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디캠프(D.CAMP)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두 달째 블로깅을 전혀 못했습니다. 최근 신문용으로 썼다가 싣지 못한 글을 그대로 옮겨 싣습니다.)
창업 지원기관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센터장을 맡고 나서 2개월 동안 새로운 일을 많이 경험했다. 무엇보다 매월 한 차례 여는 ‘디데이(D.DAY)'가 인상적이었다. 초기 창업자들이 투자자와 다른 창업자들 앞에서 자기 사업을 소개하는 행사인데, ‘2월의 디데이'에서는 만삭의 창업자가 인기상과 심사위원상을 휩쓸었다.
행사일이 임박해서 디데이 담당자한테 “핀테크 스타트업인 ‘8%’가 지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약 50개 팀(법인 등록을 하지 않은 초기 창업자가 많아 흔히 “팀"이라 부름)이 지원했는데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던 8%가 지원했다는 얘기였다. 8%는 개인 간 대출/투자 중개 서비스 사업자로 금융감독원이 사이트를 차단해 화제가 됐다.
엄밀히 말하면 8%는 서비스 이름이고 법인명은 개미대부주식회사다. 우리은행 행원 출신 이효진씨가 대표를 맡고 남편이 개발 일을 돕고 있다. 8%는 서류심사 단계에서 “너무 큰 팀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따로 창업한 이 대표 남편을 포함해도 임직원이 네 명 뿐이고 아직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진 않았다. (8% 사이트)
행사 당일 디캠프 다목적홀은 초만원이었다. 수용인원이 150명인데 200명 가까이 입장했다. 8%는 다섯번째 마지막으로 발표했다. 이 대표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무대에 섰다. 출산이 임박했는지 만삭에 가까웠다. 이 대표는 개인 간 대출 및 투자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하고 나서 투자자들의 ‘송곳 질문'에 차근차근 답했다.
8%의 발표가 끝나자 곧바로 청중 인기투표가 진행됐다. 청중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슬라이도 사이트에서 투표를 했고 결과는 실시간으로 집계됐다. 사회를 맡은 디캠프 담당자는 투표 결과가 집계되자 지체없이 발표했다. 청중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178명이 투표했는데 마지막에 발표한 8%가 41%를 득표해 1등을 차지했다.
곧이어 심사위원 평가 결과도 발표됐다. 8%가 1등, 슬로버가 2등이었다. 짐작은 했지만 놀라운 결과였다. 나머지 4개 팀도 만만치 않았는데 두 상을 휩쓸다니. 무대에 올라 이 대표한테 맥북에어를 상으로 건네면서 보니 표정이 아주 밝았다. 디데이 우승이 힘이 돼 출산할 무렵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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