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8일 금요일

호창성 대표 “아무리 급해도 함부로 뽑지 마라"

더벤처스 호창성 대표가 오늘 점심시간에 디캠프 입주 창업자들을 만났다. 호 대표는 부인 문지원과 함께 비키(Viki)를 창업해 2100억원에 매각한 뒤 더벤처스라는 벤처캐피탈을 설립해 한국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비키 시절에는 링크드인 창업자이자 ‘페이팔 마피아' 중 한 사람인 리드 호프만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호 대표는 디캠프 창업자들한테 비키 시절 좋았던 일과 힘들었던 일, 리드 호프만 등으로부터 투자 받게 된 배경 등을 얘기했고 창업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질의응답 중 서너 개만 소개한다.


Q.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은 뒤 명심해야 할 점은 뭔가요?


A. 돈이 없다가 생기면 정말 행복하죠. (웃음). 그래서 팀 사이즈를 키우는 사례가 많은데, 돈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떨어져요. 이 돈이면 24개월 견디겠다 생각했다면 12개월 지나면 떨어지거든요. 펀딩 받더라도 돈을 아주 아껴 써야 해요. 그리고 사람 채용도 아주 중요해요. 맘에 쏙 들지는 않지만 일이 급하니 뽑아야 하나? 결정하기가 힘들어요. 정답은 없어요. 마일스톤을 지키려고 조금 맘에 들지 않더라도 뽑기도 하는데, 이렇게 뽑은 사람이 나중에 짐이 되기도 하죠.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을 뽑아야 해요. 이게 중요해요.


Q. (비키가 실리콘밸리에서) 시리즈 A 투자를 15곳에서 받았는데 배경이 있나요?


A. 투자 유치 마무리가 힘들었어요. 9개월 이상 걸렸죠. (비키) 트래픽은 올라가고, 독창성도 있고, 가능성은 있는 것 같은데, 실리콘밸리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팀이고, 아시아 기반 서비스가 미국에서도 먹힐지는 미지수고, 개발자는 집에서 일한다고 하고… 투자자들이 확신하지 못한 것 같았어요. 선뜻 투자 결정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지요. “아무개가 투자하면 나도 하겠다"는 식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투자자를 소개해 주기만 했어요.


그러다가 일본계 투자자 한 분을 만났어요. 연속창업자 출신 투자자였죠. 나중에야 알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는 신망이 아주 높은 투자자더군요. 이 분은 우리가 맘에 들었나 봐요. 리드 호프만을 자기가 설득해 보겠다고 했어요. 호프만은 그 전에 비키에 큰 관심을 보였고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이유 없이 연락이 끊겼거든요. 일본인 투자자는 호프만을 만나려고 집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다고 해요. 호프만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대요. “비키에 펀딩 하겠다고 했다면서 왜 연락 안 했냐? 투자 할 거냐? 해라.” 그러자 호프만이 깜박 잊었다면서 투자 하겠다고 했대요. 호프만이 투자 한다고 알려지자 그제서야 다들 자기도 하겠나고 나섰어요. 그러다 보니 투자자가 열 다섯이나 됐지요.


Q. 창업자들이 피해야 할 투자자도 있나요? 어떤 투자자를 피해야 하나요?


A. 투자자 때문에 힘든 경우는 없었지만 투자자 때문에 시간 낭비한 경우는 많았어요. 투자자들이 도와주려고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도움 안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비키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사람을 소개해주는 바람에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지요. 투자자가 아무리 전문성이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투자자가 한 번 고민해 봤다면 창업자는 열 번은 고민해 봤을 거에요. 경험이 더 많다고 해서 윗사람이 아랫사람 대하듯 해서는 안돼요. 더벤처스의 경우에는, 이 사업 내가 하고 싶다, 내가 하면 이렇게 하겠다, 진짜 잘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어야 투자를 해요. 그래야 가치를 더해줄 수 있지요.


Q: 비키를 경영하면서 안 좋은 결정을 한 때도 있었나요?


A: 안 좋은 결정이라? 사람에 관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별로 맘에 들진 않았지만) 급해서 뽑았는데, 마일스톤 달성도 못했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조직에 계속 남아 있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지금이라면 다른 결정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 뽑을 때는 신중해야 해요. 맘에 쏙 드는 사람이랑 같이 하는 게 좋겠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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