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0일 월요일

트위터의 '페리스콥'은 '게임체인저'다



최근 몇일 동안 트위터의 생중계 서비스 페리스콥(Periscope)을 사용해 보면서 '게임체인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일반인 동영상 생중계’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든지 주변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폰을 꺼내 버튼 한두 번 누르기만 하면 생중계할 수 있는 시대, 바로 그런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트위터는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한 뒤 지난 25일 페리스콥 아이폰 앱을 내놓았다. 나오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페리스콥은 먼저 나와 화제가 됐던 미어캣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트위터를 살리는 활력소가 될 것 같다. 최근 보름 동안 미어캣과 페리스콥을 모두 사용해 봤는데, 페리스콥 중심으로 소감을 메모한다.

미어캣과 페리스콥은 비슷한 서비스다. 폰을 이용해 버튼 한두 번만 누르면 누구든지 생중계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사실 미어캣이 먼저 나왔고 ‘SXSW 2015’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바로 직전 트위터가 미어캣의 경쟁 서비스인 페리스콥을 인수하고 미어캣의 바로작동 기능을 제한하면서 미어캣은 궁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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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스콥을 ‘게임체인저'라고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생중계 욕구가 폭발 직전에 달했기 때문이다. 불만 붙이면 터지게 돼 있다. 한국처럼 LTE 보급율이 높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가 많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안드로이드 앱이 나오기만 하면 페리스콥 생중계가 꽤 인기를 끌 것 같다.

전에도 트위터 생중계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어캣이나 페리스콥이 다른 점은 작동법이 매우 간단하고 화질이 훨씬 좋아졌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작동하기 불편하면 쓰지 않는다. 페리스콥이나 미어캣은 버튼 한두 번만 누르면 바로 생중계가 시작된다. 게다가 화질이 선명하고 중계자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오늘 아침에는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인 딕 코스틸로가 꿀벌 통을 보여주며 생중계를 했다. 테크(IT) 매체 매셔블 창업자인 피트 캐시모어는 페리스콥과 미어캣에서 동시에 생중계를 했다. 두 서비스를 비교하는 글을 쓰기 위해 테스트하는 것 같았다. 페리스콥으로 캐시모어의 생중계를 봤는데 동시접속자가 1000명을 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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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스콥이나 미어캣은 트위터의 팔로잉 개념을 도입했다. 좋은 영상을 생중계할 것 같은 사람을 팔로잉 하면 그 사람이 생중계를 시작하는 순간 폰에 알림이 뜬다. 오늘 아침 코스틸로나 캐시모어의 생중계 화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폰에 알림이 떴기 때문이다. 매셔블은 페리스콥에서 이미 47,000명이 넘는 팔로어를 확보했다.

필자는 SXSW 2015 행사장에서 미어캣을 이용해 몇 차례 생중계를 했다. 중계 시작 몇 초만에 동시접속자가 수십명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기도 했다. 누구든지 화재 현장이나 교통사고 현장, 세미나 현장 등에서 생중계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페리스콥을 쓰기 시작하면서 미어캣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페리스콥을 사용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별 것도 아닌 것을 중계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아직은 초기단계라서 시험삼아 중계해 보기 때문이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실망만 안겨준다. 페리스콥 생중계는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에 한해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용하다 보면 점차 그런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중계 기술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화면이 떨리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받침대에 올려놓고 촬영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문제 역시 차차 개선될 거라고 본다. 페리스콥 생중계용 주변기기도 속속 개발될 것으로 본다. 시청자들이 올린 글이 화면을 뒤덮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다. '플랫폼 중립성' 문제다. 현재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장땡이다. 트위터가 보이지 않게 미어캣을 차별한다 해도 저지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망 중립성과 비슷한 개념의 플랫폼 중립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현재는 트위터 플랫폼에서는 미어캣보다는 페리스콥이 유리하다.


결론. 페리스콥은 게임체인저다. 누구든지 혼자 보기 어려운 상황을 사진 대신 동영상으로 올리는 시대를 열리고 있다. 누구든지 현장에서 생중계 하고 특종도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화재 사고가 나면 방송사 카메라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현장에서 일반인이 날린 생중계 화면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특히 발표 생중계에 많이 활용될 것 같다. [광파리]

2015년 3월 16일 월요일

기업문화 바꾸는 게 한국 기업의 당면과제다


기업문화는 일시적 유행일까? 세대교체일까? 요즘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제이다.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가 지도층이 되고, ‘인터넷 네이티브’ 내지 ‘모바일 네이티브'인 밀레니엄 세대가 빠르게 주력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밀레니엄 세대는 ‘권위’를 모른다. 개방, 협력, 창의… 이런 것이 이들의 키워드다. 이렇다 보니 어느 조직이든 문화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옛날에도 세대 갈등은 있었다. 그러나 각종 스마트 기기가 등장하면서 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와 이들한테 배워야 하는 기성 세대 간 격차는 어느 때보다 커졌다.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엄 세대 사이에 낀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폭탄주 충성주 마시며 일을 배웠다. 밀레니엄 세대와 윗 세대는 생각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다르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는 게 어느 조직에서든 당면과제로 등장했다.

특히 한국이 그렇다. 여전히 ‘갑질'이 사라지지 않았고 어느 조직이든 ‘꼰대'들이 이래라 저래라 야단을 친다. 나 역시 이런 꼰대 중 하나가 아닌가 끊임없이 자문한다. 기업 뿐이 아니다. 정부도 ‘창조경제'를 부르짖지만 사무관만 돼도 목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고 “장관님"이 등장하면 다들 일어나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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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 테크 페스티벌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2015’. 지난 13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막됐다. 낮에는 여러 호텔에서 듣고 싶은 강연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밤에는 네트워크 파티가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오늘은 전시회까지 시작돼 분위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오전에 전시장을 둘러보고 오후에 강연 하나를 들었다.

‘기업문화, 일시적 유행일까? 세대교체일까?’ 이것이 강연 제목이다. 컬처IQ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레그 베스너(Greg Besner)란 사람이 강연을 했다. 사회 주력계층이 베이비부머에서 밀레니엄 세대로 바뀜에 따라 기업문화가 확 달라진다, 큰 도전과제로 등장했다,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이런 얘기였다.

영어가 짧아 강연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진 못하겠고 베스너가 어제 ‘엔터프레뉴어' 사이트에 올린 ‘다시 학생이 되어 배운 5가지 리더십 교훈'이란 글을 간추린다.

지난달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을 듣느라 일주일 동안 휴대폰을 끄고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수백명의 다른 CEO, 사장, 업계 리더들이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역동적인 교수들한테 배우려고 몰려왔다. 나는 20년 전 와튼스쿨에서 MBA를 땄고 현재 뉴욕대 스턴스쿨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달랐다. 이런 그룹을 이런 식으로 엮으니 뭔가 특별한 게 생겼다.

최근 수년 동안 리더였다. 뉴욕대 조교수이면서 여러 기업에서 리더로 일했다. 현재는 뉴욕에 있는 컬처럴IQ 창업자/CEO이다. 이런 연유로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우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는 입장으로 돌아갔는데,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기업인으로서, 교수로서 아주 중요한 수업이었다. 수업을 통해서도 배웠고,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동료들의 다양한 생각을 통해,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바로 그 경험을 통해서도 많이 배웠다. 배운 것을 공유한다.

1. 문화 변환은 가능하다. 그러나 창의성이 필요하고 직원들을 진정으로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기업문화를 바꾼 사례를 공부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기업문화 소프트웨어 기업 CEO인 나한테는 특히 흥미로웠다. 기업문화 전환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감성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열고 과감히 바꾸는 것이다.

2. 문화는 돈으로 되는 게 아니다. 전통과 약속에 관한 것이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업문화 전환에 성공한 대기업 이야기도 들었다. 사내에 기업문화 조직을 만들고 부서 워크숍 등 문화 프로그램 명목으로 돈을 써야 한다는 얘기도 듣곤 했다. 문화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갖는 건 중요하지만 문화는 돈을 써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문화는 돈 없이도 풍성해질 수 있다. 문화의 핵심은 잘했을 때 함께 좋아하고, 함께 자발적으로 나서고, 함께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서 조명을 받는 것은 리더의 책무이다. ‘조명을 받는 일'이란 컨셉으로 한 사례를 소개받았다. 조직에서 시니어가 되면 모든 것을 직접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별히 주목을 받을 만할 때 조명을 받을 수 있다. 리더가 조명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직원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명을 받을 때는 신중해야 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또 조명을 받고 싶을 땐 신중해야 한다.

4. 능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고 리더가 되고 싶다면 학생/조직원과 어울려야 한다. 교수의 열정은 대단한 효과를 가져온다. 열정적인 교수는 학생들과 믿기지 않을 만큼 소통하고 전통적인 교실의 장벽을 제거했다. 나도 가르칠 때 적용하고 싶은 방식이다. 열정을 갖고 어울리면 학생/조직원(직원) 등도 그걸 그대로 느낀다.

5. 팀원들과 함께 축하하라. 일 주일 동안 사무실을 비우기란 쉽지 않았는데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통찰력 있는 리더들과 함께 시간을 잘해보내다 보니 팀원들과 함께 축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할 수 있었다. 회사가 빠르게 돌아가다 보면 해야 할 일에 파묻혀 함께 이룬 것을 자축하는 걸 잊고 함께 무얼 할지도 생각하지 못한다.

항상 배우고 싶고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 일주일 동안 하버드에서 파묻혀 살다 보니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다. 수십년 동안 경험을 쌓은 기업의 리더들도 항상 배워야 한다. 나는 때때로 학생 자리에 앉아 계속 성장하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

베스너의 글은 여기까지다. 기업문화보다는 리더에 관한 글이긴 하지만 기업문화를 바꾸려면 리더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인다. 최근 “삼성 임원들이 새벽 6시30분까지 출근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그런데 이게 이건희 회장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서 아무도 “그만하자"고 말하지 못한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얘기이고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사실이든 아니든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기업문화를 바꿔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광파리]

2015년 3월 12일 목요일

크롬북픽셀 2세대 등장… USB-C와 터치스크린이 특징


구글이 크롬북픽셀 업데이트 버전을 내놨습니다. 애플이 최근 공개한 12인치 레티나 맥북과 마찬가지로 USB-C를 장착했습니다. 전원 포트, USB 포트 등이 하나로 통합됐습니다. 이게 대세로 가는가 봅니다. 완전충전하는데 90분이면 되고, 한 번 충전하면 12시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15분 충전하면 2시간 사용. 배터리는 이번에도 굿. (맥루머스 기사 읽으면서 구글+에 메모하다가 글이 길어져서 블로그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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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바디, 13인치 터치스크린. 화면을 손으로 터치해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해상도는 2560x1700, 화면 비율은 3:2. 안에는 인텔 코어 i5 브로드웰 프로세서, 8GB RAM, 32GB 스토리지가 내장됐습니다. 요즘 고사양 노트북 신제품에는 브로드웰과 8GB RAM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USB-C 포트는 2개.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12인치 맥북에는 포트가 왼쪽에 하나만 있어 아쉬웠는데…

그런데… 여전히 무겁습니다. 3.3파운드. 1.5kg. 가벼워졌지만 12인치 맥북보다 580그램이나 무겁습니다. 물론 크롬 OS를 탑재하고 있어서 한국에서 사용할 경우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래아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편할 겁니다. 클라우드 노트북이라서 내장 스토리지 용량이 작은데 클라우드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르코드 등 해외 매체들은 호평했습니다.

가격은 999달러. 현재 환율로 113만원. 12인치 맥북이 얼마였죠? 256GB 159만원, 512GB 199만원. 이보다는 싸지만 비싼 편입니다. 크롬북 가격은 대체로 250달러 안팎이죠. 거의 4대를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구글은 이보다 더 비싼 프리미엄 모델도 내놨습니다. 루디크로스 스피드(LS) 모델입니다. 인텔 코어 i7 브로드웰과 16GB RAM, 64GB SSD 등. 가격은 300달러 더 비싼 1299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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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북픽셀 새 버전과 루디크로스 스피드는 구글스토어에서 살 수 있습니다. 구글의 각종 하드웨어, 안드로이드 기기 등을 파는 온라인 스토어인데 간밤에 열었습니다. 구글은 최근 영국 런던 토트넘 코드 로드에 첫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지요. ‘구글샵'. 그동안 소문이 무성했는데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거의 동시에 열었습니다.

구글의 크롬북픽셀 새 버전과 애플의 12인치 레티나 맥북. 각각 장단점이 있긴 하나 노트북 시장을 선도할 것 같습니다. 물론 크롬북픽셀은 구글 크롬 OS를 탑재하고 있어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애플 맥북이 기세를 떨치는 노트북 시장에서 조용히 혁신을 꾀하고 있죠. 250달러 안팎의 크롬북이 나오면서 윈도 진영에서도 비슷한 가격대의 노트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모바일 인터넷이 널리 보급돼 크롬북과 같은 전면 클라우드 노트북이 점점 주목을 받을 거라고 봅니다. [광파리]




2015년 3월 4일 수요일

핀테크 기업 8%, ‘2월의 디데이' 휩쓸다

(올해 초 디캠프(D.CAMP)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두 달째 블로깅을 전혀 못했습니다. 최근 신문용으로 썼다가 싣지 못한 글을 그대로 옮겨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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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지원기관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센터장을 맡고 나서 2개월 동안 새로운 일을 많이 경험했다. 무엇보다 매월 한 차례 여는 ‘디데이(D.DAY)'가 인상적이었다. 초기 창업자들이 투자자와 다른 창업자들 앞에서 자기 사업을 소개하는 행사인데, ‘2월의 디데이'에서는 만삭의 창업자가 인기상과 심사위원상을 휩쓸었다.

행사일이 임박해서 디데이 담당자한테 “핀테크 스타트업인 ‘8%’가 지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약 50개 팀(법인 등록을 하지 않은 초기 창업자가 많아 흔히 “팀"이라 부름)이 지원했는데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던 8%가 지원했다는 얘기였다. 8%는 개인 간 대출/투자 중개 서비스 사업자로 금융감독원이 사이트를 차단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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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8%는 서비스 이름이고 법인명은 개미대부주식회사다. 우리은행 행원 출신 이효진씨가 대표를 맡고 남편이 개발 일을 돕고 있다. 8%는 서류심사 단계에서 “너무 큰 팀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따로 창업한 이 대표 남편을 포함해도 임직원이 네 명 뿐이고 아직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진 않았다. (8% 사이트)

행사 당일 디캠프 다목적홀은 초만원이었다. 수용인원이 150명인데 200명 가까이 입장했다. 8%는 다섯번째 마지막으로 발표했다. 이 대표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무대에 섰다. 출산이 임박했는지 만삭에 가까웠다. 이 대표는 개인 간 대출 및 투자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하고 나서 투자자들의 ‘송곳 질문'에 차근차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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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의 발표가 끝나자 곧바로 청중 인기투표가 진행됐다. 청중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슬라이도 사이트에서 투표를 했고 결과는 실시간으로 집계됐다. 사회를 맡은 디캠프 담당자는 투표 결과가 집계되자 지체없이 발표했다. 청중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178명이 투표했는데 마지막에 발표한 8%가 41%를 득표해 1등을 차지했다.

곧이어 심사위원 평가 결과도 발표됐다. 8%가 1등, 슬로버가 2등이었다. 짐작은 했지만 놀라운 결과였다. 나머지 4개 팀도 만만치 않았는데 두 상을 휩쓸다니. 무대에 올라 이 대표한테 맥북에어를 상으로 건네면서 보니 표정이 아주 밝았다. 디데이 우승이 힘이 돼 출산할 무렵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