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지원센터 디캠프(D.CAMP)에서는 늘 만나고 헤어진다. 헤어지는데 이골이 날 법도 한데 헤어질 때 아쉬운 마음은 매번 똑같다. 18일에는 이놈들연구소가 디캠프를 ‘졸업’했다. 서울 양재동에 사무실을 얻어 디캠프를 떠났다. 올해 1월 ‘디데이(디캠프 데모데이)’에서 우승해 입주한지 8개월만이다. 창업 1년만에 자립의 길로 들어섰다.
이놈들연구소는 삼성전자 엔지니어 3명이 창업한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으로, 국내 창업계가 유심히 지켜보는 유망주 중 하나다. 삼성전자 스핀오프 1호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큰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하드웨어 부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이놈들연구소는 삼성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란 게 강점이자 단점이었다. 최현철 대표는 ‘디데이' 질의응답 때 “(삼성 내부 얘기라서)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해놓고 다 얘기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대기업 체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다행히 디캠프 입주 8개월 동안 혁신이 가능한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킥스타터 크라우드펀딩 경험도 창업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이놈들연구소는 스마트 시계줄을 개발해 지난달 킥스타터에 올렸다. 목표를 5만 달러로 잡았는데 약 30배인 147만 달러를 모금했다. 킥스타터 전체 프로젝트의 0.03%에 해당하는 ‘대박'이고, 한국 스타트업의 킥스타터 모금액으로는 두번째로 크다. 이놈들연구소는 킥스타터 모금을 통해 전 세계에 제품을 알렸고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킥스타터 ‘대박'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놈들’이 디캠프를 떠나는 날 최현철 대표와 마주앉아 잔소리를 했다. 하드웨어 사업이란 쉽지 않다, 끊임없이 후속 제품을 내놓아야 하고, 삐끗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의 추격도 따돌려야 하고, 변덕스러운 소비자 취향도 끊임없이 파악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했다.
돌이켜 보면 디캠프가 ‘이놈들’한테 해준 게 별로 없다. 이 행사 참석해라, 저 행사 참석해라, 불러내지 않은 게 디캠프가 해준 일이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맞다. 실제로 그랬다. 이놈들연구소가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웬만하면 행사에 불러내지 않았다. 국내외 고위 인사가 디캠프를 방문할 때도 미리 귀띔해 준비하게 하지도 않았다.
이놈들연구소를 예로 들었지만 어느 스타트업이든 마찬가지다. ‘실탄'(자금) 떨어지기 전에 사업 발판을 확실히 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한다. 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선배 창업자들은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일에 몰두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사무실을 얻어 디캠프를 떠난 이놈들연구소가 한눈팔지 않고, 소비자한테 제품으로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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