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7일 일요일

아마존이 개최한 ‘인비테이션-온리 행사’ 기사를 읽고

아마존, 참 대단한 기업이다. 최근 기계학습 및 로봇 전문가들을 초청해 은밀하게 컨퍼런스를 가졌다고 한다. 초청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인비테이션 온리(invitation-only) 이벤트. 캘리포니아 파커 팜 스프링스 리조트에서 2박3일 동안 진행. 산업/엔터테인먼트/로봇 분야 전문가 130명이 참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입수한 사진과 기사를 보니...

음식 서빙을 '키바(Kiva)' 로봇이 했다. 키바는 키바시스템즈가 만든 로봇. 아마존은 7억7500만 달러나 주고 이 회사를 인수했다. 행사 기간에 아마존 창업자/CEO 제프 베조스가 몇몇 참가자들과 함께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벤트 이름은 '마스(MARS)'로 '화성'을 연상시키는데 'Machine learning, home Automation, Robotics and Space exploration'이란 뜻을 담고 있다. 기계학습, 가정자동화, 로봇, 우주탐험... 초대장에는 "대단한 분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씌여 있었다고 한다.

많은 대화와 로봇 시연. UCLA 로봇팀이 만든 나비로스(NABiROS) 시연도 있었고, HyQ 네 다리 로봇, MIT 치타 로봇 시연도 있었다. 많은 발표가 이어졌다. 인텔 CEO, 오거스트 창업자, 도요타 리서치 CEO도 발표했다. 베조스가 로봇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아이언맨 옷과 정반대 느낌이 나는 파란 옷을 입고. 파이어사이드챗(좌담)도 있었다. '다빈치코드' 저자인 댄 브라운, '아폴로13호'를 제작한 영화감독 론 하워드도 좌담에 참여했다.

아마존이 인비테이션-온리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년 한차례 멕시코 산타페에서 작가들을 초청해 '캠파이어'라는 이벤트도 연다.



여기까지.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린다. 특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만 초청해 정보와 인사이트를 주고받고 네트워킹 하는 행사다.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일론 머스크, 팀 쿡 등이 참가하는 비밀 모임도 있다.

디캠프도 작년 초부터 매월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디파티(D.PARTY)'를 열고 있다. 특정 분야 스타트업 대표와 관련 대기업 실무책임자, 투자자 등 100여명을 초청해 한 나절 동안 발표하고 토론하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네트워킹을 한다. 그동안 푸드테크, 패션테크, 블록체인, 애드테크, 가상현실(VR) 등의 주제로 인비테이션-온리 파티를 열었다.

얼마 전에는 대기업 실무책임자한테 30분짜리 키노트를 맡겼는데 발표만 하고 떠나 많이 실망했다. 발표 내용도 평범했다. "국내 최고",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스타트업 대표들 앞에서 교사가 학생들 가르치듯 발표를 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발표할 때 보니 떠나고 없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발표와 토론을 끝난 뒤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한참동안 얘기하다가 갔다. 먼저 가 버린 대기업 간부에 대한 뒷말도 나왔다. 이걸 제외하곤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광파리)

2016년 3월 24일 목요일

마이후 창업자였던 와이퍼 임석영 이사에 관한 추억

와이퍼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임석영 이사에 관한 글을 읽다 보니 5년 전 일이 생각나 간단히 메모한다. 2011년 3월 어느 날 한국경제신문에 창업자 한 분이 찾아왔다. 자신이 하려는 서비스를 설명하겠다고 했다. 기자 서너 명이 회의실에서 설명을 들었다. '마이후'라는 서비스인데 꽤 매력적이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 등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소셜 서비스였다. 그 서비스를 들고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겠다고 했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디어가 참신했고 임석영이란 분이 대단해 보여서 몇일 후 서울 강남에 있는 마이후 사무실을 찾아가 취재를 했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 후 '실리콘밸리에서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안됐구나,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너무 늦었지. 이런 생각을 하고 다시 잊었다. 그런데 작년 7월 디데이(D.DAY)에서 임석영 님을 다시 만났다. 디데이는 디캠프(D.CAMP)가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 저녁에 여는 데모데이. 와이퍼 문현구 대표가 발표를 했는데 네트워킹 시간에 임석영 님이 CSO 명함을 내밀었다. "마이후 임석영이 맞다"고 했다. 반가웠다. 그 후 와이퍼는 디캠프에 입주했고 투자도 받았다. 지금은 디캠프를 나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임 이사는 디캠프에 머무는 동안 멘토 역할도 했다. 창업자들은 고민이 있으면 임 이사한테 털어놓곤 했다.


모비인사이드의 유재석 기자는 임석영 님을 영화 '인턴'의 벤 휘태커에 비유했다. 40대 후반에 스타트업 CSO로 문현구 대표를 돕는 모습이 휘태커 느낌이 난다고 본 것 같다. 바로 그 글을 읽고 5년 전 블로그 글을 찾아봤다. 한경닷컴이 블로그를 폐쇄한 바람에 1천 건이 넘는 광파리의 블로그 글이 모두 사라졌는데 어느 분이 자기 블로그에 퍼간 게 검색에 잡혔다. 그 글을 다시 퍼와서 공유한다. 2011년 4월 초에 쓴 글이다.





광파리가 직접 사용해 보지도 않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소개할까 합니다. 마이후라는 서비스입니다. 임석영이란 분이 대표인데, 트위터에서 팔로잉 하는 사이일 뿐이고 두 차례 만나 마이후 설명을 들었을 뿐입니다. 마이후는 미국에서 18일 비공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다음달 2일 상용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국내보다 먼저 미국에서 선을 뵙니다.




마이후(myWho?)는 지인 중심의 소셜 플랫폼입니다. 웹에서도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고... 마이후에 접속하면 친한 사람들과 쉽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 쪽지(DM)든, 페이스북 댓글이든, 블로그 댓글이든 다 가능합니다. 문자도 가능하고 인터넷전화도 가능합니다. 각종 소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이후의 가장 큰 특징은 친한 사람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페이스북이든 트위터든 지인 중심이라고 말하긴 어렵지요. 친한 사람이라도 “눈팅”만 하고 글을 올리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친구한테 DM을 날리고 싶은데 친구 아이디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고. 마이후는 친한 사람들과 쉽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페이스북 트위터와 다릅니다.




마이후 첫 화면입니다. 친한 사람들이 썸네일로 뜹니다. 한복판에 12명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있고, 첫 화면에 친구 96명이 뜹니다. 이걸 “소셜 매트릭스”라고 하는데, 5페이지까지 넘어갑니다. 480명(96x5)까지 이런 식으로 관리할 수 있지요. 남들이 제 매트릭스를 보면 누구랑 친한지 알 수 있겠죠. 공개하기 싫으면 비공개로 전환하면 됩니다.


친밀도 순위는 어떻게 정할까요? 오프라인 만남, 전화통화, 이메일 송수신, 트위터 소통, 페이스북 댓글 등 두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점수로 매겨 정합니다. 친할수록 매트릭스 앞쪽에 배치합니다. 단, 가장 친한 친구 12명은 본인이 정할 수 있습니다. 12명에 포함시키고 싶은 친구인데 온라인 활동이 적어 뒤로 처진다면 수동으로 포함시킬 수 있지요.




마이후의 두번째 특징은 비주얼 유저인터페이스(UI)입니다. 매트릭스 자체가 “비주얼 주소록”입니다.  매트릭스 상의 친구 사진을 클릭하면 그 친구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각종 수단이 모두 뜹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블로그, 이메일, 문자, 인터넷전화 등이 꽃잎 모양으로 둥그렇게 뜹니다. 이것을 “소셜 플라워(social flower)”라고 부릅니다.


세번째 특징은 “히스토리(History)”. 히스토리 메뉴를 클릭하면 각각의 친구들과 그동안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몇월몇일 이메일 보냈고, 몇월몇일 통화했고, 몇월몇일 문자 보냈고… 이런 식입니다. 검색창에 친구 이름을 입력하면 이 친구와의 히스토리가 나옵니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히스토리 기능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사용하기도 벅찬데 마이후까지 써야 하나? 마이후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라이브피드”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마이후에서 자신의 트위터 타임라인이나 페이스북 홈을 띄워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마이후 안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문자, 전화 등 어떤 것이든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이후는 “소셜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마이후에서는 “타운”이란 용어를 씁니다. 친구 타운에 가서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친구가 A씨와 친하다면 “소개해달라”고 조를 수도 있겠죠. 인맥을 공개하기 싫으면 비공개로 설정하면 됩니다. 설정 화면은 그림으로 돼 있어 이해하기 쉽습니다. 공개 수위는 광장부터 비공개까지 4단계. 비공개로 전환하면 마이후는 비주얼 주소록이 됩니다.


그룹 관리 기능도 강점입니다. 마우스로 친구 사진을 클릭해 끌어다가 그룹(가령 “대학동창”) 폴더에 담기만 하면 됩니다. 드래그&드롭. 임 대표는 “마이후는 사람 중심으로 모아서 보는 서비스”라며 “젊은이들은 특정인과 친해지기 위해 경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멀티실렉트”란 기능도 있지요. 5명까지 골라서 한꺼번에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입니다.


마이후를 처음 시작했을 땐 친구가 전혀 없을 텐데...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마이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오픈 API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친구들을 끌어와 자신의 매트릭스에 담을 수 있습니다. 친구를 찾아주는 “파인드 프렌드(Find Friend)” 로직도 개발을 끝냈다고 합니다. 친할 것 같은 친구를 찾아서 추천해주는 기능입니다.




마이후를 파티나 업소에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포스퀘어와 비슷한 “쉐이크인”이란 기능이 있습니다. 앱을 작동해 폰을 흔들면 특정 장소에 왔다는 사실이 기록됩니다. 흔들어서 체크인 하니까 “쉐이크인”. 파티 참석자들이 동시에 “쉐이크인”을 할 수도 있겠죠. 출석점검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참석자들의 사진을 무대 화면에 띄울 수도 있을 테고요.


업소에서는 고객 매트릭스를 벽에 띄워놓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들은 자신이 몇번째 단골인지 확인할 수 있겠죠. 주인은 단골들을 구분해 다른 할인율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마이후는 뉴욕에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반응을 떠봤다고 합니다. 고객 500명까지는 공짜, 1천명까지는 월 10달러, 2천명까지는 월 20달러…돈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마이후는 최근 20억원 투자를 받았습니다. 새너제이에 미국법인을 설립했고 임 대표는 4일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10여개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설명을 합니다. 서울 본사에서 일하는 임직원 18명 대부분도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입니다. “글로벌 서비스”를 표방하고 출발한 마이후…임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깃발을 꽂고 싶다”고 하더군요.


회의론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가 버티고 있는데 되겠어?” “싸이월드도 실패했는데 국내에서 검증도 거치지 않은 서비스로 될까?” 저도 성공할 거라고 장담은 못합니다. 꽤 매력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싸이월드가 실패하고 돌아온 만큼 마이후가 설욕했으면 좋겠고, 마이후처럼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광파리)

2016년 3월 13일 일요일

이세돌-알파고 대결의 최대 수혜자는 대한민국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구글 정말 대단하다”, “스타트업(딥마인드)을 인수해 2년만에 알파고로 바둑 최강자를 꺾다니", “딥마인드 창업자도 대단하다며?”... 등등. 알파고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서 2014년 1월 구글이 영국 런던 소재 딥마인드를 인수했을 때 가디언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읽어봤다. (메모가 길어져서 블로그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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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다. 딥마인드는 기계학습, 첨단 알고리즘, 신경과학 시스템 등에 특화돼 있는 AI 기업이다. 구글이 4억 파운드(현재환율로 670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안다. 딥마인드는 전자상거래와 게임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연한 바 있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딥마인드는 설립된지 2년밖에 안됐다. 어린 시절 “체스 천재”였던 신경과학자 데미스 하사비스(1976년생)가 설립했다. 그동안 구글을 비롯한 주요 AI 기업들과 경쟁을 벌였는데, 구글 CEO(당시)인 래리 페이지가 이번 (딥마인드) 인수를 지휘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페이스북도 2012년 12월 딥마인드를 인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구글의 AI 기업 인수는 처음은 아니다. 최근 스마트 온도계를 만드는 네스트를 인수했고, 2013년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로봇 기업들을 여럿 인수했다. 구글에서 로봇과 AI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이 이끄는데(현재는 퇴사) '문샷(moonshot)' 로봇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은밀히 인수한 7개 테크 기업들을 결합했다.

딥마인드 창업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90년대 중반 게임 개발사 불프로그에 들어갔다. 열일곱살 때는 전설적인 기획자 피터 몰리넉스와 함께 테마파크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어 불프로그를 떠나 캠브리지 대학에 들어갔고 1997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라이언헤드 스튜디오에 입사해 AI 프로그래머들을 지휘한 적도 있다. 1998년 엘릭시어 스튜디어라는 게임 개발사를 직접 설립했고, 2009년에는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에서 인지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엔 학계를 떠나 딥마인드를 설립했다. 기사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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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대해 '구글이 최대 수혜자'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최대 수혜자는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다. 강바닥 팔 줄만 알고 한때 개발자들을 치킨집으로 내몰았던 대한민국이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인공지능 기계학습 등에 눈을 떴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은 땡잡은 거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게임을 ‘마약'으로 보는 시각부터 달라졌으면 좋겠다. 게임도 담배처럼 중독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은 그냥 게임이 아니다. 알파고 만든 하사비스는 어린 시절 체스 천재로 불렸고 게임 개발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게임을 즐기던 천재들이 커서 로봇을 개발하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지 않겠는가. 한때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처하던 한국이 왜 중국 게임을 퍼블리싱 하는 신세로 전락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창업의 중요성,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구글이 뜬 것은 핵심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그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했고,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 혁명을 선도하고 있고, 딥마인드를 인수해 이세돌을 꺾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삼성페이도 루프페이를 인수해 개조한 것이다. 삼성이 삼성페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려 했다면 10년 가도 애플페이, 알리페이를 이기지 못할 거라고 본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상생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창업을 통해 혁신하는 기술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야 하고, 대기업은 제값 주고 인수해 자기네 상품/서비스를 혁신해야 한다. 인재나 빼가고 아이디어를 훔치면서 입으로만 "상생경영"을 떠드는 식으로는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며칠 전 미국 GM이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10억 달러(1조1885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에서도 창업 2년만에 1천억원, 1조원 받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한테 회사를 넘겼다는 기사가 대수롭지 않게 나와야 한다.

이세돌이 세 판 내리 졌다고 속상해 할 필요 없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번 이벤트 최대 수혜자는 대한민국일 수 있다.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민사고보다 인기 있는 게 알파고”라는 농담도 들린다. 알파고에 대한 생각이 게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고,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생태계 조성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광파리)

2016년 3월 12일 토요일

애플이 4인치 아이폰을 내놓는 2가지 이유

애플이 21일 오전 10시 쿠퍼티노 타운홀에서 이벤트를 연다. 한국시간은 22일 새벽 3시다. 4인치 아이폰과 9.7인치 아이패드 프로 등을 발표할 거라고 알려졌다. 루머라서 틀릴 수도 있다. 애플은 과연 4인치 아이폰을 다시 낼까? 낸다면 왜 낼까? 애플은 그동안 6월 개발자 컨퍼런스 ‘WWDC’에서 iOS 새 버전을 공개한 뒤 9월쯤 이를 탑재한 아이폰 신제품을 내놨다. 이번에 4인치 아이폰을 낸다면 이 관례를 깨는 거다.
애플은 재작년에 "큰 아이폰"을 내놓아 재미를 봤다. 4.7인치 아이폰6와 5.5인치 아이폰6+. 작년에도 같은 크기의 "큰 아이폰" 후속 모델을 내놨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다. 전년대비 아이폰 판매 증가율이 점점 떨어져 제로(0)에 가깝다. 매출의 2/3를 아이폰으로 올리는 애플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4인치 아이폰"이다. 그게 왜 돌파구가 될까? 애플은 왜 4인치 아이폰을 내놓을까? 테크인사이더 글을 소개한다.
소문대로라면 애플은 21일 4인치 아이폰을 다시 내놓는다. 이전 4인치 모델은 아이폰5C와 아이폰5S. 나온지 1년 반 됐다. 다시 4인치 아이폰을 내놓는 이유는 2가지. 첫째, 비수기인 2, 3분기에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이때는 9월에 나올 새 모델을 사려고 아이폰 구매를 자제한다. 저가 모델인 아이폰5C는 잘 팔렸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9월 신제품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둘째, 4인치 아이폰을 사용하는 2억~2억5천만명이 새 모델을 기다리고 있다. 애플이 새 모델을 내놓지 않으면 이들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폰을 살 것이다.


여기까지다. 두 이유 모두 타당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번째 이유가 더 와 닿는다. “작은 아이폰"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분명 있다. 손이 작은 여성 중에 특히 많다. 이들은 낡은 4인치 아이폰을 쓰거나 “작은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다. 애플이 1년 반만에 4인치 아이폰을 다시 내놓는다면 이들 중 상당수가 지갑을 열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3.5인치가 한 손에 쏙 들어와 최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팀 쿡이 잊었을 리 없다.
첫번째도 설득력이 있다. 애플이 가을에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으면 4분기에 불티나게 팔리고 1분기에도 그런대로 팔린다. 그러나 2분기와 3분기에는 아주 급하지 않다면 신제품을 기다리게 된다. 아니면 안드로이드폰 신제품을 사든지… 바로 이 시기에 “작은 아이폰"으로 공략한다면 분명 먹힐 거라고 본다. 삼성의 “갤럭시S / 갤럭시노트" 협공을 “큰 아이폰 / 작은 아이폰"으로 맞서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본다. (광파리)


(참고) 작년 12월말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 중 4인치 아이폰이 41%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을 노트북 대용으로 쓰는 사람들은 4.7인치나 5.5인치 큰 아이폰을 찾고 이동 중에 편하게 쓰려는 사람들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4인치 아이폰을 선호한다는 보고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