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1일 목요일

중국 스타트업의 쓴소리 “그 팀이 우승할 만한지 잘 모르겠다"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다. 지난 8, 9일 이틀 동안 열린 스타트업 페스티벌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5’에 참가하고 상하이 창업계를 둘러봤다. 한 마디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중국 테크/창업계 소식을 꾸준히 읽어 나름대로 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대단했다. 전시장에서 중국 스타트업 사람이 했던 말은 쇼크였다. “디데이 우승팀을 잘 안다. 그 회사 제품은 우리 제품보다 훨씬 단순하다. 그 팀이 우승할 만한지 잘 모르겠다."

디데이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가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여는 데모데이 행사다. 매월 5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지원하고 심사를 통과한 5개 팀이 투자자와 창업자들 앞에서 발표한다. 역대 우승팀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디캠프는 역대 디데이 우승팀 ‘명예의전당’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 팀이 우승할 만한지 잘 모르겠단다. 헉! 이럴 수가… 중국 스타트업 직원은 디데이 우승팀에 대해 빠꼼히 알고 있었다.

이번 상하이 방문 소감을 한 마디로 줄이면 ‘한국은 오만하다'이다. 쥐뿔도 없는 것들이 온갖 똥폼 다 잡고 있다. 중국인들은 자기끼리 모여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 중국말을 한국말 만큼 잘하는 디캠프 최시훈 매니저가 “솔직히 말해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했단다. 이들이 말한 한국인은 좁게는 중국을 들락거리는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이고, 넓게는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 기업인이다. 한국이 분수 모르고 오만하게 군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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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훈 매니저가 전해준 얘기 중 일부만 공개한다.

중국에서 살아남은 대만 스타트업이 하나 있다. 중국 사람들은 그 스타트업이 대만에서 시작했다는 걸 모른다. 외국 스타트업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중국 서비스처럼 보이도록 하라는 게 아니다. 중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쓰도록 완벽히 현지화해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중국 와서 발표하는 걸 보면 엉성한 중국어를 쓰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게임 끝이다. 중국인이 있는 팀은 그나마 나은 것 같다.

대만과 한국 창업자들한테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콧대가 높고 자존심이 엄청 세다는 것이다. 한국이 더 심한 것 같다. 중국보다 먼저 산업이 고도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한국 창업자들은 제품에 대해 자세히 묻고 내부를 들여다 보려고 하면 카피할까봐 겁이 나서인지 방어적으로 대한다. 사실 되게 웃기는 행위다. 카피하려면 홈페이지만 보고도 다 한다. 내부까지 보려고 하는 건 관심이 있기 때문이고 가치 있는 조언이 나올 수도 있다.

중국 팀들을 봐라. 다 까서 보여준다. 그들은 카피를 무서워하지 않을까? 무서워한다. 그런데 그들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딱뜨린다.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고 경쟁사가 하려고 하는 걸 먼저 해 버린다. 이게 카피캣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팀처럼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국 스타트업은 중국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한다면 아예 중국으로 옮기든지. 한국에 있으면서 중국에 발만 걸치고 횡재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한국 어느 기관이 스타트업들을 데리고 중국 곳곳을 쑤시고 다니던데, 현지 사정을 모르는 것 같다. 번지를 잘못 찾아가기도 하고, 통역을 써서 연락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이 중국 진출 방법을 잘 모른다면 기관이 먼저 중국 파트너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우수한 팀들을 끌어와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 사람들은 쓴소리를 들을 줄 모른다. 대만 사람들은 자기네 제품에 뭐가 부족한지 얘기해 주면 엄청 겸손한 태도로 듣는다. 한국인은 다르다. 중국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불량한 곳도 있다. 설명도 열심히 안 하고. “좋다"는 소리를 안하면 상반신을 뒤로 빼기부터 한다. 불편하다는 거다.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소중한 것은 “니네 제품 좋다"는 칭찬이 아니라 "이것이 문제다"는 지적이다.

나는 중국 화웨이 어느 사업부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하다가 얼마 전에 퇴사했다. 이 회사에는 상시적으로 삼성을 파헤치는 팀이 있다. 물론 샤오미를 연구하는 팀도 있다. 중국에서 삼성이 화웨이와 샤오미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화웨이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갤럭시노트 나왔을 때만 해도 화면이 큰 폰은 삼성 제품밖에 없었다. 지금은 아니지 않냐. 삼성 스마트폰의 스펙을 중국에서 반값에 만든다.

삼성 점유율이 한창 곤두박질할 때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본사에서 중국전문가 100명을 데려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들이 중국을 알까? 그들이 중국에 와서 뭘 하겠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삼성은 화웨이나 샤오미 사람들을 스카웃 하는 전략을 썼어야 했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경쟁사들이 알고 있다. 중국은 인재 유치 경쟁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렇게 뺏어오고 전투적으로 준비해야만 살아남는 게 중국 시장이다. 사실 삼성은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기본이 되어 있는 회사다. 그런데 위기의 순간에 자꾸 오판을 한다. 도무지 내부 의사결정에 발전이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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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훈 매니저의 메모를 절반쯤 옮겨적었다. 물론 몇몇 중국인이 평소 생각을 거르지 않고 털어놨을 수 있다. 팩트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인의 속내를 짐작하게 하는 얘기다. 웃어 넘길 얘기는 아니다. 테크크런치 상하이 행사장과 창업지원기업 두어 곳에서 보고 들었던 것, 스타트업 창업자들한테 들었던 것… 이런 걸 종합해 보면 맥락이 통한다.

우리가 들었던 얘기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텐센트가 연말까지 중국 20개 대도시에 창업지원센터를 연다, 레노버는 이미 창업 지원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창업지원기업 엑스노드가 상하이 황포강변에 네번째 창업지원공간을 열었다, 창업지원기관 EFG가 투자한 스타트업이 1000개가 넘는다, 창업 지원이 새로운 사업으로 뜨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이 창업 허브가 되려고 경쟁하고 있다…등등.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大众创业 万众创新)'. 리커창 총리의 창업 독려는 헛구호가 아니다. 중국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는 것 같다. 상하이에서 우버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인 13억 중 3억명만 한국인처럼 부지런히 일하면 한국은 없다.” 우리는 껄껄껄 웃었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중국을 다시 봐야겠다. 이젠 똥폼 그만 잡자.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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