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는 '핀테크 열풍'이 참 대단했다. 정부가 금융부문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은행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작으나마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중국 베이징에 갔을 때 젊은 창업자한테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3, 4년 전에 P2P 대출 열풍을 겪었고 부작용도 모두 경험했다. 지금은 P2P 대출은 핀테크로 쳐 주지도 않는다." 한국에서는 이제야 P2P 대출 스타트업이 생겨났는데 3, 4년 전에 다 경험했다?
한두 달 후 베이징에 다녀온 투자자한테 또다른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금요일 밤 11시쯤 어느 스타트업 사무실에 상담하러 갔는데 3백명, 4백명이 일하고 있었다”고 했다. “어떤 기업이었냐?”고 물었더니 “P2P 대출 스타트업이었다”고 했다. 금요일 밤 11시에 3백명, 4백명이 일하고 있었다? P2P 대출 스타트업 직원이 3백명, 4백명? 믿기지 않았다. 우리나라 P2P 대출 선두주자인 8퍼센트는 직원이 10여명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 세계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25개를 정리해서 사이트에 올렸다. 대충 훑어봤더니 중국 핀테크 스타트업이 3개나 포함됐다. 더구나 기업가치 1위를 중국 핀테크 스타트업이 차지하고 있다. P2P 대출이라고 하면 미국 렌딩클럽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는데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중국에 더 큰 핀테크 스타트업이 있다는 얘기… 중국 핀테크 유니콘 3개를 소개한다.
23위. 지무박스: 중국 P2P 대출 스타트업
기업가치: 10억 달러
하는 일: 소기업과 개인에게 온라인 P2P 대출
주목받는 이유: 최근 수년 동안 중국 전역에서 이른바 “인터넷 금융” 기업들이 생겨나 돌풍을 일으키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무박스는 그들 중 하나다.
본사: 베이징
설립연도: 2013년
투자유치금액: 1억3120만 달러
21위. 쿠펭퀴: 가전제품 할부금융 스타트업
기업가치: 13억 달러
하는 일: 전자제품 할부구매를 지원하는 온라인 소매상
주목받는 이유: 1년 남짓 되는 짧은 기간에 거액의 투자를 받았고 중국의 신흥부유층을 타깃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대다수 중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투자자들은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본사소재지: 베이징
설립연도: 2014년
투자유치금액: 2억2500만 달러
1위. 루팩스(陸金所): 중국 P2P 대출 스타트업
기업가치: 100억 달러
하는 일: P2P 대출 플랫폼. 이 분야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중 하나다. 온라인으로도 사업을 하지만 80개 도시에 100개의 점포도 두고 있다.
주목받는 이유: 누적대출실적이 2만건, 25억 달러에 달한다.
본사소재지: 상하이
설립연도: 2011년 (2015년 9월 Lu.com으로 사명 변경)
투자유치금액: 4억8500만 달러
작년 12월 중국 상하이TV 취재진이 디캠프까지 와서 센터장인 필자를 인터뷰 했다. 디캠프가 인큐베이팅 한 스타트업을 묻길래 8퍼센트를 예로 들어 말했다. 작년 2월 디캠프 데모데이인 '디데이'에서 우승해 디캠프에 입주했고 디캠프가 시드머니를 투자했다, 최근 누적대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 P2P 대출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이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누적대출 얘기는 하지 말 걸 그랬다. 루팩스의 누적대출액은 3조원에 달한다.
One more thing. 이왕 25개 핀테크 유니콘을 소개한 김에 덧붙인다. 유심히 들여다 보면 본사소재지가 실리콘밸리인 스타트업이 유난히 많다. 금융 중심지는 동부에 있는 뉴욕이다. 그런데 핀테크 유니콘은 뉴욕보다 샌프란시스코에 훨씬 더 많이 있다. 뉴욕 3개, 샌프란시스코 9개. 금융에 테크(IT)를 접목한 게 핀테크라서 보수적인 동부보다는 혁신적인 서부에 더 많은 게 당연해 보인다. 런던 핀테크 유니콘도 2개 있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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