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4일 화요일

애플 광고 “아이패드로 당신의 시를 쓰세요”


애플이 최근에 내놓은 ‘당신의 시(詩)(Your Verse)’라는 90초짜리 ‘아이패드 에어' 광고 보셨나요? ‘너의 시를 쓰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죠. 어제 이걸 보면서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국어선생님 존 키딩이 학생들에게 들려준 부분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월트 휘트먼의 대표 시 ‘풀잎(Leaves of Grass)’에서 ‘O me! O life!’란 부분이 포함된 대목이죠.



광고는 ‘What will your verse be?’란 물음에 이어 ‘iPad Air’란 자막이 나오면서 끝납니다. 지난해 .월 아이패드 에어를 발표할 때 보여줬던 영상과 닮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패드를 확용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상이었죠. 이번 광고도 아이패드 활용 영상을 보여주면서 휘트먼의 시를 읊는 식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속 키딩 국어 선생님(로빈 윌리암스)의 목소리 그대로입니다. 대충 번역하자면 이런 내용입니다. (참고 기사)

우리가 시를 쓰고 읽는 것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야. 우리가 시를 쓰고 읽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야. 인간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거든. 의학, 법학, 경영학, 공학, 이런 것은...생활을 유지하기 위해(to sustain life) 필요하지. 그런데 시, 낭만, 사랑, 이런 것은 우리가 살아 있기(stay alive) 위해 필요하거든. 휘트먼은 이렇게 썼지. ‘오 나여! 오 삶이여! 질문은 끝없이 반복되고, 부정한 것들이 꼬리를 물고, 도시는 바보들로 넘치고. 좋은 게 뭐가 있나. 오 나여! 오 삶이여?” 이제 대답해봐. 너는 여기 있고, 삶이 있고...강렬한 연극이 진행되고, 너는 시를 바칠 수 있어. 너는 어떤 시를 쓰려고 하니?(What will your verse be?)



바로 이 마지막 말에 이어 ‘iPad Air’ 자막이 나오고 광고는 끝납니다. 그러니까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아이패드로 당신의 시를 써 보라고 권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을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멋진 국어선생님 존 키딩의 입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런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겠다' 생각했는데 애플은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에 내놓은 ‘서피스' 광고를 보셨다면 애플이 왜 이런 광고를 만들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와 아이패드를 직접 비교하면서 아이패드에서 안되는 것도 서피스에서는 된다고 강조합니다. 쫓아가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선두주자를 물고 늘어지는 것도 전략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건 하수죠. ‘아이패드로 당신의 시를 써 보세요'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제가 아이패드 신제품으로 쓴 짤막한 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광파리]


One more thing. 학창시절에 읽었던 휘트먼의 시 중에 아직도 기억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O Captain! My Captain!’ 휘트먼이 링컨 대통령을 추모하며 쓴 시인데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키딩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들려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시에서 휘트먼은 링컨 대통령을 선장에 비유합니다. 거친 항해는 끝났고 항구에 다 왔건만 선장은 갑판에 쓰러져 있는 상황… ‘오 캡틴 마이 캡틴'을 부릅니다. 멋진 선장이고 멋진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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