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4일 금요일

아이폰5 취재후기(1): 햄버거냐 피자냐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습니다. 아이폰5 공개 행사를 지켜봤습니다. 예상대로 놀랄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애플에는 아직 조니 아이브가 있구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도 썼죠. 종이신문 기자로서 한계도 절감했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지 못한 채 귀국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기내에서 아이폰5 관련 외신을 30여개 읽었습니다. 노트북 2대에 기사를 잔뜩 띄워놓고 탑승했죠. 재밌는 글을 하나씩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햄버거가 더 맛있나요? 피자가 더 맛있나요? 햄버거가 더 맛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피자가 더 맛있다”고 주장하는 이에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너는 틀렸어"라고 몰아부치시겠습니까? 지디넷 후배 기자가 아이폰5 발표 현장에서 외국 기자에게 “갤럭시노트2와 아이폰5 중 어느 것이 좋냐”고 물었더니 “햄버거가 더 맛있느냐, 피자가 더 맛있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답하더랍니다. 멋진 답변.



애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폰5를 발표한 지난 12일(현지시간) 로버트 스코블이라는 유명한 블로거가 구글플러스에 올린 글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어떤 아이폰보다 많이 팔릴 것이다. CNBC는 발매 후 처음 3주간에 1천만대 팔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너무 보수적이다. 이번에 더 얇아지고, 더 가벼워지고, 더 빨라지고, 더 선명해졌다. 이게 혁신이다. 이 글에는 하루만에 150여개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지글도 있고 반대글도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댓글입니다. 삼성과 구글이 애플을 제소해야 할 거랍니다. 그 이유로 8가지를 꼽았습니다. 화면 키우는 것, 안드로이드가 먼저다. 턴바이턴 내비게이션, 안드로이드가 먼저다. LTE도 안드로이드가 먼저다. 800만 화소 카메라, 안드로이드가 먼저다. 파노라마 사진, 안드로이드가 먼저다, 700p 전면 카메라, 안드로이드가 먼저다, 자체 지도, 안드로이드가 먼저다, 아이콘 5열 배치, 안드로이드가 먼저다. ㅎㅎㅎ

댓글 다신 분 대단합니다. 아이폰5 발표 직후 “혁신은 없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발표한 내용이 대부분 미리 유출돼 새로울 게 없었을 뿐만 아니라 스펙 자체를 놓고 봐도 안드로이드폰에 이미 적용된 것이 많았죠. 물론 스펙 자체로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삼성이 애플을 제소해야 한다는 표현도 재밌습니다. 애플이 삼성과 “핵전쟁"을 벌이면서 애플에 대한 반감도 생겨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로버트 스코블의 글에서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은 얇아지고, 가벼워지고, 빨라진 것을 혁신으로 꼽았다는 점입니다. 아이폰5 발표 직후 손에 쥐었을 때 첫 느낌은 ‘어? 왜 이렇게 얇아? 가볍네’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애플은 아이폰5에 A6를 탑재함으로써 데이터 및 그래픽 처리 속도를 2배 높였고 폭을 그대로 둔 채 길이를 9mm 늘렸죠. 이렇게 하면서 두께를 18%, 무게를 20% 줄인 건 대단합니다. 이 부분은 과소평가받고 있습니다. [광파리]



댓글 10개:

  1. 더 빨라지고 더 얇아지고 더 가벼워지는 것은 어디나 지향하고 있지 않나요? 삼성도 매번 그것을 강조해 왔구요. 사실 기술 발전의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겠죠. 아마 갤럭시S4는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빠르게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적으로 혁신이라기 보다는 당연히 되어야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제 생각을 몇 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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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지낭군님 말씀대로 어디 회사나 지향하죠. 심지어는 중국 메이커들도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개발했다고 자랑하곤 하죠. 기술이 발전하면 당연히 그렇게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져 제품을 오히려 키워야 하는 문제가 생기죠. 그런데 배터리 기술은 그렇게 빨리 발전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어느 단계부터는 줄이기가 매우 어려워지죠. 애플의 경우 결국 독 커댑터, 심카드, AP 등을 모두 줄이는 작업을 했더군요. 아이폰4를 손에 쥐는 순간 디자인 담당자들이 고생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꺼번에 20%나 줄여놨으니 버그가 생길지, 발열문제가 생길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문제가 없다면 '디자인의 성공'이라고 봐요... 저는 삼성이든 애플이든 잘하면 잘한다고 쓰고 못하면 못한다고 쓰려고 합니다. 삼성이니까 무조건 "삼성불매" 하는 것도 싫고 애플이니까 무조건 잘한다고 쓰는 것도 싫고... 왜 우리나라는 한쪽 편에 서길 강요하는지 그게 답답해요. 수지낭군님은 그런 분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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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삼성이 하드웨어 스펙을 올리면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 듯, 애플이 디자인을 개선하면 그것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혁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애플이 아이폰 홍보 영상 중에 제조 과정을 소개하는 거 보면 애플이 생각하는 혁신은 다른 부분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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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감입니다. 마감 동영상 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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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리고 산업 디자인적인 관점 그리고 그것을 제조 할 수 있고 상품화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Affordable한 Price Point에 맞추는 능력 그런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사실 5는 Pure Innovation이라기보다는 Revolutionary Evolution이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유리를 쓰고, 알류미늄 메탈을 쓰고, 다이몬드로 커팅을 하고 이건 사실 뱅앤올슨같은 초고가 메이커들도 잘 못하는 건데, 그걸 소비자가 그래도 살 수 있는 가격으로 만든것 자체가 다른 의미의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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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 말씀입니다. 제품 마무리를 보면 장난이 아닙니다. 쌩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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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Apple.com에 올라온 소개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렌즈 커버 처리 공정이나 커버 케이스 세공, 그리고 parts간 오차를 줄이기 위한 고해상도 카메라 측정까지...
    아이폰5의 두께 혁신, 무게 혁신은 "혁신은 없다" 로 치부할수 없을것 같습니다.
    그걸 만들어 내기 위해서 부품, 생산, 품질 측면에서도 엄청난 혁신을 해야 했을 겁니다.
    특히나 기타제조사가 흔히 신제품 가격을 턱 없이 올려 판매하는데 그런 가격 상승 요인없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특히나 "혁신은 있다"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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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동영상...행사장에서 감명깊게 봤습니다. 애플 사람한테 추가로 설명도 들었고요. 유니바디가 대단한 줄만 알았는데 그보다 더 대단한 기술을 사용했더군요. 제가 디자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속도를 높이면서 두께와 무게를 18%, 20% 줄인다는 것은 무시할 일이 아니죠. 시리즈 4번에서 디자인에 대해 다시 언급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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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 또한 햄거버가 맛있냐 피자가 맛있냐 하는 말에 공감되네요. 둘다 맛있지만 취향에 따라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겠지요.
    키노트 발표할때는 모두들 "One more thing"을 기다려서 그런지 실망스런 의견이 많았지만, 애플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아이폰5의 소개를 찬찬히 보고 동영상을 보니 감탄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이번 아이폰의 혁신은 제조공정에 까지 적용되었구나 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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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혁신이 너무가까이 있으면 우리눈엔 잘 보이기가 어렵죠.
    한개의 물건을 세계에 내 놓는것 자체가 혁신입니다.
    그 혁신에 감탄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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