러를 투자했고, 지분 35%를 가졌다. 그리고 제리 양을 설득해 일본에 합작회사 야후재팬을 설립했다. 우리가 120만 달러, 야후가 80만 달러를 투자했고, 우리가 지분 60%를 가졌다.


(2000년 전후에 인터넷 기업에 많이 투자했다. 시장이 붕괴하면서 700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들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손실이었다고 하던데 그때 기분 어땠나?)  그 전에는 내 개인 자산이 매주 100억 달러씩 증가했다 ㅎㅎ. 그 덕에 사흘 동안은 내가 빌 게이츠보다 더 부자였다. 그리고는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99%나 하락했다. 회사가 부도 나기 직전에 이르렀다. 그런데 살아남았다.


(보다폰 일본법인을 인수해 모바일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인터넷이 모바일 인터넷으로 갈 거라고 봤다. 그래서 정부로부터 주파수 라이선스를 따내든지 보다폰재팬을 인수해야 했다. 주파수 신청을 했는데 정부가 주파수 여유가 없다고 주지 않았다. 정부를 제소했다. 그래서 보다폰재팬을 사기로 했는데 200억 달러가 필요했다. 그때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돈은 20억 달러 뿐이었다. 180억 달러가 부족했다.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나?) 은행을 설득했다. 보다폰재팬은 살아날 것이다, 성공할 것이고, 엄청난 캐시카우가 될 것이다, 나를 믿고 돈을 빌려달라,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빌렸냐?) 빌렸다. (성공했냐?) 성공했다.


(최근 ARM에 가장 큰 투자를 했는데. 런던에 있는 반도체 회사. 어떻게 310억 달러나 투자할 생각을 했냐? 사람들은 전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ARM은 반도체 생산회사가 아니라 반도체 설계회사다. 스마트폰용 칩 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었다. 모든 곳에 칩이 들어갈 것이고 돈 버는 것만 잘하면 된다고 봤다. 이 회사가 구글보다 더 가치가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미완성)



(추가) 손정의 회장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좀더 알고 싶다면 지난 6월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 했던 연설문을 읽어보길 바란다. 30년 이내에 싱귤래리티가 발생한다. 컴퓨터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면 산업이 재정의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자율주행이 실현돼 교통사고 없는 세상이 열리고, 인간의 수명은 100세 이상으로 늘어난다, 로봇과 인간이 공생하는 세상이 열린다 등등. (http://logmi.jp/214336)

2017년 9월 4일 월요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왜 한국에서 ‘MS’가 됐나?

최근 ‘4차산업혁명' 용어에 대해 논란이 일곤 했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을 주창하고 책까지 냈지만 한국 만큼 ‘4차산업혁명'이란 용어를 많이 쓰는 국가는 없기 때문이다. 동국대 이영달 교수가 최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한국 공무원들이 ‘4차산업혁명 탐방' 하겠다며 뉴욕에 왔다, “4차산업혁명" 운운하자 미국 상대방이 “What?”이라고 되물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다시는 ‘4차산업혁명'이란 말을 꺼내지 않더라… 이런 얘기였다.



‘4차산업혁명'처럼 한국에서만 유난히 많이 쓰는 용어를 하나만 들라면 ‘MS’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 한국인은 ‘MS’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줄임말임을 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MS’라고 줄여 쓰지 않는다. 구글에서 ‘MS’를 검색하면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콘텐츠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Multiple sclerosis’의 약어라고 나온다. 다발성경화증.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약칭은 ‘MSFT’이지 ‘MS’가 아니다. 미국 가서 “MS 아느냐?”고 물으면 “그게 뭐지?”라고 되물을 것이다.


그러면 왜 한국에서만 마이크로소프트를 ‘MS’라고 표기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세로조판 시대의 유물이 아닌가 싶다. 납활자를 뽑아 신문 만들던 시절 편집기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어떻게 줄여서 쓸지 고민 많이 했을 것이다. 세로조판 시절엔 신문 제목이 10자를 넘으면 곤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 이름만으로 7자나 된다. 신문 제목으로 그대로 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다음달 한국 온다… 이것을 10자 이내 신문 제목으로 뽑아 보자.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방한'이 최선이다. ‘다음달'이란 내용도 담을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를 ‘MS’라고 줄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MS 회장 내달 방한'. 다음달 온다는 내용을 담고도 제목 글자가 8자밖에 안된다. ‘빌 게이츠’까지 넣을 수도 있다. ‘빌 게이츠 MS 회장 방한'. 이렇게… 바로 이런 필요 때문에 신문사 내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사를 쓸 때는 처음엔 ‘마이크로소프트(MS)’라고 쓰고 그 다음부터는 ‘MS’라고 쓰자고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 실제로 데스크한테 그렇게 지시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도 쓰지 않는 ‘MS’가 마이크로소프트 약어로 굳어졌다.


지금은 가로조판 시대를 넘어 인터넷 시대. 한두 글자 늘어도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굳이 ‘MS’라고 줄여 쓰지 않아도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마이크로소프트’라고 제대로 표기했으면 한다. 덧붙이자면 경제신문들, 제발 ‘한국銀 금리인하' 식으로 제목 뽑지 마라. ‘한국은행 금리인하'라고 제대로 뽑아라. 한 글자 늘어나면 어디 덧나냐. 한글세대 중에는 ‘銀’을 읽지 못하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왜 세상이 달라졌는데 도그마에서 벗어나질 못하느냐. 신문사 다니던 때부터 요구했건만 아직도 그대로다. (끝)

2017년 8월 27일 일요일

하드웨어 유니콘 18개 중 11개가 중국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관한 자료를 보다가 눈에 띈 스라이드 3장만 발췌해서 공유한다. 중국 선전에 있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핵스(HAX)가 만든 하드웨어 트렌드 2017 슬라이드 자료와 이에 관한 벤처비트 기사에 포함된 그래픽 한 장이다.


1) 하드웨어 유니콘 18개 중 11개가 중국 스타트업
하드웨어 유니콘이 18개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미국 스타트업이 6개, 프랑스 스타트업이 1개이고 나머지 11개는 중국 스타트업이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더니… 미국 하드웨어 유니콘 중에는 ‘조랑말'이란 혹평을 듣는 매직리프도 포함돼 있다. 중국 하드웨어 유니콘으로는 드론 세계 1위 기업인 DJI를 비롯해 전자제품 가격파괴를 주도해온 샤오미, 자전거 공유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킨 모바이크도 있다.


2) 산업용 로봇은 ‘아직은’ 일본이 지배한다
산업용 로봇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꽉 잡고 있다. 화낙, 야스카와, 가와사키 등등. 상위 9개 기업 중 1위 화낙, 2위 야스카와를 포함해 일본 기업이 7개나 된다. 나머지 2개는 스웨덴 ABB와 중국 쿠카다. 한국 공장에 도입된 산업용 로봇이 대부분 일본산이란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이 슬라이드를 유심히 보면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SO FAR’이다. ‘아직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지만… 그 다음은 뭔가? ‘언젠가는 중국 기업들이 잡게 될 것’이라는 말이 생략된 게 아닌가 싶다.


3) 한국은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도입한 나라
한국이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도입한 국가라고 한다. 직원 10,000명 당 531대나 된다. 2, 3위 일본 독일보다 월등히 많고, 4위 미국의 3배에 달하고, 중국의 10배가 넘는다. 로봇을 이렇게나 많이 도입했나? 싶다. 과정은 이해한다. 90년대 후반부터 노동운동이 확산되고 임금 인상 속도가 빨라지자 기업들은 ‘공장자동화'를 서둘렀다. ‘블루컬러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로봇으로 대체하는 공장이 늘었지 않나 싶다.


이 세 장의 슬라이드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하드웨어 유니콘은 중국이 가장 많고, 산업용 로봇은 일본이 가장 많이 만들고, 한국은… 하드웨어 유니콘은 커녕 하드웨어 스타트업 자체가 드문 실정이다. 열기가 약하다. 점자 스마트시계를 만든 닷(Dot)도 있고, N15을 비롯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들이 ‘하드웨어 르네상스'를 꿈꾸며 열심히 뛰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창업지원센터 디캠프(D.CAMP)를 거쳐간 직토, 엔씽, 이놈들연구소 등도 아직은 ‘데쓰밸리(Death Valley, 죽음의 계곡)’을 넘었다고 보긴 어렵다.


굳이 ‘하드웨어'로 국한해서 문제를 보고 싶진 않다. 좀체 유니콘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염려해야 하고, 유니콘이 나올 수 있게 제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투자자 짐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더이상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준비만 하는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맞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비법은 어디에도 없다. 한두 사람이 애쓴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스타트업 하나 제대로 키우려면 창업계가 모두 나서야 하고, 창업을 통해 산업경쟁력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요량이면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 부모는 자식을 공무원이나 의사, 판/검사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하고,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배출해야 하고, 공무원은 규제를 움켜쥐고 갑질하는 버릇을 바꿔야 하고... 말하자면 끝이 없다. 나부터 잘해야 하고 나만 잘하면 된다. 잘 되리라 믿는다. (끝)

2017년 8월 25일 금요일

디캠프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창업 캠프 (사진 8장)

디캠프(D.CAMP)가 24, 25일 이틀동안 KT&G 춘천 상상마당에서 창업 캠프를 열었습니다. 창업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보도자료를 사진과 함께 공유합니다.


디캠프, 입주 창업자 90여명과 1박2일 ‘창업 캠프’ 개최
선배 창업자와의 대화, VC들의 심야 토크 등 열기 후끈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등 특강…조별 토론 등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이사장 하영구)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KT&G 상상마당 춘천스테이에서 입주 스타트업 임직원 및 선배 창업자, 투자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1박2일 ‘디시전(D.CISION) 창업 캠프'를 열었다.


창업 캠프에는 디캠프에 입주해 있는 50여개 스타트업 대표와 디캠프를 거쳐간 선배 창업자, 본엔젤스 더벤처스 등 벤처캐피탈 투자자, 디캠프 직원 등 90여명이 참가했다.


24일 첫날은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가 ‘스타트업 조직문화' 특강으로 시작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조직이 커감에 따라 창업자의 고민이 달라진다", “창업자한테는 무엇보다 채용이 중요하다"며 채용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오후에는 ‘선배 창업자들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 비투링크(B2LINK) 이소형 대표, 노을 이동형 대표, 이학수 전 미소 공동창업자 등이 스타트업의 애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저녁에는 잔디광장에서 ‘투자자(VC)들과의 심야 토크'를 진행했다. 더벤처스 박영욱 디렉터, 카이스트창업투자 김승현 부장, 본엔젤스 윤종일 파트너, DSC인베스트먼트 신동원 수석팀장, 포스코기술투자 이규원 팀장 등이 토론에 참가했다.


둘째날인 25일에는 ‘힐링 세션', ‘VC와의 그룹 토크', ‘창업자들의 그룹 토크’, ‘브랜딩 특강' 등이 이어졌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이번 창업 캠프는 디캠프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에 대한 생각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창업 초심을 다지고 사업을 점검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2017년 8월 18일 금요일

마크 저커버그보다 대단한 40세 이하 젊은이는?

포춘이 2017년 ‘40 언더 40’을 발표했는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2위다. 세상에, ‘20억명의 제왕’이 2위라니? 그렇다면 1위는 누구일까? 마크롱이다. 지난 5월 취임한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출생일이 1977년 12월 21일이니까 40대가 되려면 아직 석 달 남았다. 포춘이 어떤 잣대로 순위를 정했는지는 모르겠다. 두 사람 모두 범접하기 어려운 대단한 젊은이다. 통찰력 있고 비전을 말할 줄 아는 엘리트…


마크롱이 저커버그보다 점수를 더 받은 차별점이나 강점은 도대체 뭘까? 두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함부로 말하진 않겠다.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마크롱은 철벽과도 같은 사회적 통념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인물인 것 같다. 마크롱은 고등학생 때 문학을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과 결혼했다. 스물네 살 나이차를 극복한 것도 놀랍고, 기혼자와 결혼한 것도 놀랍고… 이런 젊은이를 대통령으로 뽑은 프랑스 국민도 대단하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석달만에 지지율 반토막...)


2017년 ‘40 언더 40’ 3위가 누구인지도 봤다. 중국 디디추싱 창업자인 쳉 웨이다. 우버와 ‘조 단위 싸움’을 벌여 우버차이나를 인수해 버린 ‘울트라 슈퍼 간땡이'... 1983년생. 워낙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창업 4, 5년만에 500억 달러(57조원)짜리 기업을 일궈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디디추싱은 이제 중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 젊은이가 3위에 오른 것은 우연도 아니고 간과할 일도 아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어떤가. 2017년 ‘40 언더 40’에 한국인은 한 명도 없다. 아쉽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대한민국 젊은이들… 누굴 탓하겠는가. 똑똑하다는 젊은이들이 죄다 판검사 의사 되고, 고시 공시 통과해 공무원 되는 나라 아닌가. 우리 젊은이들을 ‘발톱 없는 호랑이'로 키운 어른들 잘못이 크다.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 탓이기도 하다. 얘기하자면 길지만,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게 사회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덧붙인다. 최근 27세 창업자가 디캠프 월례 데모데이 ‘디데이'에서 준우승해 디캠프에 입주했다. 독특한 선수다. 대학 중퇴하고 찜질방 생활… 책을 2만5천권 읽었다는 분을 만나 독서에 심취… 어느 날 벌떡 일어나 ‘브랜드 반찬 사업’을 하겠다며 백화점 담당자들을 만나기 시작… 설득 끝에 3대 백화점 진출, 디캠프 입주…. (어머니가 전통음식 전문가). 얘기를 듣는 동안 부끄러웠다. 꿈 꾸고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끝)



2017년 8월 11일 금요일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유니콘’ 됐다

비트코인 등 디지털 화폐 거래가 급팽창하고 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고 있는데, 디지털 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됐다. 코인베이스가 1억 달러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업가치는 16억 달러, 약 1조8300억원쯤 된다. 코인베이스가 시리즈 C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얼마 만큼 인정받았는지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비트코인 거래소가 유니콘이 됐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코인베이스 시리즈 D 투자는 IVP가 주도했고, 스파크 캐피탈, 그레이록 파트너스, 배터리 벤처스, 섹션 32, 디레이퍼 어소시에이츠 등이 새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 중에서도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와 안드리센 호로위츠 등이 시리즈 D에 참여했다.


코인베이스는 매출을 밝히지 않았다. 디지털 화폐 누적 거래액은 250억 달러 (약 28조 6000억원). 이 가운데 금년 상반기에 거래된 것만 150억 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상반기 거래액의 5배. (미국에서도 디지털 화폐 거래 “급팽창”). 코인베이스 고객은 900만이 넘는다. 디지털 화례 거래소는 코인베이스와 GDAX 둘이 있다.


최근 수개월 미국 벤처캐피털 사이에서는 디지털 화폐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ICO(Initial Coin Offering, 디지털 화폐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것)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도 급등했고, 디지털 화폐 분야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도 급증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키우는 인큐베이터도 등장했다. 슈퍼블룸(Superbloom), 사이언스 블록체인(Science Blockchain) 등등.


코인베이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화폐 세계가 급팽창하고 있다. 특히 최근 1년 반 사이에 그랬다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것 같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화폐를 거래하고 투자하고 사용한다. 디지털 화폐 거래량이 (전에는 늘었다 줄었다 했는데) 줄어들 것 같지 않다. 해마다 3배 내지 5배로 커질 것이다… 우리 미션은 전 세계가 사용하는 개방된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이번에 투자 받은 돈으로 엔지니어들을 더 채용하고 고객지원 팀도 보강할 계획이다. 최근 수개월 사이에 디지털 화폐 거래가 급증하면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고 고객 불만이 터지기도 했다. (이하 생략)



코인베이스는 2012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범한 스타트업으로 Y콤비네이터 보육 과정을 거쳤다. 한국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대표 유영석)은 1년 뒤인 2013년에 설립됐고,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디캠프(D.CAMP)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디지털 화폐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디지털 화폐, 과연 될까? 싶었는데, 갈수록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는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