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1일 수요일

사랑은 함께, 사업은 따로…’부부 각자 창업’

창업지원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다양한 창업자를 만난다. 대기업 그만두고 창업한 사례는 널려 있고, 연인 창업, 부부 창업, 부자 창업 등 가족 창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특이한 경우는 ‘부부 각자 창업'이다. ‘남편 따로, 부인 따로’ 창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부부가 성공할 확률이 각각 10%라면 부부 모두 성공할 확률은 1%, 부부 한 사람이라도 성공할 확률은 19%. 확률이 높지 않은 데도 도전하는 부부 창업자가 꽤 있다.

부부 각자 창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황희승+이혜민 부부와 양주동+이효진 부부를 꼽을 수 있다.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와 이혜민 핀다 대표는 서울 대왕중학교 짝궁이었고, 양주동 제이디랩 대표와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포항공대 1년 선후배 사이다. 두 커플 모두 남편이 먼저 창업했고 부인이 대기업이나 은행을 그만두고 나와 따로 창업했다.

이혜민 대표는 따로 창업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황 대표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STX 지주회사 다니고 있었는데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황 대표랑 나는 성향이 비슷했다. 미래지향적이고 전략가였다. 그래서 따로 창업했고 각자 약점을 보완해줄 파트너를 찾아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금융 전문가인 박흥민 씨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황희승 씨는 윤신근 씨와 공동대표로 잡플래닛을 이끈다.

이효진 대표는 우리은행 8년 다니다가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싶어서” 무작정 그만뒀다. 고민 끝에 실리콘밸리를 둘러봤고 P2P 대출 기업인 8퍼센트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창업이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일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란 생각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남편 회사에서 일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고 인력이 부족해 남편 도움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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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따로 창업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이효진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상대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졌다. 은행 다니던 시절 휴가 하루 전에 남편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함께 떠나려던 계획이 깨진 적이 있다. 혼자 2박3일 여수 다녀왔는데 서운했다. 지금은 서로 그러려니 한다. 내가 주말에 일할 때는 남편이 아기를 봐 준다.”

이혜민 대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각자 창업을 하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이해 폭이 매우 넓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남편과) 상담을 많이 한다. 스타트업을 경영하다 보면 주말에 투자자를 만나기도 하고, 면접 보러 출근하기도 한다. 집안에 큰 일이 있는데 참여 못할 때도 있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부부 간에도 서운할 텐데 서로 스타트업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문제가 안된다. 이런 것은 그냥 넘어간다.”

부부 공동 창업과 각자 창업에는 장・단점이 있다. 공동 창업의 경우엔 하루 종일 같은 일을 하면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의견이 엇갈릴 때는 가정 불화가 직장 불화로 이어지기 쉽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둘이 싸우는 게 가장 큰 리스크다. 부부 각자 창업의 경우엔 이런 문제는 없다. 공동 창업이든 각자 창업이든 ‘개고생길'이란 점에서는 같다. 그 힘든 일을 해내는 부부 창업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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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4일 일요일

창업계 빅매치…‘시그널'이 ‘베이글'을 뛰어넘을까?

2016년 대한민국 창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을 둘만 꼽으라면 이놈들연구소의 스마트 시계줄 '시그널'과 베이글랩스의 스마트 줄자 '베이글'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그널'은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지 않고 손가락을 귀에 대기만 하면 통화할 수 있게 해 주는 기기, '베이글'은 굳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줄을 대지 않고도 길이를 잴 수 있는 기기입니다. 모처럼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관심사는 '시그널'이 과연 '베이글'을 뛰어넘느냐 여부입니다. 베이글랩스는 최근 킥스타터에서 135만 달러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습니다. ‘대박'이죠. 그 덕에 KBS '도전 K스타트업'과 K스타트업 LA 데모데이 등 각종 대회에서 이놈들연구소를 제치고 우승했습니다. 이놈들연구소는 매번 베이글 때문에 우승을 놓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놈들연구소의 추격이 대단합니다. 8월30일 킥스타터에 런칭하더니 4시간만에 목표 5만 달러를 돌파했고 나흘쯤 지난 지금 목표의 6배를 달성했습니다. 남은 기간이 34일. 지금 추세라면 '베이글'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유력 온라인 경제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시그널'을 소개하는 기사까지 썼습니다. 시그널은 과연 베이글을 뛰어넘을까요? K스타트업 등에서 밀린 설움을 한 방에 날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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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연구소는 삼성전자 스핀오프 1호입니다. 금년 1월 디캠프 주최 '디데이(D.DAY)'에서 우승했고 디캠프 5층 보육공간에 입주해 있습니다. 요즘엔 제품 출시를 앞두고 밤 늦게 일하기 일쑤고 매주 일요일에도 출근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놈연구소는 디캠프의 자랑거리입니다. 베이글랩스는 디캠프가 주최한 CBC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11월 중 덴마크에서 열리는 CBC 본선에 출전합니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