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2일 금요일

구글 ‘크롬북 픽셀'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구글이 간밤에 ‘크롬북 픽셀’을 내놓았습니다. 화면을 손가락 터치로도 작동할 수 있고, 해상도가 매우 높고, 구글의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합한 클라우드 노트북입니다. 구글이 구글 서비스 헤비유저를 겨냥해 내놓은 프리미엄급 크롬북이라고 할 수 있죠. 크롬북은 한국에서 쓰기엔 제약이 많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은 재작년 6월 크롬북을 내놓을 때부터 “3S”를 강조했습니다. “빠르고(speedy) 단순하고(simple) 안전하다(secure)”는 얘기입니다. 현재 삼성과 에이서에 이어 레노버와 HP도 크롬북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11인치만 내놓다가 HP가 최근 13인치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크롬북 픽셀은 이름 없는 대만 업체가 OEM으로 만들어 공급합니다.





구글 발표내용. 크롬북 픽셀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자인에서 최고를 지향하는 차세대 크롬북이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파워유저들을 타깃으로 보고 만들었다. 크롬북의 철학은 언제나 ‘단순함'에 있다. 크롬북 픽셀에서는 '픽셀(화소)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눈으로 화소를 전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화질이 매끄럽다는 뜻).

스크린. 크롬북은 현재 시중에서 팔고 있는 노트북과 비교해 해상도가 최고다. 인치당 239 픽셀(1인치 선에 239개 점)이고 전체로는 430만 픽셀이다. 글씨가 선명하고 색상이 생생하다. 손가락으로 터치해서 작동하는 터치 기능도 추가했다. 손가락으로 탭을 열거나 닫고, 손가락으로 앱을 실행하고, 손가락으로 사진을 편집할 수 있다.

몸체에는 산화피막처리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했다. 표면은 매끄럽고 내구성이 좋다. 통풍구와 나사는 눈에 띄지 않게 감췄고, 스테레오 스피커는 백라이트 키보드 밑에 밀어넣었다. 터치패드는 유리(etched glass). 정확히 작동하게 레이저 현미경으로 다듬었다. 웹캡은 720p. 영상이 선명하다. 마이크 3개 탑재. 소음을 제거할 수 있다.

스피드. 원래부터 크롬과 크롬북의 핵심이다. 웹페이지를 띄우는 것부터 앱을 교체하는 것까지 거의 모든 게 바로바로 실행된다. 인텔 i5 프로세서 탑재하고 솔리드 스테이트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해 매우 빠르다. 네트워크 연결: 최고의 와이파이를 채택했다. 안테나 위치를 제대로 잡았고 듀얼밴드를 지원한다. LTE도 지원하는데 옵션이다.

스토리지. 구글드라이브 1테라바이트(TB)를 제공한다. 사진 동영상 문서 등을 어떤 기기에서든 어디서든 부담없이 올릴 수 있다. 구글 검색, G메일, 유튜브, 구글지도 등 각종 구글 서비스가 내장돼 있어 원 클릭으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수초만에 부팅되고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바이러스 방지는 기본 기능. 모든 것이 자동으로 업데이트 된다.

미국 영국 구글플레이에서 오늘부터 판매한다. 베스트바이닷컴에서도 곧 판매한다. 와이파이 버전은 미국 1299달러, 영국 1049파운드. (약 142만원). 다음주부터 배송. LTE 버전은 1449달러. 4월 중 미국에서 발매한다. 미국에서는 일부 베스트바이 매장, 영국에서는 커리스PC월드 매장에 가면 크롬북 픽셀을 미리 사용해볼 수 있다.

발표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자세한 스펙은 엔가젯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존 크롬북과 비교한 표가 있는데... 링크합니다.
크롬북의 의미 몇 가지만 메모합니다.

첫째, 크롬북이 성공할 경우 노트북이 클라우드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크롬북은 엑티브X로 떡칠이 돼 있고 웹이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돼 있는 '한국=갈라파고스'에서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이런 제약이 사라지면 클라우드 시대에는 크롬북과 같은 '클라우드 노트북'이 분명 강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1테라바이트 클라우드 공간은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헤비유저에겐 최고의 선물입니다. 구글드라이브 무료 공간은 10기가바이트죠. 기존 크롬북은 흠이 많았습니다. 터치패드는 버벅대고, 와이파이는 제대로 잡히지 않고, 디자인은 투박하고, 해상도 떨어지고... 이런 단점을 크롬북 픽셀이 얼마나 해소했는지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둘째, 크롬북 픽셀이 맥북프로 레티나를 겨냥한 프리미엄 노트북이란 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기존 크롬북은 삼성 에이서 레노버 HP 등 유명 메이커들이 만들었지만 가격이 저렴해 “싸구려"란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크롬북 픽셀은 최고의 해상도에 터치패드와 네트워크 연결성 개선... 발표내용만 놓고 보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물론 기존 크롬북보다 훨씬 비싸고 타깃이 다르죠. 기존 크롬북은 250~400달러, 크롬북 픽셀은 1299달러, 1499달러. 약 4배. 중소기업이나 학교에 팔기엔 너무 비쌉니다. 그래서 구글 서비스를 많이 쓰는 헤비유저를 타깃으로 잡았습니다. 구글이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얘기와 결합하면 구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셋째,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애플과 대결하는 양상이 심해진다는 점입니다. 구글은 한때 애플과 손 잡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섰죠. 그러나 안드로이드로 아이폰을 공격한 것도 모자라 크롬북 픽셀로 맥북프로 레티나까지 겨냥하고 있으니 지금은 원수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철천지원수겠죠.
구글이 윈도와 오피스 모두를 공격하고 있으니까요.

넷째, 안드로이드와 크롬의 수렴 문제. 제가 엔지니어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노트북이 갈수록 얇고 가벼워지고 있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찬가지로 노트북과 태블릿에 같은 OS를 탑재하는 게 개발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편할 테고... 두 OS가 통합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터치가 추가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구글에서 크롬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순다 피차이 부사장(SVP)은 구글플러스에 올린 글을 통해 “픽셀은 클라우드에서 사는 파워유저(구글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며 “미래 혁신을 촉진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썼습니다. 피차이는 인도과학기술대(IIT)를 나온 인도계로 한국나이 42세입니다. [광파리]

(광파리의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링크합니다.)



댓글 14개:

  1.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언제 발매할지 모르지만 경쟁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IE 웹부라우저 사용인구가 70%가 넘는 한국의 컴퓨팅 환경이 문제입니다. 이미 크롬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은행과 관공서, 학교, 등의 갈라파고스 탈출의 희망은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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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 정부가 한국을 "웹 갈라파고스"로 만든 규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종래는 정책 집행 기능이 분산돼 있어 방통위나 행안부 혼자서 규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공무원들이 악착같이 추진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희망적인 점도 있습니다. 요즘엔 그룹웨어를 발주할 때 "멀티 OS, 멀티 브라우저 지원"이 기본입니다. 정부가 힘을 보태면 좋아질 걸로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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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노트북 교체할 때가 되었는데....
    맥북 고려하고 있었는데, 크롬으로 가야할까요? ㅋㅋㅋ
    근데 시험삼아 써보기에는 너무 비싸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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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급하시네요 ㅎㅎ. 저는 맥북프로 레티나, 삼성 윈도 PC, 삼성 1세대 크롬북을 쓰는데 주로 맥북프로 레티나를 씁니다. 기사 쓸 때, 회사 이메일 이용할 때, 전자정부 이용할 때만 윈도 PC를 씁니다. 크롬북은 테스트용으로... 한국에서 편하게 쓰려면 몇년은 더 걸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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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늘 최신의 IT관련 정보와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
    근데 광만 파시고 언제 쓰리고에 흔들고 피박 내실지 이상하게 그게 궁금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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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고, 광만 팔면 됐지 어떻게...ㅎ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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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래도 서두르지 않고 시장의 반응을 봐가면서 서서히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구글이기에 가능하지 않나...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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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여기에... 구글플레이 붙히면... 영화보고 책보는 기계가 되겠군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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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겠네요. 구글이 끊임없이 지향하는 목표점은 커머스. 가장 잘 못하는 것도 커머스...ㅎㅎ.
      플랫폼 사업자는 누구나 장사를 해서 돈을 벌려고 하죠. 그게 맞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쌩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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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진 좀 시기상조 제품이라고 생각됩니다.

    1. 아직까지 웹앱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제한적임

    2. $100만 더 지불하면 맥북프로레티나 디스플레이 구입 가능 - 이건 완전한 컴퓨터임 그에 반해 크롬북은 클라우딩 없인 절름발이

    3. 고가 제품 + 뛰어난 디스플레이 - 하지만 전문가용으론 부적절 - 예로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프리미어 등 모두 사용 불가

    4. SSD용량이 32기가 밖에 안 된다는 점 - 기본 OS를 제외하면 실제 사용량은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됨

    5. 그래픽 드라이버는 인텔 HD4000 - 과연 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무리 없이 돌릴 수 있을지 의문

    6. HDMI output 없음

    7. 1테라바이트 용량은 2년만 제공 - 2년 후엔 유료 구입 (기본 구글 드라이브 5G 제공 / 10G 아님)

    8. 1테라바이트 용량이지만 업로드/다운로드 속도 때문에 실제 얼마나 1테라바이트를 다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

    9. 궁극적으론 크롬OS와 안드로이드OS가 하나로 갈 것 같단 생각에는 동의 (현재 크롬OS용 프로그램의 부재를 안드로이드OS가 메꿀 수 있음)

    10. 일종의 플래그쉽 개념으로 출시한 것 같지만 일단은 중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것이 크롬북에겐 더 맞다고 봄. 클라우딩 기반 회사나 학교에서 크롬북을 채택하는 제일 큰 이유는 경비 절감인데 이번 제품은 그런 컨셉과 맞지 않음. 그런 의미에선 일단 에이서나 삼성의 $199~$249 짜리 제품으로 보급 확산 시킨 후에 점점 더 프리미엄급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더 맞다고 봄

    11. 그나마 다행인 건 오프라인에서도 문서/스프레드쉬트 등의 파일을 편집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기본 탑재 예정

    12. 3:2 화면비는 호불호가 갈릴 듯. 영화 감상 등에는 레터박스가 너무 크지만 문서 편집이나 웹서핑 시엔 장점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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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목조목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저랑 생각이 비슷합니다.
      저도 이 제품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성공할 거라고 확신도 안합니다.
      단, 클라우드 노트북 시대를 여는 역할을 할 것이란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1번은 후발 제품이니까 감수해야 할 점.
      2번은 제가 맥북프로 레티나를 쓰고 있어서 동감.
      크롬북 픽셀이 구글 서비스 헤비유저를 겨냥한 제품이란 점은 감안해야 할 듯.
      3번 동감. 4번은 크롬북은 클라우드 노트북이란 점을 감안해야 할 듯.
      6번은 아쉬운 점. 7번 지적 동감. 유료 서비스로 유도하기 위한 미끼 성격.
      10번은 전략 선택의 문제. 구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을 듯.
      크롬북=싸구려 이미지 굳어지기 전에 프리미엄 모델을 선보일 필요도 있을 듯.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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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여기 누군가가 리뷰를 했다지요.
    http://www.cultofmac.com/216969/google-unveils-stupid-expensive-premium-chromebook-to-compete-with-retina-m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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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upid... insane... crazier... 이런 극단적 단어로 리뷰를 쓰는 사람들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에고이스트이거나 조금 아는 걸 많이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허풍쟁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크롬북 픽셀에 대해서는 평가가 반반으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어느 측면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으로 쓸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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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오히려 기업시장에 경쟁력이 있을거 같네요. 예컨데 쓸데없이 ? VDI 같은 거대 솔류션 구입해서 사내 자원을 클라우드로 이전하느니 구글 기반으로 하는게 비용, 운영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자원이 구글인프라에 위치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구글기반의 문서관리 툴들에 대한 이질감만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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