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일산 킨텍스에서 창업 관련 행사가 있었다. 벤처스퀘어가 주최한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토론을 끝내고 행사장을 나오는데 한 창업자가 나를 붙들고 끈질기게 말을 걸었다. 자기네가 개발한 기술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사진은 물론 동영상 파일까지 1/10 이하로 압축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잘 모르겠어서 그냥 “자신 있으면 디데이(디캠프 월례 데모데이)에 도전해 보세요"라고 웃으며 말하고 왔다. 그리고 잊었다.
바로 그 창업자가 작년 중반 디캠프 6개월 보육 프로그램인 GoD 2기에 지원해 디캠프에 입주했다. 회사명은 에벤에셀. 남자와 여자, 달랑 둘이었다. (현재는 6명). 킨텍스에서 만났던 남자는 개발자, 여자는 개발을 제외한 나머지 일을 도맡아 했다. 두 사람 모두 대표, 공동대표였다. 곽준기 대표와 강미숙 대표. 곽 대표는 늘 미소짓는 남자, 강 대표는 또순이.
에벤에셀은 디캠프 입주 후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어왔다. 금융권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해 상금 1천만원을 챙겼고, 미래부 공모전에서 우승해 상금 1억원을 거머쥐기도 했고… 경진대회 발표는 강미숙 대표가 도맡아 했는데 핵심을 야무지게 잘 전했다.
마침내 2016년 10월, 에벤에셀은 디캠프 ‘10월 디데이’에 도전했다. 50여개 팀 중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한 5개 팀이 발표했다. 경쟁자 중에는 “또순이"로 알려진 서숙연 해빛 대표도 있었는데, 우승은 에벤에셀이 차지했다. 서 대표는 나중에 “강 대표 발표하는 걸 보고 ‘누군데 발표를 저렇게 잘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딱 1년만이었다. 에벤에셀은 디캠프 센터장이 ‘디데이에 도전해 보라’고 말한지 1년만에 디데이에서 우승했다. 디데이 우승 후에는 본엔젤스 투자를 받았고, 기업을 상대로 B2B 영업을 해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연초에 잡은 올해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작년의 5배 이상. 목표를 새로 늘려잡아야 한다고, 처음으로 흑자를 낼 것 같다고 했다.
일주일 전, 곽 대표랑 강 대표가 디캠프 사무실로 내려왔다. (에벤에셀 사무실은 5층, 디캠프 사무실은 3층.) 둘이 같이 내려와서 좀 의아했다. “좋은 일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배시시 웃었고, “결혼하세요?”라고 물었더니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청첩장을 꺼내 내밀었다. 둘이 결혼하기로 했다고, 한 달쯤 전에 강 대표가 ‘부모님이 재촉한다’고 말하자 곽 대표가 “나랑 같이 사는 건 어때요?”라며 즉석 프로포즈를 했다고... 강 대표가 깜짝 놀랐고 받아들였다고... 양가 부모님 상견례를 했고, 한 달여만인 6월6일 결혼한다고 했다.
둘은 직장 선후배다. 2, 3년 전 같이 에벤에셀을 설립했는데 킨텍스에서 우연히 디캠프 센터장을 만나 디캠프와 인연을 맺었다. 사업을 같이 하면서도 서로를 결혼 상대로 생각하진 않았고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둘은 에벤에셀이 성장궤도에 진입할 무렵 결혼에 골인했다. 사업도 성공, 결혼도 성공. 일타쌍피. 오늘 결혼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두 사람이 합심해 더 크게 성공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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