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5일 수요일

알토스벤처스 대표 “투자할 때 창업 경험 있는 창업자를 선호한다"

퇴근 길에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알토스벤처스 김한준(“한킴”) 대표의 투자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김 대표를 만나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긴 했지만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해 가 봤다. 알토스는 2012년부터 한국에서 투자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로, 쿠팡, 배달의민족, 미미박스, 비바리퍼블리카 등에 투자했다. 김 대표의 이야기, 재밌게 들었다. 특히 '토스' 서비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 투자 과정 이야기가 재밌다. 조금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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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펀드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을 하나씩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매년 이런 기업 하나쯤에는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다. 우리 목표는 투자한 모든 회사가 안전하게 성장해 엑싯(exit, 투자금 회수) 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한 회사 중 소수는 매우 크게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훗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목표다.

"투자기준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리는 팀을 보고, 시장을 보고, 그리고 ‘왜 지금이냐?’를 많이 생각한다. 투자한 직후에는 사업이 잘 안 되고 10년 뒤에야 사업이 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조금 늦게 시작해 망하는 확률보다는 너무 일찍 시작해 망하는 확률이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왜 지금이냐(Why Now)?’를 많이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내놓는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자들이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중요하다.

엑싯(투자금 회수). 빨리 하는 것보다 크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

"투자 대상 스타트업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박희은 수석 답변) 8, 90%는 추천에 의해 투자한다. 투자한 회사 대표가 추천해준 기업을 좋게 생각한다. 요즘엔 창업자들이 페이스북을 많이 쓰고 있어서 평판 체크하기가 쉽다. 콜드 메일이 많이 오는데, 읽긴 읽는다. 답장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다리 건너 추천받아 검토하는 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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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퍼블리카는 소개 받지 않고 투자했다. 퀄컴 행사장에서 6개 팀이 발표했는데 비바리퍼블리카가 인상적이었다. 다음날 만나서 한 달 후에 투자했다. 이승건 대표가 자기 꿈을 잘 설명해 줬다. 핀테크 쪽은 모르는 게 많아서 금융 쪽 사람을 불러 이 대표를 만나게 했다. 만나기로 한 날 금융 쪽 사람이 먼저 왔는데, 그분이 대뜸 “그 회사에 아직 투자 안 했죠?”라고 물었다. “안 했습니다” 했더니 “투자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바로 직후에 이 대표가 와서 함께 얘기를 했는데, 미팅이 끝날 무렵에는 “투자 받을 때 우리 좀 끼워주세요”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이승건 대표, 설득력 있다. 그 정도 설득력이면 은행도 설득할 수 있고, 규제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국회 찾아가서 조리 있게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투자와 관련해) 후회스러운 일은 없나?” 리모택시에는 10억원 남짓 투자했는데 안 됐다. 하지만 ‘이런 실수는 자주 해도 된다’. 비트패킹은 후회가 된다. 사용자 수 백만명을 수 개월만에 만들었는데 우리가 더 열심히 못해서 그렇게 됐다. 회사는 200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걸 마련하지 못했다. 70%까지는 마련했는데 매듭을 짓지 못했다.

"투자할 때 실패 경험을 높이 사는가?"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 대표 중에는 신용불량자도 있다. 창업 경험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창업을 경험해본 분은 고난이 닥쳤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80% 이상이 실패 경험이 있는 창업자다. ‘실패’라기보다는 창업을 해본 창업자를 선호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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