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1일 수요일

창업계에서 ‘O2O 거품론'이 나오는 까닭

“O2O(온·오프라인 연계)는 거대한 거품의 수레바퀴다."

작년 12월 벤처스퀘어 주최 토론회에서 이영달 동국대 교수(경영전문대학원)가 이렇게 말해 화제가 됐다. 세계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인지 국내가 그렇다는 얘기인지 구분해서 말하진 않았다. O2O 산업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는 의미로 들렸다. 지난해 창업계에서 O2O를 많이 경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면 수긍이 가는 지적이다.

O2O 스타트업을 경계하는 분위기는 2016년 하반기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경진대회나 데모데이에 O2O 스타트업이 심하다고 할 정도로 많이 몰렸다. O2O 창업자들은 부동산 거래, 음식 배달, 세차, 세탁, 주차, 헬스센터 등 기존 서비스에 모바일 기술을 결합해 혁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또 O2O야?”라고 말하곤 했다. 심지어는 "O2O 스타트업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하는 투자자도 있었다.

중국의 경우 2015년 무렵 ‘O2O 거품론'이 많이 나왔다. 로이터는 중국의 O2O 붐에 관한 기사에서 ‘오늘의 유니콘(unicorn, 외뿔동물)이 내일의 유니콥스(unicorpse, 외뿔시체)’가 될 위험이 있다고 쓰기도 했다. 이런 ‘O2O 거품론'을 국내로 좁혀놓고 보면 통틀어서 일반화하기엔 곤란한 부분이 있어 몇 가지 첨언한다.

중국.JPG

첫째, 2016년에 O2O 창업이 붐을 이뤘지만 ‘거품'이 끼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봄에 30억원이던 O2O 스타트업 가치가 가을쯤 50억, 80억으로 뛰기도 했다. 그러나 신생 O2O 스타트업은 대개 기업가치 100억원 이내에서 종자돈이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선발주자인 배달의민족이나 야놀자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 들 정도는 아니다. O2O 붐은 2016년 잠깐 일었다가 주춤해졌다.

둘째, 해외로 넓혀서 보면 ‘거품론'을 굳이 O2O에 국한시킬 이유는 없다. 중국에서는 신생 유니콘이 2014년 5개에서 2015년 19개로 급증하더니 올해는 10월까지 10개에 그첬다. ‘다운 라운드’(기업가치를 낮춰 투자 받는 것)도 흔해졌다. 소프트뱅크가 10억 달러에 투자한 스타트업을 알리바바가 반값 이하에 인수한 적도 있다. 미국에서는 핏빗이 페블을 4천만 달러에 인수하자 ‘웨어러블은 죽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셋째, O2O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온・오프라인을 결합해 혁신해 가는 창업자들이 분명 있다. 분야에 따라 장애물 높이가 다르겠지만 각종 장애물을 뛰어넘어 서서히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어 가는 스타트업도 있다. (최근 어느 O2O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나고 깜짝 놀랐다. 얼굴이 몹시 수척해져 있었다. 사업은 좋아졌다는데 수척해진 걸 보니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넷째, O2O 혁신 시도가 가치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모바일,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도전해 볼 만하다. 소비자들이 O2O 서비스를 외면하는 것은 별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바꾸기 싫어서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만들어 제대로 전한다면 O2O 스타트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영달.jpg

그렇다면 왜 국내에서도 ‘O2O 거품론'이 나왔을까?

이런 측면도 있는 것 같다. O2O는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치 않다는... 창업자들은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에 온라인 기술을 더해 더 편하고 더 저렴한 서비스를 내놓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열광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서비스를 시작하면 반응이 딴판인 경우가 많다. 만만하게 보고 덤볐다가 단칼에 죽는 경우가 허다하고 경진대회에서 우승하고도 고전하는 경우도 있다. O2O 예비창업자라면 왜 ‘거품’ 얘기가 나오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O2O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창업자들에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끝)

(추가) 이영달 교수는 토론회 후에 ‘거품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O2O 3인방'으로 ‘쿠팡, 위메프, 티몬’을 꼽았다. 이렇게 소셜커머스로 O2O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셜커머스 기업들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해 의견을 보류하겠다. 다만 O2O의 범위를 이보다 좁혀서 얘기하면 오해를 초래할 수 있어 디캠프 센터장으로서 의견을 써 봤다. 이 교수는 좋은 지적을 많이 하는 ‘창업계의 Mr. 쓴소리'이고 필자를 늘 일깨워주는 ‘페친'이다.

위 글은 작년 말 한국경제신문에 넘긴 것으로 오늘 아침자에 실렸다.

2017년 1월 2일 월요일

새해 첫날 퇴근시간 직후 디캠프 보육공간 풍경

디캠프 스케치. 새해 첫날, 퇴근시간이 30분이나 지난 뒤에야 보육공간 입주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새해 첫날부터 왜 이렇게 넋을 놓고 사냐? ‘올해는 꼭 성공하라’고 덕담 한 마디씩 해 드려야 했는데… 계단을 타고 서둘러 5층 보육공간으로 올라갔다. (필자가 일하는 디캠프 사무실은 3층에 있다.)


5층 로비는 왁자지껄 했다. 엘리베이터 앞 로비에서 도그메이트 직원들이 푸스볼을 하고 있었다. 짜장면 내기를 하나? 남녀가 팀을 짜서 2대2로 겨루고 있다. 잠깐 구경하는 사이 정나래 이사 팀이 골을 넣었다. 상대 팀은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했다.


첫날11.jpg


로비 탁자에서는 일곱 명이 식사하고 있었다. 그릇을 보니 플레이팅(쉐프 요리 배달 서비스) 요리를 먹는 것 같았다. “플레이팅 요린가요?”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개당 1만원이나 하는데, 스타트업이 감히… 새해 첫날이라 대표가 쐈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옆에서 누가 “센터장님" 하며 인사를 했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였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면서도 좀체 만나기 힘든 김 대표. “성공하세요." 덕담을 건넸다.


첫날12.jpg


쇼베와 로플랫이 함께 쓰는 방. 문을 열었더니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건 뭐지? 6시30분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쇼베 쪽은 거의 대부분 자리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 슬그머니 들어갔는데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김성미 대표는 자리에 없었다. 로플랫 쪽도 거의 대부분 자리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 구자형 대표도 보였다.


첫날13.jpg


쇼베. KBS2 TV에서 방영 중인 퓨전 사극 ‘화랑'을 활용한 게임을 런칭한 직후라서 요즘 바쁘다. 해외에서도 문의가 많이 온다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내린 바람에 중국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주 금요일 디캠프를 떠나 이젠 사무실을 얻어 사업을 해야 하는데 한한령이라니… 쇼베를 보내는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팀웍이 좋고 열심히 하는 팀이라서 꼭 성공하리라 믿는다.


에벤에셀, 파트너, 에듀티켓이 함께 쓰는 방. 에벤에셀 쪽은 공동대표인 강미숙, 석준기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강 대표는 “오늘 두 사람이 새로 출근했다"고 알려줬다. 에벤에셀은 사진/동영상 압축 프로그램을 개발한 팀. 줄곧 두 사람으로 버티다가 최근 투자를 받고 나서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인원을 늘렸다. 파트너 쪽은 네댓 사람만 남아 있고, 서울대 휴학생들이 창업한 에듀티켓 쪽은 외근 중인지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첫날14.jpg


도그메이트, 베이비프렌즈, 오누이가 함께 쓰는 방도 둘러봤다. 이 방에서도 아무도 쳐다보질 않았다. 퇴근시간 직전이라서 피치를 올리는지… 베이비프렌즈 쪽에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대표는 보이지 않고… 언제 이렇게 인원이 많이 늘었지? 낮에 계단에서 류민희 대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개발자 몇 사람 뽑았어요.”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오누이 쪽은 서너 사람이 있었다. 고예진 대표랑 진대근 CTO도 보였다.


첫날15.jpg

디캠프는 5층 보육공간은 ‘디데이’(디캠프 주최 월례 데모데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일하는 곳이다. 디캠프는 이들 중 시드머니(종자돈)를 원하는 팀에는 심사를 거쳐 투자도 한다. 이들이 디캠프에 머무는 기간은 6개월 내지 1년. 이 기간에 홍보도 하고, 투자도 받고, 사업을 키운다. 디캠프는 이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새해 첫날 보육공간을 둘러본 느낌은 아주 좋다. 다들 성공하길 바란다. (끝)

2017년 1월 1일 일요일

중국인의 위챗 사용시간은 하루 90분

중국 텐센트가 2016년 위챗 데이터를 발표했다. 중국 사람들이 위챗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싶어 대충 훑어봤다. 위챗은 중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플랫폼. 텐센트가 카카오에 투자한 것을 계기로 카카오톡을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카카오톡보다 훨씬 진화한 모바일 플랫폼인 것 같다. 데이터 몇 가지만 소개한다.

위챗1.png
일간 로그인 사용자가 7억6800명이나 된다면 전체 가입자는 10억명이 넘을 터. 위챗 쓰지 않는 중국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전체 사용자의 절반이 하루 90분 이상 위챗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위챗 중독”이라고 할 정도다.

위챗2.png
위챗 메시지를 하루에 70건, 80건 보낸다면… 시간당 6건, 10분당 1건꼴로 보낸다는 얘기인데… 우리와 비슷할 것 같다. 우리도 20대는 카톡을 이 정도 보내지 않나? 놀라운 것은 55세 이상 중장년층이 위챗 메시지를 하루 44건이나 보낸다는 점이다.

위챗3.png
이것은… 잘 모르겠다. 음성 메시지를 이렇게나 많이 보내는가? 예를 들면, 80년대나 90년대 출생자들은 하루 평균 74건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했는데, 이 가운데 음성 메시지가 16%라면 12건이나 된다는 얘기, 시간당 1건의 음성 메시지를 보낸다? 헐!

위챗4.png
음성통화 영상통화가 하루 1억건이면 그리 많지는 않다. 7명당 1명이 하루 한 번쯤 음성통화나 영상통화를 했다는 얘기. 증가율 180%는 놀랍다. 우리는 보이스톡을 하루 몇 통화나 할까? 모르겠다. 나는… 한 달에 서너 건 정도? 영상통화는 거의 안 한다.

위챗5.png
위챗 사용자들이 한 달에 평균 한 시간 이상 위챗으로 음성통화나 영상통화를 한다는 얘기. 그렇다면 이동통신 통화는 얼마나 할까?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10년쯤 전만 해도 음성통화가 이동통신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다는 사실이 이젠 믿기지 않는다.

위챗6.png
의외다. 휴가 때 가장 많이 가는 해외여행 국가가 미국이라니.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거의 절반이 중국인이라던데, 한국이 2위나 3위가 아니고 4위라는 것은 좀 의외다. 사드 배치 때문에 한중관계가 더 악화되면 중국인 관광객은 급감하겠지만.

위챗7.png
가장 재밌게 본 대목이다. 중국인은 축의금을 위챗으로 주고 받는다. 특히 춘제(구정) 때는 홍바오(紅包, 세뱃돈)를 무지막지하게 뿌려댄다. 23억5천만건. 좋은 풍습인지는 모르겠고, 한국에서도 머잖아 축의금 조의금을 폰으로 보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위챗8.png
재밌다. 중국 사람들은 거의 매일 한 건씩 위챗으로 축의금을 보낸다는 얘기인데… 무슨 연유로 이렇게나 많이 보내는지 궁금하다. 많은 돈을 보내는 것 같지는 않다. 80년대, 90년대생의 경우 28건, 10만원이니까 평균 3,600원쯤 되는 것 같다.

눈에 띄는 몇 가지만 정리했다. 이것으로 위챗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고, 위챗에 관해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싶다. 최근 티벳에서도 현금을 쓰지 않고 결제의 80% 가량을 알리페이로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위챗과 알리페이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위챗과 알리페이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싶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