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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4일 화요일

블랙베리를 최대주주 페어팩스가 인수한다


지난주 40%(4500명) 감원을 발표했던 블랙베리가 결국 팔립니다. 간밤에 캐나다 페어팩스 파이낸셜과 의향서(LOI)를 교환했습니다. 페어팩스가 발행된 블랙베리 주식 전부를 주당 9달러에 인수하기로. 기업가치를 47억 달러(5조원)로 평가한 셈이라네요. 블랙베리 명성에 비하면 헐값이지만 지금 판국에 5조원이나 받는다는 게 놀랍습니다.

페어팩스는 블랙베리 주식 10%를 보유한 최대주주. 블랙베리는 11월4일까지는 다른 인수 제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새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 과연 5조원 이상 제시할 인수자가 나타날지… 한때 중국 메이커가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돌긴 했죠. 블랙베리는 지난 8월 매각 방침을 밝혔다고 합니다. (보도자료)

블랙베리는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안일하게 대처했고 새 OS(블랙베리10) 런칭을 뚜렷한 이유 없이 여러 차례 연기했습니다. 올해 초에야 새 OS와 이를 탑재한 폰 2종을 내놨지만 주목 받지 못했죠. (링크).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진 상황에서 10% 최대주주인 페어팩스가 인수자로 나선 셈입니다. 인수 후엔 블랙베리 상장을 폐지한다고 합니다.



블랙베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쿼티자판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올해 초 발표한 블랙베리10 탑재 2개 모델 중 하나는 터치폰이었습니다. 블랙베리를 유명하게 했던 '쿼티자판'이 끝까지 블랙베리의 발목을 잡은 셈이죠. “블랙베리" 하면 쿼티자판인데 어떻게 그 유산을 버릴 수 있겠느냐...라고 했는데, 이젠 쿼티자판도 블랙베리와 함께 잊혀지게 됐습니다. [광파리]

(130922) 블랙베리 감원 소식과 두 가지 추억

2013년 9월 3일 화요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노키아를 인수하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에 관한 해설기사를 블로그에 옮겨 싣습니다. 한국경제신문 2013년 9월4일자 3면에 게재되는 기사입니다. 신문용이라 쉽게 썼습니다. [광파리]



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를 인수함으로써 스마트폰을 비롯한 하드웨어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삼성,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 등과 직접 경쟁하게 돼 스마트폰 시장과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는 전부터 예상됐다. 노키아가 모바일 OS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을 채택한 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에 밀려 위기에 처하면서 “노키아 망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고 6월에는 협상 결렬 기사도 나왔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OS)을 탑재한 폰(이것도 “윈도폰”이라 부름)을 만드는 메이커는 사실상 노키아 뿐이다. 삼성과 HTC가 한두 개 모델을 내놓았지만 시늉 뿐이다. 노키아마저 윈도폰을 포기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OS 시장에서 설 땅을 잃는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하드웨어 사업을 직접 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시대’에는 윈도 OS 판매만으로 20년 이상 ‘PC 왕좌’로 군림했다. 모바일 시대에도 이런 식으로 주도권을 유지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결정적 계기는 2007년 아이폰 등장이다. 그 직전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모바일이라는 OS를 삼성 LG 등에 공급했고 삼성은 ‘옴니아’라는 폰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이폰이 나온 뒤 삼성은 윈도모바일을 버리고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삼성이 윈도모바일을 포기한 것은 아이폰(OS는 iOS)에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모바일을 버리고 2010년 윈도폰이라는 새 OS를 내놓았다. 처음엔 삼성 HTC 등이 윈도폰을 내놓았지만 이내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넘어갔다.



이 무렵 마이크로소프트 간부인 스테펜 엘롭이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돼 핀란드로 갔고 엘롭은 반년도 안돼 심비안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을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엘롭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보낸 트로이목마”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노키아는 안드로이드와 윈도폰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금지원을 약속하자 윈도폰을 채택했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원한 자금은 ‘독이 든 사과’가 됐다. 노키아는 ‘루미아’란 브랜드의 윈도폰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외톨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폰이 고립되자 애플처럼 하드웨어 사업을 직접 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애플처럼 OS도 만들고 이를 탑재한 기기도 직접 만들고 싶어했다. 때마침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해 두 경쟁사가 OS와 기기를 모두 만드는 형태의 진용을 갖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하드웨어에서는 기술, 노하우, 영업망 부족으로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 아이팟터치에 맞서 ‘준(Zune)’을 내놓았다가 실패했고 ‘킨(KIN)’이란 폰도 만들었지만 발매 두 달만에 접었다.

직접적 계기는 회사를 ‘디바이스와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한 뒤에 내놓은 ‘서피스’ 태블릿이 실패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수스 등 파트너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직접 서피스를 만들었지만 판매부진으로 2분기에 9억 달러를 손실처리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스티브 발머가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뒤 후임자를 찾고 있다. 유력 후보로 스테펜 엘롭도 거론됐는데 엘롭은 이번 인수로 친정에 복귀해 CEO 자리를 노리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 사업을 아는 엘롭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디바이스를 주력사업으로 꼽은 것은 PC 시대가 저물면서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회할 분야로 디바이스(하드웨어)를 택했고 기술, 노하우, 영업망 등을 보강하기 위해 노키아를 인수했다. [김광현]

(참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 인수하면 폰 시장 어떻게 달라지나

2012년 8월 2일 목요일

구글은 왜 와일드파이어 인수할까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인수 행태를 보면 단순히 기술/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경쟁사를 훼방할 속셈으로 인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애플이 삼성의 보안 협력사인 오쎈텍을 인수했죠. 간밤에는 구글이 페이스북 마케팅 파트너인 와일드파이어 인터랙티브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이곳에 페이스북 창업자/CEO 저커버그의 여동생 애리얼 저커버그가 일한다는 점이죠.


구글의 와일드파이어 인수 (올씽스D 기사). 구글은 지난 6월 버디미디어 인수에 실패했으나 이번엔 버디미디어 경쟁사인 와일드파이어 인수에 성공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광고 노출을 대행하는 기업이다. 소식통은 인수가격이 2억5천만 달러쯤 된다고 알려줬다. 구글은 더블클릭/AdX 등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에 와일드파이어를 통합하려 할 것이다. 광고주한테 소셜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중 택하게 할 수 있다. (와일드파이어 발표: 직원 400명...)

저커버그의 여동생 이젠 구글 직원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 저커버그의 세 누이 중 막내인 애리얼이 와일드파이어에서 제품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구글이 와일드파이어를 인수함에 따라 애리얼은 조만간 구글 직원이 돼 오빠한테 불리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애리얼은 페이스북에서 함께 일하자는 오빠의 권유를 뿌리치고 처음부터 제 길을 갔다.

와일드파이어는 페이스북 염탐에 어떻게 도움 되나 (비즈니스 인사이더). 페이스북 내부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페이스북이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염탐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독차지해온 소셜미디어 마케팅비를 잠식할 수 있다. 구글은 와일드파이어 팀을 통해 페이스북이 어떤 새로운 광고 제품을 제공하는지 엿듣고, 와일드파이어가 광고 캠페인을 진행할 때마다 광고 및 소비자 행태에 관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만한 시츄에이션입니다. 저커버그 여동생은 구글을 위해 일하기는 어렵겠죠. 스스로 떠나지 않는다면 구글이 밀어낼 거라고 봅니다. 구글은 와일드파이어를 통해 페이스북을 염탐하려 할 테고 페이스북은 경계를 늦추지 않을 테고... 구글과 페이스북 간의 일만은 아닙니다. 삼성과 애플 사이에도 이런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인수가 기술/인재를 보강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경쟁사 마케팅을 무력화시키고 경쟁사를 염탐하는 수단도 된다... 이런 것을 "전략적 인수"라고 해야겠죠. [광파리]



(추가) 와일드파이어에는 저커버그의 막내 여동생 애리얼 뿐만 아니라 매제(여동생 돈나의 남편)인 해리 슈미트도 다닙니다. 저커버그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회사... 누나 랜디가 트위터에서 이 사실을 말했습니다. “이젠 저커버그 집안 사람이 페이스북보다는 구글에서 더 많이 일하는구만. 웃긴다.” 물론 동생 애리얼과 제부 해리를 두고 하는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