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창업자인 염재승 대표는 4년 전 “한국의 킥스타터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소식이 뜸해 궁금했는데 네이버+DCM+스트롱벤처스 등으로부터 17억원을 투자 받았다고 합니다. 염 대표를 만나진 못했고 텀블벅에 투자한 스트롱벤처스의 존 남 대표한테 잠깐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초기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염 대표가 꿋꿋하게 버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2011년 7월 텀블벅을 취재해 블로그에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의 첫번째 블로그가 통째라 폭파된 바람에 그 글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백업해둔 자료도 모두 날아갔고… 다행히 누군가 제 블로그 글을 자기 사이트에 옮겨놨더군요. 다시 읽어보니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때 사진도 찍었는데 구글 클라우드에 저장해둔 덕에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4년 전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기고 사진을 첨부합니다.
옥탑방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꿈꾸는 대학생들
(2011년 7월11일 쓴 글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게 있습니다. 영어로 ‘crowd funding’이니까 “대중모금”이나 “군중모금”이라고 해야 할 텐데… 인터넷을 통해 창작자금이나 개발자금을 모으는 걸 말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소셜펀딩”이라고 하죠. 대표적인 전문업체로는 미국 킥스타터가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게 있습니다. 영어로 ‘crowd funding’이니까 “대중모금”이나 “군중모금”이라고 해야 할 텐데… 인터넷을 통해 창작자금이나 개발자금을 모으는 걸 말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소셜펀딩”이라고 하죠. 대표적인 전문업체로는 미국 킥스타터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이 꿈틀거린다는 얘기를 듣고 취재를 했습니다. 아직은 걸음마단계라서 다들 오십보백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낫다는 업체를 취재했습니다. 소개받은 업체를 취재하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담당자가 “퇴사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객관적으로 어느 업체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다녔던 회사를 대지 않고 “텀블벅이 그래도 잘 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인데 제대로 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 저녁 7시30분에 홍대 앞에 있는 텀블벅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내비게이션 길 안내는 난타 공연장을 지나 먹자골목과 만나는 지점에서 멈췄습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텀블벅’이란 간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돌아와 찾아봤지만 텀블벅 주소지에는 카페만 있었습니다.
난타 공연장 쪽으로 내려가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김 기자님!” 뒤를 돌아보니 4명의 젊은이가 서 있습니다. 사진에서 봤던 텀블벅 대학생들입니다. 텀블벅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인 염재승.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2학년 휴학. 공동창업자 소원영.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2학년 휴학. 자칭 “24시간 디자이너” 윤명진. 같은 학과 2학년 휴학. 비디오 담당 김가영. 국민대 영상디자인학부 2학년.
이들을 따라 2층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귀퉁이에 있는 허름한 가건물이 사무실이라고 하더군요. 간판도 없고, 페인트 통이 나뒹굴고… 괜히 왔나? 후회스러웠습니다. 사무실에는 네 사람이 앉을 책상 4개와 소파 하나만 있었습니다.
믿음이 가지 않아서 대뜸 물어봤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분야에서 경쟁자는 누구죠?” “경쟁자는 없습니다”, “우리가 경쟁자죠.”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이렇게들 말합니다. 이 말을 듣고서야 제 판단이 옳았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고(거라지)에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는 젊은이들이 가장 무섭다”는 빌 게이츠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차고”보다는 “옥탑방”이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대학생활의 낭만과 편안함을 마다하고 옥탑방을 택한 젊은이라면 믿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염 대표, 소원영씨와 함께 옥상 카페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들었습니다.
염 대표 얘기. 크라우드 펀딩이란 게 있다는 걸 알고 고민을 많이 했다.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군복무할 때 웹 서비스에 관해 이런저런 구상을 했다. 소문을 내서 주변사람들로부터 품앗이 형태로 돈을 모으는 방안에 관해 생각했다. 2009년 말 구글링을 하다가 킥스타터란 크라우드 펀딩업체를 발견하곤 좋아하게 됐다. 많이 이용했다. 참 좋은 서비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에 프로젝트를 올릴 수 없어 아쉬웠다. 그래서 아예 이런 서비스를 내가 만들자고 생각했다.
제대 후 작년 한 해 동안 준비했다. 소원영씨랑 둘이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부수고 또 만들고… 수없이 반복했다. 기능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결국 펀딩을 가장 쉽게 할 수 있게 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텀블벅의 차별점은 결제시스템이다. 처음부터 후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후결제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가 성사된 이후에 결제가 이뤄지게 하는 것.) 킥스타터도 후결제를 채택하고 있다. 후결제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우리는 조건부 자동이체 방식을 개발했다.
올해 초 서교동 오피스빌딩 5층에서 창업했다. 소원영씨가 300만원 내고 내가 700만원 냈다. 최근 이곳으로 이사했다. 3월 말 사이트를 오픈하고 2개 펀딩 프로젝트를 올렸다. 목표금액이 100만원도 안되는 프로젝트였는데 한 달 안에 초과달성했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6월 들어서는 사람들이 몰리고 하루만에 목표금액 100만원을 채우는 사례도 생겨났다. 음반 제작 프로젝트도 사흘만에 목표금액 200만원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프로젝트 20개 가량을 올렸는데 성공하지 못한 것은 없었다. 2개월 동안 총 2500만원을 모았다.
서비스를 시작할 땐 과연 100만원이 모이겠느냐 의심도 했다. 지금은 프로젝트 목표금액이 많이 커졌다. 300만원짜리도 성공했고 500만원짜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독립잡지 프로젝트가 많다. 홍대 일대는 창작으로 유명하다. 독립잡지 독립음반 독립영화… 목표금액은 많아야 200만원쯤 된다. 독립영화라도 제대로 만들려면 2천만원, 3천만원은 들어간다. 그런데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로 200만원, 300만원쯤 모으면 제작 단계부터 영화를 알리고 관객도 확보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후결제가 중요하다. 목표기간내에 모금에 실패하면 한 푼도 가져가선 안된다. 소비자가 1천원, 1만원 소액 환불받기가 귀찮아서 내버려두면 회사가 챙기게 되는데… 이렇게 하는 건 위험하다. 가지고 있으면 쓰게 되지 않겠나. 우리는 킥스타터를 오랫 동안 봐왔기 때문에 이런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에 신생기업이 이런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했을 때 믿고 맡겨준 분들께 감사한다.
5월31일에는 음반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해 하루만에 목표금액을 채웠다. 목표금액을 180%를 달성한 적도 있다. 목표금액 기간 등은 프로젝트 발주자가 정한다. 우리는 조언해줄 뿐이다. 텀블벅은 플랫폼이다. 순항궤도에 진입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돈을 엄청 버는 사업이 아니다. 좋아서 하는 사업이고, 필요에 의해 하는 사업이다. 좀더 빠르고 쉽게 결제할 수 있고 우리 플랫폼을 많이 쓰게 하는 게 목표이다.
우리나라는 가장 취약한 게 결제 시스템이다. 모든 브라우저에서 돼야 하고, 간편해야 하고, 빨라야 하고… 이걸 구현하기가 어렵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핵심은 결제이다. 우리는 다르다. 공을 많이 들였다.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자동으로 이체되는 후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플랫폼 수수료로 5%를 받는다. 크라우드 펀딩은 틈새 비즈니스다. 아직 돈을 벌진 못하고 있다. 손익분기점 넘기는 게 단기목표다. 인건비를 제한 비용을 간신히 건지는 정도다. 서비스 개시 2개월만에 이 정도 나온 것만도 감사한다.
(광파리: 누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에 돈을 대는가?)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심리는 다양하다. 내가 아는 사람이 뭔가를 한다면… 친한 친구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든다면, 커피 한 잔 마실 돈으로 4천원, 5천원 투자하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앨범 만든다면 선듯 돈을 내는 팬이 있다. 돌려받지 못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후원하고 투자한다. 팬이 애정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보상이 없어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 “팬심(fan+心)”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젝트 설명을 읽어보고 재밌을 거 같다…리워드(보상)도 괜찮고… 그래서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
주로 염 대표가 얘기하고 중간중간 소원영씨가 거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들었습니다. 얘기가 막히거나 다른 방향으로 나갈 때 질문을 던져 흐름을 잡아주기만 했습니다. 토마토주스 한 잔 시켜놓고 세 시간 넘게 얘기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다 됐더군요. 밖으로 나오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염 대표는 제가 우산 사러 편의점으로 가자 자기 우산 받쳐들고 따라왔습니다. 3500원짜리 우산 2개를 사서 하나는 염 대표한테 줬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성공을 바라는 제 마음의 징표로 줬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옥탑방 마인드”만 버리지 않는다면 성공하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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