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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5일 수요일

입사 10년만에 '구글 2인자' 된 순다 피차이...강점이 뭐길래

얼마 전에 ‘구글 2인자'가 된 순다 피차이에 관해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신문 독자용으로 써 봤습니다. ‘구글 2인자'이지만 안드로이드와 크롬으로 세계 모바일 혁신과 웹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라서 어느 기업의 2인자와는 전혀 다르죠. 이번에는 피차이가 어떤 강점이 있기에 그런 위치에 올랐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신문에 게재한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한국경제신문 2014년 11월4일자)



순다 피차이. 1972년생. 한국나이 마흔셋. 구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가 최근 총괄책임자로 임명한 인도계 부사장이다. 페이지는 크롬, 안드로이드, 구글앱스 등 기존 3개 부문 외에 연구개발, 검색, 지도, 구글+, 커머스 및 광고, 인프라 등의 부문도 피차이가 총괄하게 했다. 피차이가 ‘페이지의 대행’이자 ‘구글 2인자’가 된 셈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스마트폰 혁신을, 크롬으로 웹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이런 기업의 2인자치고는 너무 젊고 경력이 일천하다. 피차이가 뜨면서 빅 군도트라, 니케시 아로라 등 인도기술대(IIT) 선배 부사장 두 사람이 구글을 떠났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도 결국 구글을 떠나기로 했다.

◈구글 직원들이 밝힌 피차이의 강점

피차이는 어떤 강점이 있길래 선배들을 제치고 고속으로 승진했을까?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www.quora.com)에는 최근 피차이의 강점을 설명한 여러 개의 글이 게재됐다. 특히 전·현직 구글 직원(구글러)들이 쓴 글이 지지를 많이 받았다. ‘순다 피차이는 구글 내부에서 어떤 평가를 받나’란 질문에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글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그(순다 피차이)는 구글 내부에서 말 그대로 존경받고 있다. 엔지니어들도 그를 좋아하고, 프로덕트 매니저들도 좋아하고, 비즈니스 담당자들도 그럴 좋아한다. 멋진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단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고, 미래에 관한 놀라운 비전을 가지고 있고, 최고 인재를 채용해 열심히 일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피차이의 공감능력과 협업 성향,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 등을 높이 평가한다. 전직 구글 직원은 피차이에 대해 ‘함께 일하고 싶은 최고의 사람’이라며 구글을 떠나 창업하겠다고 했을 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와줬다’고 회고했다. 또 정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직원이 아니라 정말로 능력 있는 직원들을 선발해 최고의 팀을 꾸린다고 썼다.

일화도 소개돼 있다. 언젠가는 회의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피차이는 듣기만 하다가 회의가 끝날 무렵 자기 의견을 말했다. 양쪽 모두가 만족할 만한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한 번은 페이지가 회의장에 들어와 비전을 말하고 나갔다. 다들 어리둥절해 있을 때 피차이가 알기 쉽게 설명했다. 피차이에 대해 ‘창업자의 마음을 정확히 읽는 간부’라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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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에서 보여준 비전과 능력

피차이는 2004년 만우절(4월1일)에 구글에 입사했다. 10년 반만에 자신의 상사들을 추월해 이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위치까지 올랐다. 입사 초기에는 구글툴바 부문에서 일했고 특히 크롬 개발을 계기로 능력을 발휘했다. 구글툴바는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에 의존해 검색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피차이는 이런 식으로는 구글 검색이 한순간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브라우저를 직접 개발하자고 상사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2008년 9월 크롬 브라우저를 내놓았다. 크롬은 ‘빠르고 단순하고 안전한(Speed, Simple, Secure; 3S)’ 브라우저로 인정 받아 단숨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위협했다. 스탯카운터 집계로는 크롬 점유율이 현재 48%에 달한다.

크롬은 브라우저에 머물지 않았다. 피차이는 크롬을 브라우저 기반의 컴퓨터 운영체제(OS)로 진화시켰고, 2011년 6월 이를 탑재한 노트북 ‘크롬북’을 내놓았다. 그 사이 피차이는 상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크롬 뿐만 아니라 구글앱스, 안드로이드까지 맡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 별동대인 구글X와 자회사 유튜브를 제외한 구글 제품 전반을 맡게 됐다.

피차이는 인도 남동부 공업도시 첸나이에서 태어나 명문 대학인 인도기술대(IIT)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포드에서 재료공학 석사과정을 끝낸 후 반도체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에서 잠깐 일했고,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뒤 2004년까지 뉴욕에서 매킨지 컨설턴트로 일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2014년 10월 27일 월요일

구글에서 실력자로 떠오른 순다 피차이는 누구인가?

구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가 최근 중대 결정을 내렸습니다. 안드로이드, 크롬과 구글앱스를 총괄하는 순다 피차이 부사장(SVP)한테 구글의 거의 모든 제품을 총괄하게 했다고 르코드가 보도했습니다. 기존 3개 부문은 물론, 연구개발, 검색, 지도, 구글+, 커머스/광고, 인프라 등의 부문도 피차이한테 보고하게 했습니다.

도대체 피차이가 어떤 인물이기에 이런 중책을 맡았을까요?



놀랍게도 피차이는 구글에 입사한지 10년 밖에 안됐습니다. 피차이는 구글이 “1기가(GB)”를 기치로 걸고 G메일(Gmail)을 내놓은 2004년 4월1일 입사했습니다. 그때 피차이는 1기가 G메일이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때만 해도 이메일 저장공간 1GB는 파격적이었죠. 입사 10년만에 구글에서 월급쟁이로는 최고 실력자가 됐습니다.

순다 피차이. 1972년생. 한국나이 마흔세살. 인도 동해안 공업도시 첸나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GE 전기공 출신으로 전자부품회사를 설립해 경영했죠. 어머니는 결혼하기 전에는 속기사였습니다. 피차이는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했나 봅니다. 명문고등학교를 거쳐 명문 인도기술대(IIT) 카라구푸르 캠퍼스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피차이에 대해 “호기심 많고 질문을 많이 하는 아이였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피차이가 열두 살 때 집에 다이얼 전화를 들여놨는데 한 번 돌린 전화번호는 거의 암기했다네요. 한 번은 옆집 아저씨가 자신이 기억해야 할 전화번호를 잊어먹고는 피차이 집으로 달려와 피차이한테 물었다고 합니다. “얘야, 그 번호 뭐였지?

부모는 피차이가 인도기술대를 졸업하자 무리를 해서 미국 유학을 보냈습니다. 저축해둔 100만원쯤 되는 돈을 탈탈 털어 미국행 비행기표를 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피차이는 스탠포드대 석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에는 60달러짜리 백팩 살 돈도 없어서 중고를 사기도 했다고 하죠. 스탠포드대에서는 재료공학과 반도체를 공부했습니다.

피차이는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그랬던지 석사과정 마친 뒤 반도체 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에 입사했습니다. 여기서 멈췄다면 피차이는 지금 그렇고 그런 엔지니어로 살고 있겠죠. 그런데 피차이는 짐을 싸서 미국 동부로 갑니다.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칩니다.

엔지니어가 경영학까지 공부했으니 ‘문무(文武)'를 겸비한 셈입니다. 인도 유학생 중에는 이런 식으로 문무를 겸비한 선수가 꽤 있습니다. 피차이는 와튼스쿨 마친 다음엔 뉴욕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습니다. 매킨지에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일했죠. 그 다음 다시 서부로 가서 구글에 입사했고,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중책을 맡은 겁니다.

저는 피차이를 단 한 번밖에 인터뷰 한 적이 없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릅니다. 첫인상은 그야말로 ‘순둥이'였습니다. 아주 순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친화력, 창의성, 리더십 등을 두루 갖췄나 봅니다.

피차이는 구글에 입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크롬 브라우저를 직접 개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별로 좋지 않은데 차라리 우리가 직접 개발하자… 엔지니어들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던가 봅니다. 그걸 피차이가 윗분들한테 보고하고 설득했고, 입사 4년 후인 2008년 9월2일 크롬을 공개해 대박을 터뜨렸죠.



구글은 이 크롬을 브라우저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고 OS로 진화시킵니다. 3년 후인 2011년 6월에는 크롬 OS와 이를 탑재한 크롬북을 내놓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시작한 겁니다. 윈도 아성이 워낙 탄탄해서 쉽지는 않겠지만 크롬북은 미국 교육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걸 주도했던 이가 피차이입니다.

피차이는 2012년에는 구글앱스 부문까지 맡습니다. 이어 2013년 3월 또 한 번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집니다. '안드로이드 아버지'로 불렸던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피차이가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모두 맡게 됐습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8할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니 ‘모바일 킹'이라고 할 만하죠. 피차이는 올해 초 CES 기간에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을 만나 타이젠 개발하려고 애쓰지 말고 안드로이드 협력을 강화하자고 압력을 넣었다고 알려졌습니다.

피차이는 한때 트위터 CEO로 거론됐고, 스티브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후에는 피차이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는 같은 인도계인 사트야 나델라를 선임했죠. 항간에는 구글이 피차이를 붙잡았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피차이를 붙잡은 미끼가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피차이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구글 경영진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인도기술대 출신 인도계 부사장(SVP) 두 사람이 떠났습니다. 구글+ 책임자였던 빅 군도트라는 퇴사했고, 사업개발 등을 맡았던 니케시 아로라는 소프트뱅크로 갔습니다. 검색 전문가로 '구글 펠로우'인 아밋 싱할만 검색 책임자로 남아 인도기술대 후배 피차이한테 보고합니다.

구글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페이지는 구글의 다양한 제품에 관해서는 피차이한테 보고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회사의 미래와 관련해 ‘더 큰 그림(bigger picture)’를 그릴 거라고 합니다. 9개 부문 책임자들이 피차이한테 보고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피차이가 구글을 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피차이, 정말 대단한 친구입니다.



한 가지 덧붙입니다. 제가 피차이 인터뷰를 했던 건 2011년 6월이었습니다. 구글코리아가 기자 너댓명을 피차이와 마주앉아 이것저것 물어보게 했습니다. 당시는 구글이 크롬북을 내놓은 직후라서 과연 그게 되겠느냐는 질문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피차이는 인도에 계신 부모님한테 크롬북을 줬는데 잘 쓰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광파리]

(추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피차의 강점으로, 공감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협업을 잘하고, 그래서 인재들이 몰리고, 상황판단 잘한다... 등을 꼽았습니다. 무엇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2014년 10월 16일 목요일

구글, 안드로이드 5.0 롤리팝과 넥서스 기기 3종 발표

구글이 간밤에 안드로이드 5.0 롤리팝(Lollipop)과 이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기기 3종을 내놨습니다. 넥서스6, 넥서스9, 그리고 넥서스 플레이어. 안드로이드 책임자인 순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SVP)이 구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읽으면서 구글+에 메모하다가 글이 너무 길어져서 블로그에 옮겨 싣습니다. 막번역인데... 오류가 없었으면 합니다.



롤리팝에 대한 순다 피차이의 설명

구글 I/O 때 말씀드렸듯이 롤리팝은 구글의 가장 방대하고 야심적인 안드로이드 버전이다. 개발자용 API가 5000개나 된다. 롤리팝은 유연하게 설계됐다. 여러분의 모든 디바이스에서 작동하도록, 여러분 원하는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그리고 종전의 안드로이드와 마찬가지로 공유할 수 있게 설계됐다.

롤리팝은 하루 종일 폰, 태블릿, TV 등 이 스크린, 저 스크린으로 옮겨가며 생활하는 세상에 맞춰 만들어졌다. 더 많은 기기들을 연결함에 따라 여러분은 모든 게 그냥 작동하길(just work) 원한다. 롤리팝에서는 끝났던 지점에서 이어가기가 더 쉬워진다. 노래도 그렇고, 사진도, 앱도, 최근의 검색도 그렇다. 하나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하던 걸 여러분의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곧바로 즐길 수 있다. 한 스크린에서 다른 스크린으로 옮겨가서도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롤리팝은 모든 기기의 디자인에서 일관성을 추구했다. 그게 바로 머티어리얼 디자인이다.

이제 콘텐트가 여러분의 손가락 터치에 따라 반응한다. 여러분의 음성에도 반응한다. 훨씬 직관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이 작업에서 저 작업으로 옮겨가기가 훨씬 유연해진다.

롤리팝에서는 여러분은 기기를 좀더 통제할 수 있다. 여러분 기기에서 특정 사람, 특정 알림만 나오게 설정할 수 있다. 가령 저녁 먹으러 나갔을 때 또는 중요한 회의 를 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다. 중요한 알림이 들어오면 잠금화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기기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배터리 절약 기능을 넣었다. 기기를 최대 90분 더 쓸 수 있게 해준다. 여러 계정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게스트 모드를 적용해 여러분의 개인적인 걸 (빌려 쓰는 사람이) 들여다보지 못하게 했다. 디바이스의 보안도 강화했다. 핀(PIN), 패스워드, 패턴으로 열게 했고, 심지어 스마트록을 이용해 폰과 시계, 자동차 등을 대기만 하면 열리게 했다. 이런 것은 롤리팝의 일부에 불과하다. 안드로이드닷컴에서 더 배우길 바란다.

롤리팝을 탑재한 새로운 넥서스 기기


컴퓨팅의 발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상호작용에 의해 진행된다. 우리가 플랫폼(안드로이드) 공개와 함께 항상 넥서스 기기를 내놓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추상적으로 개발하는 게 아니고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함게 넥서스 기기를 만들어본다. 그래야 한계가 뭔지,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 수 있다. 넥서스 기기는 우리가 새 안드로이드 버전을 내놓음에 따라 바뀐 에코시스템의 레퍼런스가 되기도 한다. 롤리팝를 내놓으면서도 넥서스 기기를 몇 개 준비했다.


첫째, 모토로라와 함께 넥서스6를 개발했다. 알루미늄 프레임, 6인치 쿼드 HD 디스플레이, 1300만 화소 카메라. 듀얼 전면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했다. 영화나 게임을 즐길 때 음향이 훨씬 선명하다. 그리고 터보차저를 적용해 15분 충전만으로 최대 6시간 사용할 수 있다. (모토로라 블로그. 가격은 649달러부터. 10월 말부터 예약. 색상은 미드나잇 블루와 클라우드 화이트. 메모리는 32GB와 64GB. 11월 중 모토로라닷컴과 파트너 이통사 매장에서 판매. 연말까지 판매국가를 유럽, 아태, 북미의 28개 국가로 확대한다.)


두번째, HTC와 함께 새 태블릿을 개발했다. 넥서스9. 측면에 메탈, 8.9인치 스크린. 한 손에 들고 다니기에 충분한 크기. 그러면서도 작업하기엔 충분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태블릿에서 작업할 때도 (노트북과) 똑같은 경험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자석으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키보드를 만들었다. 2개의 다른 각도로 접을 수 있다. 무릎에 올려놓으면 노트북처럼 안전하게 달라붙는다. (씨넷 기사에는 가격이 나왔네요. 넥서스9 16GB는 399달러, 32GB 버전은 479달러, 32GB LTE 버전은 599달러.)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TV로 작용하는 첫번째 디바이스를 공개한다. 넥서스 플레이어. 대만 에이수스와 함께 개발했다. 영화, 음악, 동영상 등을 틀어주는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다. 안드로이드 게이밍 디바이스이기도 하다. 넥서스 플레이어가 있으면 여러분은 게임패드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게임을 HDTV에 띄워 즐길 수 있다. 밖으로 나갈 땐 폰에서 이어서 플레이 할 수도 있다. 넥서스 플레이어는 'Google Cast Ready'여서 대부분 크롬북이나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이나 태블릿에 저장돼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트를 TV에 띄워줄 수 있다. (넥서스 플레이어 가격은 99달러, 컨트롤러는 40달러.)
넥서스9과 넥서스 플레이어는 17일부터 예약주문을 받고 11월3일부터 판매한다. 넥서스6는 10월 말께부터 예약주문할 수 있고 11월 중 판매한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는 언락 버전으로, 이동통신사를 통해서는 월정액이나 할부로 판매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AT&T, 스프린트, T모바일과 버라이즌이 판매한다. 자세한 내용는 넥서스 사이트.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은 넥서스6, 넥서스9, 넥서스 플레이어에 먼저 탑재됐는데, 넥서스4, 5, 7, 10과 구글플레이 에디션 기기에서도 수주 이내에 적용될 것이다. 파티는 이제 시작됐다.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 롤리팝을 공개함으로써 개발자 커뮤니티, 하드웨어 파트너, 그리고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작업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여기까지...)
이 정도면 이벤트를 열어 개발자와 기자들한테 직접 설명할 법도 한데 블로그에 슬쩍 올려놓고 구글플러스에서 알리는 것으로 땡치는군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광파리]


2014년 6월 27일 금요일

구글 "건강 데이터 분석하면 내년에 10만명 살릴 수 있다"

구글은 어제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14’ 기조연설을 통해 많은 것을 발표했습니다. 한 마디로 ‘Google Everywhere’를 선언한 셈이죠. 시계, 자동차, TV 등 모든 것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겠다는 겁니다. 기조연설을 듣고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저러다간 구글이 ‘빅브라더’가 되는 것 아닐까? 구글은 정말로 하드웨어 사업은 하지 않을까? 구글플러스 서비스는 어떻게 될까? 이런 겁니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어제 순다 피차이 부사장(SVP)이 주도한 기조연설이 끝난 뒤 뉴욕타임스 기자가 무대 뒤에서 구글 창업자/CEO 래리 페이지와 순다 피차이 부사장을 만나 30분 남짓 얘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기자가 묻고 두 사람이 답하는 식이었는데, 인터뷰 글을 읽어보면 페이지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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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시키는 시대에서 컴퓨터가 알아서 하는 시대로"

첫번째는 구글 장기 비전을 묻는 질문. 구글은 무슨 생각으로 각종 기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할까 궁금한데, 페이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멀티스크린 세상에 관해 얘기해왔다. (‘다양한 기기’로) 손목시계, TV, 노트북, 태블릿, 폰 정도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어 피차이가 보충설명을 했는데 재밌습니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람이 컴퓨터한테 뭔가를 대신해 달라고 명령하는 시대에서 컴퓨터가 (알아서) 사람을 위해 뭔가를 대신해주는 시대로 진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이들을 픽업하러 갔다면 아이들이 차에 제대로 탓는지 차가 확인해주면 좋겠고, 아이들이 차에 탄 뒤에는 음악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바꿔주면 좋겠다는 얘기다.”

“건강 데이터 분석하면 내년에 10만명 살릴 수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이어 ‘빅브라더' 문제를 거론합니다. “더 많은 기기로 구글 서비스에 접속하게 되면 프라이버시 문제도 생길 수 있고 (빅브라더에 대한 우려로) 오싹하지 않겠느냐?” 이 질문에 대해 페이지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줄 수 있는 제품, 서비스, 기술을 내놓을 것이다"고 말합니다.

페이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답변은 이 대목입니다. “너무 염려하다 보면 혜택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헬스케어도 그렇다. 우리가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게 허용한다면 내년에 1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언론과 정부가 지나치게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바람에 우리가 사람들한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데도 못하고 있다. 매우 염려스럽다.”

쉽게 말해 프라이버시 문제를 지적하면서 ‘빅브라더' 운운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페이지는 “마음을 활짝 열고 미래에 관해 낙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하드웨어는 방향 제시할 필요가 있을 때만 한다"

세번째 질문은 하드웨어 사업 관련입니다. 최근 가정자동화 기기 메이커인 네스크와 드롭캠을 인수하고 모토로라를 매각했는데, 하드웨어 사업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할 때 삼성 등 파트너들은 ‘구글이 경쟁자가 되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그래서 페이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페이지의 ‘분신' 피차이가 먼저 말합니다. 구글에서는 파트너들과 협업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는 겁니다. 페이지는 “그게 바로 우리 서비스가 iOS(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지칭)에서도 작동하는 이유다"고 맞짱구칩니다. 피차이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우리가 방향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때만 하드웨어를 한다. 넥서스 같은 걸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는 철저히 대규모 에코시스템에서 일하려고 한다.”

철저히 구글식 답변입니다. 삼성 LG 등 파트너들을 향해 ‘우리는 하드웨어 안할 테니 우리를 믿고 같이 하자'는 얘기입니다. 구글로서는 각종 기기에서 자기네 서비스가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일리가 없는 건 아니죠. 다만 삼성 등이 서비스 사업을 하려고 보면 구글과 손 잡고 구글 서비스를 키워주는 게 잘한 일인가 의문이 들 것 같습니다.

“구글플러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더 중요해졌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마지막으로 구글플러스에 관해 물었습니다. 구글플러스는 페이지가 구글 CEO에 복귀한지 두세 달 후인 2011년 6월 말 시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이제 만 3년이 된, 페이스북과 비슷한 서비스입니다. 최근 책임자인 빅 군도트라 부사장이 구글을 떠나면서 구글이 구글플러스에서 힘을 빼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죠.

페이지의 답변은 명확합니다. “구글플러스와 관련해 많은 것이 진행되고 있다. 나도 구글플러스를 잘 이용하고 있다. (링크).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매우 큰 서비스다.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매일 좋게 더 좋게 만들고 있다.” 이런 얘기. “지금도 소셜 서비스가 구글한테 중요하냐?”는 추가 질문에는 “더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페이지가 설명한 네 가지는 한결같이 몹시 궁금했던 것들입니다. 세계 테크놀로지(IT)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의 창업자/CEO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글 생각대로 모든 기기에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구글이 지나치게 무서운 존재가 되는 건 아닌지… 구글 이용자나 하드웨어 메이커나 구글에 너무 예속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광파리]

2014년 6월 26일 목요일

구글 I/O (1) : 구글은 자동차-TV-손목시계도 노린다

구글이 간밤에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14’ 기조연설을 통해 많은 것을 발표했습니다. 기조연설은 새벽 1시부터 3시45분까지 3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예상대로 순다 피차이 부사장(SVP)이 주도했고 “머티어리얼 디자인”, “안드로이드 L”, “안드로이드 오토", “안드로이드TV” 등 많은 것을 발표했습니다. 안드로이드웨어를 탑재한 LG ‘G워치’, ‘삼성 기어 라이브’ 등도 공개했습니다. 하나씩 나눠서 소개합니다. 먼저 순다 피차이가 자사 블로그에 올린,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을 간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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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oming to a screen near you. 당신 옆에 있는 스크린을 이용하라는 뜻. 다시 말해 안드로이드가 폰, 태블릿은 물론 자동차, 손목시계, TV, 노트북 등 다양한 곳에 탑재돼 어떤 기기에서든 원하는 것을 편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기조연설을 지켜보면서 구글이 모두 장악하려 하는구나, 이러다가 ‘구글왕국'의 갇히고 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종 기기에 안드로이드가 탑재되는 시대…

오늘 아침 구글의 7번째 개발자 컨퍼런스인 구글 I/O에 6천명의 개발자들이 참여했다. 아울러 90개가 넘는 국가에서 597곳에서 구글 I/O 이벤트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제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10억명이 넘었다. 10억명. 이들이 보내는 문자 메시지는 하루에 200억개, 이들이 찍는 셀피(자신촬영사진)는 9300만장에 달한다.

오늘 개발자들은 지금까지 구글이 공개한 안드로이드 중 가장 야심적인 것을 보았다. 5천개가 넘는 새 API(앱 개발 도구)와 ‘머티어리얼 디자인(material design)’이라 불리는 새롭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내놓음으로써 안드로이드 플랫폼 진화를 이어갔다. 개발자들은 훨씬 아름답고 매력적인 모바일 경험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폰 이외에도 다양한 스크린을 접한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자동차에서, 심지어 손목에서… 스크린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개방형 플랫폼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쉽고 직관적으로 폰, 태블릿, 노트북, TV, 자동차, 손목시계 등을 옮겨가며 이용하게 할까 고민했다. I/O에서 그 답을 제시했다. 핵심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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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에는 ‘안드로이드 웨어’와 ‘안드로이드 오토'

사람들은 하루에 150번 폰을 확인한다. 문자를 보기 위해, 알림을 확인하려고, 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잠금 풀고 스와이프 하고 패스워드 입력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제는 손을 쓰지 않고도 손목에서 쉽게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웨어 탑재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면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얻을 수 있다.

“오케이 구글"이라고 말한 다음 말로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저녁 먹으러 갈 때가 되면 알려주고, 교통상황 알려주고, 차에 오르고 나서 친구에게 문자 보내고… 손목에서 다 처리한다. 안드로이드 웨어러블 기기를 2종 공개했다. LG G워치와 삼성 기어 라이브. 오늘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주문할 수 있다. 모토로라의 모토360은 수개월 내에 나온다.

자동차에서는 어떻게 하는가? 사람들은 운전할 때도 네트워크에 연결되길 원한다. 길안내를 받고 싶고, 교통상황을 알고 싶고, 음악을 듣고 싶고… 그러나 운전대에 앉아 폰을 사용하면 위험하다. 오늘 안드로이드 오토를 공개했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탑재된 자동차에 여러분의 안드로이드폰을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구글지도를 이용한 길안내를 받을 수 있고, 구글뮤직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음성검색을 이용할 수 있고, 구글나우 알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차는 연말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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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는 크롬캐스트와 안드로이드TV

이제 집에 돌아와 TV 앞에 있다면… 작년 여름 우리는 크롬캐스트를 내놓았다. 이것을 이용하면 폰에 있는 동영상, 음악 등을 TV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이것이 업데이트 돼 훨씬 강력하고 편리해졌다. 다른 사람도 안드로이드 폰이나 태블릿에 담긴 콘텐츠를 직접 TV로 보내 즐길 수 있다. 같은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된다.

안드로이드TV도 선보였다. 안드로이드TV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안드로이드 앱이나 게임을 거실에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음성검색을 이용해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뮤직비디오를 찾아서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 게임을 TV 화면을 보면서 플레이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TV는 크롬캐스트와 마찬가지로 구글 캐스트 기술을 지원하며 연말께 (소니 샤프 등) 여러 전자 업체들이 이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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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10억을 위해: 안드로이드 원(Android One)

이런 멀티스크린 경험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아직도 스마트폰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걸 바꾸기 위해 오늘 ‘안드로이드 원’ 계획을 발표했다. 파트너들과 함께 다양한 솔루션을 찾고 있다. 안드로이드 원은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 저렴한 요금에 이용하게 하려는 것이다. 올 가을 파트너사들이 인도에서 100달러를 밑도는 안드로이드 원 폰을 내놓는다. 이어 더 많은 국가에서 런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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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개발, 보급

안드로이드와 크롬이 있기에 이런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발자들이 필요한 앱을 개발해야 이런 것(플랫폼 또는 기기)이 활발히 돌아간다. 구글 I/O에서는 새로운 디자인 방식과 새로운 개발자 툴을 보여줄 것이다. 여러분이 무얼 개발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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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 피차이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제 소감을 몇 마디 덧붙이자면 안드로이드 오토는 애플 카플레이와 비슷합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폰을 차에 연결한 다음 폰에 있는 각종 앱이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차량용 OS입니다. 현대차 기아차도 구글이 주도하는 OAA(개방자동차연합)에 합류했던데, 자동차 메이커들은 아이폰이든 안드로이드폰이든 가리지 않고 꽂을 수 있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다 탑재하려 할 것 같습니다.

안드로이드TV는 구글TV에서 진화한 플랫폼인데 과연 성공할지… 메이저인 삼성과 LG가 일단 구글 밑으로 들어가길 거부했고, 구글은 일단 소니 샤프 등을 파트너로 잡고 추진합니다. 거실을 잡기 위한 구글의 야심, TV 만큼은 꼭 지켜 이를 발판으로 가정자동화 시장을 잡으려는 TV 메이커들. 양자 간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광파리]

2014년 6월 25일 수요일

안드로이드와 순다 피차이에 관한 뒷얘기·앞얘기

모바일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 순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SVP). 1972년 인도 생. 인도기술대, 스탠포드대, 펜실베니아대 와튼 출신. 2004년 구글에 입사해 10년도 안돼 크롬, 안드로이드, 구글앱스를 총괄하는 부사장이 된 사람.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기에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이런 중책을 맡았는지… 비즈니스위크가 좋은 기사를 썼습니다. 원문을 읽어보면 좋은데, 바쁜 분들을 위해 제가 읽으면서 메모했던 내용을 공유합니다.

비즈니스위크 글을 읽어 보면 순다 피차이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기에 구글 2인자로 떴는지, 구글 창업자/CEO 래리 페이지가 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던 앤디 루빈을 밀어내고 안드로이드 부문을 피차이한테 맡겼는지, 피차이가 안드로이드까지 맡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지난해 4월 구글 간부들이 왜 한국을 찾아왔는지, 삼성전자와 구글의 애증관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제 썼던 글의 속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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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차이가 구글에 입사한 것은 2004년. 초기에는 프로덕트 매니저로 브라우저 상단에 구글 검색 툴바를 깔게 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피차이는 상사한테 크롬으로 브라우저 전쟁에 뛰어들자고 설득했다. (크롬 발표 시기는 2008년). 크롬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브라우저가 됐고, 크롬 OS와 크롬북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

2011년에는 G메일과 구글닥스도 맡았고, 2013년에는 래리 페이지가 피차이한테 안드로이드까지 맡게 했다. 이로써 모바일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 됐다. (앤디 루빈은 구글X 부문으로 밀려나 로봇 업무를 담당). 페이지는 피차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술에 대한 전문식견, 제품에 대한 안목, 기업인으로서의 자질. 이 셋을 모두 갖춘 경우는 매우 드문데, 피차이는 다 갖췄다. 그렇기에 피차이는 훌륭한 리더다.”

동료들은 피차이에 대해 붙임성 있고 협상력을 갖췄다고 말한다. 피차이랑 8년 동안 같이 일했다는 상무(VP)급 부하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나랑 내기 하자. 구글에서 순다 싫어하는 사람, 순다를 욕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봐라… 부드럽게 말하고 자기를 낮추는 스타일이다… 요즘엔 수염을 기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순다는 면도 안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표시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피차이는 인도 남부 타밀 나두의 인구 400만 도시 첸나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애를 낳기 전에는 속기사였고 아버지는 영국 GEC의 전기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경영했다.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아들한테 말해주곤 했는데 피차이는 호기심이 많았다. 네 식구(남동생 포함)는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다. 집에는 TV도 없었고 자동차도 없었다. 이동할 땐 버스를 타든지 네 식구가 스쿠터를 타야 했다.

피차이 집에 로터리 전화가를 들인 건 열두 살 때였다. 이 전화기는 피차이한테 기술의 편리성을 일깨워줬고 큰 선물이었다. 피차이는 한 번 전화를 건 번호는 모두 기억했다. 피차이의 숫자 감각은 구글 내에서도 정평이 났다. 피차이는 공부를 잘했고 카라그푸르 인도기술대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스탠포드에서 재료과학과 반도체 물리학을 공부했다. 아버지는 아들 비행기 티켓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했다.

1993년 스탠포드에 들어가 백팩 신제품을 사려다 가격이 60달러나 되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나중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중고품을 샀다. 피차이는 스탠포드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고 싶었다. 2002년 와튼에서 MBA를 마치고 나서 잠깐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피차이가 구글플렉스에 들어간 건 2004년 4월1일. 그가 면접을 보던 날 구글은 G메일을 런칭했다. 피차이는 G메일 런칭이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

피차이는 구글 검색 툴바 팀에 배치됐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이 구글 검색을 쉽게 이용하게 하는 서비스. 피차이는 구글이 자체 브라우저를 만들자고 제안해 공동창업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당시 CEO 에릭 슈미트는 반대했다. 어도비 집계에 따르면 크롬은 이제 폰+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의 32%를 차지한다. 피차이는 크롬 OS도 개발했고 (크롬북은) PC 시장 침체기에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아이폰 나온지 1년 후인 2008년에 처음 나왔다. 이제는 안드로이드는 가장 인기있는 스마트폰 OS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안드로이드 성공에는 앤디 루빈의 공이 컸다. 루빈은 2003년 안드로이드를 창업해 2005년 구글한테 팔고 8년 동안 이 OS 조직을 이끌었다.

루빈은 마케이벨리 같은 스타일...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함께 일하기 껄끄럽게 생각했다. 안드로이드가 널리 확산되자 구글 각 부서는 안드로이드폰에 자기네 서비스를 얹고 싶어했다. 그러나 루빈은 쉽지 않았다. 급기야 차라리 애플과 함께 일하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루빈은 안드로이드를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유지하고 싶어했다. 루빈이 너무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바람에 구글 상층부에서 큰 소리로 다투는 일이 벌어졌다.

2012년 구글은 안드로이드용 크롬 브라우저를 발표했다. 루빈이 자기네 그룹에서 만든 브라우저를 이 브라우저로 대체했다. 이는 구글 사내 우호적 협업의 완벽한 사례다. 그러나 이 일로 두 조직 간 갈등이 심해져 문서 없이는 아예 협업하려고 하지 않았다. 피차이는 루빈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좋은 친구였다. 특별히 가까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특별히 의견이 대립한 적도 없었다. 열정적으로 논쟁을 벌인 적은 있다.

2013년,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기고 있었지만 태블릿 시장에서는 아이패드의 벽을 넘지 못했고 구글TV 역시 실패했다. 2013년 초 페이지는 루빈한테 안드로이드 조직과 다른 부서가 통합적으로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빈은 처음엔 동의했다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했고 자기 직을 내놓았다. 구글을 떠나진 않았다. 페이지는 안드로이드를 피차이한테 맡겼다. 루빈을 교체하는 것은 CEO 복귀 이래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피차이는 곧바로 안드로이드와 다른 그룹 간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구글나우를 푸시했고… 물론 루빈이 처음 시도했지만 피차이는 여러 그룹이 협업하게 했다. 여기에는 음성검색 기술과 알고리즘 기술을 보유한 검색 그룹도 포함됐다. 검색 그룹과 안드로이드 그룹이 다른 건물에서 일하고 있어서 사람 스와프를 단행했다. 구글나우 관계자는 “루빈 체제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구글식 글라스노스트'였다”고 말한다.

피차이는 여유 인력을 ‘스벨트(Svelte)’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스벨트는 저가격, 저전력 기기에서도 작동하는 안드로이드 축소판. 앱을 개발할 때 여러 버전을 만들 필요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피차이는 터치스크린 노트북용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 프로젝트를 죽이는 대신 태블릿과 스마트TV, 웨어러블 기기 등 다른 카테고리로 관심을 돌렸다. 네스트 인수 후에는 안드로이드 조직 내에 여러 스마트홈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피차이는 다른 기업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힘을 기울였다. 2013년 4월 래리 페이지와 니케시 아로아(최고 비즈니스 책임자, CBO)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삼성 경영진을 만났고 공장을 둘러봤다. 이 방문은 경의를 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삼성을 파트너로 보기에는 간격이 너무 크다고 느꼈다고 했다. 래리 페이지는 박근혜 대통령도 만났는데, 빌 게이츠와는 달리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악수하지 않았다.

삼성은 아직도 타이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언제든지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피차이는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며 “안드로이드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은 타이젠을 갤럭시기어 스마트시계와 금년말 러시아에서 런칭할 삼성Z 폰에 탑재한다. 그러나 파이퍼 제프레이 애널리스트인 진 먼스터는 “피차이가 위협을 잠재웠다”면서 “양사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6월2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 I/O 컨퍼런스를 시작한다. 순전히 “순다 쇼"가 될 것 같다. (순다 피차이가 기조연설을 담당). 피차이는 텔레비전, 자동차, 손목시계 등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에도 안드로이드가 적합하다는 걸 역설하게 된다. 올해는 피차이 체제에서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많은 것을 보여줄 것 같다.

구글은 통상 가을에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을 발표했는데 폰 메이커들은 연말 성수기에 대비하기엔 너무 늦다고 불평했다. 또 매년 한 회사를 선택해 구글과 함께 넥서스폰을 개발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올해는 피차이가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을 공개할 것 같다. 그게 ‘롤리팝'이 될지 ‘레몬헤드'가 될지… 구글의 안드로이드 정책이 훨씬 투명해진다. 피차이는 우리가 하는 걸 세상이 좀더 빨리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차이는 운동추적 및 웨어러블 컴퓨터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에 관해서도 말할 것 같다. 제조 파트너와 디바이스도 공개할 것이다. 애플이 가을에 ‘아이워치'를 공개하면 구글과 경쟁하게 된다. 지금은 건강검진을 하려면 병원으로 가서 의사를 만나야 하는데 피차이는 “미친 짓(crazy)”이라고 말한다. (웨어러블 기기의 운동/건강 측정 기능을 이용하면) 현재보다 훨씬 자주 측정할 수 있고 훨씬 많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

텔레비전도  이번 기조연설의 아젠다이다. 피차이는 안드로이드TV라는 소프트웨어를 공개할 것이다. 구글은 거실을 장악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다. 2010년 구글TV를 내놓았지만 실패했다. 최근에는 49달러짜리 크롬캐스트라는 걸 내놓아 폰이나 태블릿에 저장된 콘텐츠를 HDTV에 띄워서 보게 하고 있다. 피차이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여러 조직이 안드로이드 조직과 하나가 돼 협업하게 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모두가 거실용 셋톱박스를 팔고 있다. 이것으로 TV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영화 등을 보게 한다. 삼성 등 TV 메이커들은 자기네가 만든 스마트TV를 자기네가 통제하고 싶어한다. 구글한테 더이상 내주려 하진 않는다. 이들을 설득해 구글에 의존하게 하는 게 피차이가 직면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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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입니다. 비즈니스위크 기사를 읽으면서 대충 메모했습니다. 의미를 잘못 전한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래리 페이지가 앤디 루빈을 내치고 안드로이드를 순다 피차이한테 넘긴 배경과 40대 초반의 피차이가 구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맡은 배경이 궁금했고,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했는데… 궁금했던 게 대부분 풀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광파리]

2014년 6월 24일 화요일

구글 I/O 기조연설 하는 순다 피차이 부사장은 누구?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14’가 하루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1) 안드로이드 다음 버전, (2) 안드로이드TV, (3)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기기... 이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안드로이드 다음 버전을 내놓는다면 파편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안드로이드TV는 과거의 구글TV와 어떻게 다른지, LG G워치는 살 만한지... 주목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기조연설을 하는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부사장입니다.

순다 피차이. 1972년 인도 타밀 나두 생. 카라그푸르 인도기술대(IIT)에서 기술학사, 은메달 졸업. 미국 스탠포드에서 석사(M.S.),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맥킨지에서 잠깐 일하다가 2004년 구글에 입사. 구글 툴바, 크롬 브라우저, 크롬 OS, 크롬북, 구글 드라이브, 구글앱스 담당. 작년 3월부터는 앤디 루빈 대신 안드로이드까지 맡아 구글 창업자/CEO 래리 페이지의 오른팔 역할. 결혼 했고 1남1녀를 두고 있다. (위키피디아)

보시다시피 피차이는 인도기술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스탠포드와 와튼을 나온 이른바 ‘문무 겸비 인재'입니다. 작년 말 금년 초에는 마이크로소프트 CEO 후보로 막판까지 이름이 거론됐죠. 그때 함께 거론됐던 사람이 현 CEO인 사트야 나델라인데 나델라 역시 인도 사람입니다. 구글에는 순다 피차이와 최근 구글을 떠난 빅 군도트라 말고도 니케시 아로아, 아밋 싱할 등 인도계 부사장(SVP)이 두 사람 더 있습니다.

순다 피차이. 저는 2년 전 서울 강남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피차이 부사장을 인터뷰 한 적이 있습니다. 깡 마르고 훤칠하고… 약간 수줍어하는 인상… 그때 크롬북에 관해 물어봤는데 “인도에 계신 부모님한테 크롬북을 드렸는데 문제 없이 잘 쓰고 계신다"고 답변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정리한 피차이에 관한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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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페이지, 오른팔을 찾다. 래리 페이지가 오늘 당장 구글 CEO에서 물러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순다 피차이가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두 달 전 왓츠앱 CEO 얀 쿰이 회사를 페이스북에 190억 달러에 팔려고 하자 래리 페이지가 팔지 말라고 설득했는데 그때 페이지와 함께 간 사람은 소셜 서비스 담당 빅 군도트라가 아니라 피차이였다.

작년 가을 페이지가 가정자동화 하드웨어 스타트업인 네스트를 인수하고 싶었을 때 네스트 CEO 토니 파델을 설득하려고 보낸 사람 역시 피차이였다. 수 년 전만 해도 피차이가 이렇게 뜰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주위에는 피차이보다 파워가 센 동료들이 많았고 피차이는 트위터 간부로 갈까 생각도 했다. (The Information 사이트에 공개된 내용.)

비공개된 내용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요약한 걸 소개합니다.

피차이는 2004년 구글에 입사한 뒤 구글 툴바 PM(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기 시작. 매력적인 역할은 아니었다. 그러나 피차이는 다른 회사들과 강한 연대를 형성하는 능력을 보여줬고 2006년쯤 인터넷 사용자 4명당 1명꼴로 툴바를 쓰게 만들었다. (2008년엔 크롬 브라우저 런칭). 마리사 메이어(현 야후 CEO)가 디렉터(PM 담당)로 기용했고, 페이지는 2011년 CEO로 복귀한 뒤 피차이를 부사장(SVP)으로 발탁했다.

피차이는 이제 중요한 회의가 열릴 때 페이지의 오른팔 역할을 한다. 구글 직원들은 피차이가 기술적 비전을 가진 사람이 아닌 데도 그를 차기 CEO 감으로 생각한다. 피차이는 스티브 잡스 후계자인 팀 쿡(애플 CEO) 같은 사람이다.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원대한 창의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을 어떻게 이끌지 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스티브 발머를 이을 후임 CEO를 물색할 때 피차이한테도 손길을 뻗쳤다. 트위터 역시 2011년 제품 책임자로 피차이를 영입하려고 했다.

피차이는 팀 플레이어다. 다른 간부들과 함께 일할 때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고 협력하며 일하는 스타일이다. 아울러 강단 있는 리더(emphatic leader)로 알려졌다. 마리사 메이어 밑에서 일할 때 메이어 사무실 밖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려 메이어가 피차이 팀에 좋은 점수를 주도록 확신을 갖게 했다. 피차이는 부하직원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기를 원했다. 임원이 된 후에도 짬을 내 부하직원들과 오랜 시간 회의를 갖기도 했다.

피차이 팀은 2008년 크롬 브라우저를 내놓았다. 당시에는 사파리를 만드는 애플이나 파이어폭스를 만드는 모질라 등도 구글 파트너였는데 구글이 경쟁 상품을 내놓으면서도 이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피차이는 외교적으로 이 일을 풀었다.

피차이는 힘을 쓸 줄도 안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에서는 긴장감이 팽팽한 미팅이 많았다. 삼성 모바일 제품 책임자와 협상할 때는 삼성과의 휴대폰 파트너십을 끝낼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순둥이 같은 피차이가 이런 협박을 했다니…)

피차이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는 크롬북을 주력 제품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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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입니다. 두 가지만 덧붙일까 합니다. 첫째는 크롬북. 이건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크롬북은 ‘윈도 아성'을 허물 수 있는 트로이목마가 될 수도 있고 변방의 '실패한 독립투쟁'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현재는 주요 노트북 메이커들이 대부분 크롬북을 만들고 있고 구글이 대용량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어서 일단 기선을 잡은 형국입니다.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둘째는 구글과 삼성의 협력-경쟁 관계입니다. 위 글에도 언급돼 있다시피 삼성 입장이 난감합니다. 하드웨어는 중국 메이커들이 추격해 오고 있어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로 차별화해야 하는데, 구글 울타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타이젠 독립운동’도 그렇습니다. 구글이 한없이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란 말이죠. 클라우드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채 서비스에서 구글과 맞서기도 어렵습니다. 삼성이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지 궁금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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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마무리하고 나서 보니 비즈니스위크도 순다 피차이에 관한 긴 글을 올렸습니다. 제목: 구글의 순다 피차이가 모바일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다. 앞 부분에 삼성과의 갈등을 더 강한 협력관계로 바꾼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지난 1월 CES에서 삼성이 ‘매거진 UX’를 내놓았을 때 구글로서는 난감했겠죠. ‘매거진 UX’를 구동하면 구글 안드로이드 UI는 숨겨지고 이런 식으로 파트너들이 벗어나면 구글은 실속을 잃게 되죠.

피차이는 삼성전자 모바일 책임자인 신종균 사장을 호텔에서 여러 차례 만났고, 다음달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도 만나 협상했다고 합니다. 그때 피차이는 두 회사의 얽힌 운명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일단 ‘깨지기 쉬운' 평화를 도출. 삼성은 ‘매거진 UX’를 거둬들였고 양사는 새로운 협력시대 개막. 광범위한 특허 공유 계약 체결. 피차이는 “UX에서 전보다 좀더 긴밀히 협력한다"고 말했다네요.

이 일화는 래리 페이지가 왜 피차이한테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모두 맡겨 ‘모바일 세상의 최고 실력자’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만합니다. 피차이가 안드로이드까지 맡고 난 직후에 삼성은 더 노골적으로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피차이는 협박과 설득으로 더 강한 ‘삼구동맹' 또는 ‘구삼동맹'을 이끌어냈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은 일단 독립을 포기하는 댓가로 구글 특허를 공유할 수 있게 됐으니 굴욕스럽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었겠죠.

이밖에도 비즈니스위크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습니다. 글에 첨부한 사진을 보니 순다 피차이의 부모님이 매우 젊고 어머니가 미인이라는 사실, 피차이의 부인 역시 대단한 미인이라는 사실도 눈에 띕니다. 인도 최고 대학을 나온 뒤 스탠포드와 와튼에서 공부했다면 ‘가방끈’이 더이상 길 수 없죠. 그런데 페이지가 피차이를 중용한 건 학력 때문이 아닙니다. 문무(이과+문과)와 리더십과 협상력을 갖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위크는 구글이 이번 구글 I/O에서 킷캣(안드로이드 4.4) 후속 버전을 공개할 거라고 썼습니다. 그게 ‘롤리팝'이 될지 ‘레몬헤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피차이에 관한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짬이 나면 인포메이션 글 또는 비즈니스인사이더 글과 비즈니스위크 글을 직접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끝)

2013년 7월 25일 목요일

넥서스7 신제품은 단점 없앤 업그레이드 제품


구글이 간밤에 넥서스7 신제품을 발표했습니다. 생김새는 1세대 제품과 비슷한데 후면 카메라가 추가됐고 화질 등 기능이 현저히 좋아졌습니다. 넥서스7 신제품은 순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SVP)과의 조찬간담회에서 공개됐습니다. 아직 만져보진 못했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아이패드 2차 공격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1세대 제품과 마찬가지로 대만 에이수스가 만든 레퍼런스 제품입니다.


피차이는 “금년 말이면 태블릿 판매가 PC 판매를 추월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추월 시점이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한두 해 앞당겨졌습니다. 또 개통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작년말 2천만대에서 금년말엔 7천만대로 늘어난다고 했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표한 2010년 4월이후 3년간은 ‘아이패드 독무대’였습니다. 올해부터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넥서스7 신제품이 공격 선봉에 나설 것 같습니다.

신제품 발표는 휴고 바라가 했습니다. 넥서스7은 빅 히트였다면서 주머니에서 검은색 넥서스7 신제품을 꺼내 보여줬습니다. 1세대 제품과 비슷한데 2mm 얇아지고 50g 가벼워져 그립감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화질은 1080p, 1920x1200 화소. “7인치 태블릿으로는 가장 선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종전 216ppi(1인치당 화소 수)에서 323ppi로 개선됐다고. 넥서스7은 화질이 별로였는데 훨씬 선명해진 것 같습니다.


카메라. 전면 120만 화소, 후면 500만 화소. 2012년 넥서스7에는 후면 카메라가 없어 아쉬웠는데 500만 화소급이 추가됐습니다. 음질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듀얼 스테레오 스피커 채택. 음질을 개선하기 위해 MP3 압축 기술을 고안한 사람과 함께 개발했다고. 프로세서는 1.5GHz 스냅드래곤 S4 프로. CPU는 1.8배, GPU는 4배 빨라졌다고 합니다. 이밖에 2GB RAM, 블루투스 4.0, NFC(근접통신), 무선충전…



그리고 안드로이드 4.3 젤리빈. 안드로이드 4.3 탑재는 넥서스7 신제품이 처음이죠. 넥서스4, 넥서스10과 갤럭시 넥서스도 오늘부터 업그레이드 해준다고 합니다. 갤럭시S4 구글 에디션과 HTC 원 구글 에디션은 “곧" 업그레이드 예정. 안드로이드 4.3을 탑재한 넥서스7 신제품은 멀티유저를 지원합니다. 여러 사람이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 하면 자신이 설정해둔 상태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구글 자료. 에이수스와 함께 넥서스7 오리지널 제품의 장점을 더 좋게 개선했다. 화면이 선명해진 게 눈에 띌 것이다. 1인치 길이에 323개 화소(기존 제품은 216개). 7인치 태블릿으로는 화질이 가장 좋다. 더 가벼워졌다. 배터리 수명은 HD 비디오 재생으론 9시간 이상, 웹 브라우징이나 읽기로는 10시간이다. 스테레오 스피커와 버추얼 서라운드를 도입해 훨씬 풍성하고 몰입케 하는 음질을 실현해줄 것이다.

안드로이드 4.3, 더 달콤한 젤리빈. 4.3에서는 ‘제한된 프로필’을 도입한다. 일부 앱이나 콘텐트에 대해 어린 자녀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제한할 수 있다. 소매점에선 상품정보 제공용이나 POS 시스템용으로 쓸 수 있다.

넥서스7 신제품은 7월30일 베스트바이, 아마존닷컴 등을 통해 발매한다. 이후 “수 주일 내에” 한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지에서도 추가로 발매한다. 가격은 16기가(GB) 와이파이 모델은 230달러, 32GB 와이파이 모델은 270달러. 32GB LTE 모델은 350달러. (2012년 구형 와이파이 모델이 299,000원...생각보다 비싸네요.)



넥서스7 신제품은 꽤 주목을 받았으면서도 미완성 제품이나 다름없었던 넥서스7 오리지널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입니다. 화면이 현저히 선명해졌고, 후면 카메라를 탑재했고, 최신 OS 안드로이드 4.3을 탑재했고, 작고 가벼워졌습니다. 200달러대 저렴한 가격도 강점이고 휴대하기 편한 7인치 크기도 강점입니다. 스펙이 빵빵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강점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패드 미니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넥서스7과 아이패드 미니를 둘 다 가지고 있는데 주로 아이패드 미니를 사용합니다. 넥서스7은 아이패드 미니보다 가로가 짧아서 등산복 등의 주머니에 들어가서 좋은데 후면 카메라가 없는 게 결정적 흠입니다. 산에 올라가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싶어도 찍을 수가 없습니다. 강점은 이어받고 단점을 없앤 만큼 이제는 아이패드 미니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게 됐습니다. [광파리]


(참고1) 넥서스7 신제품과 아이패드 미니 스펙 비교 링크.
(참고2)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구글 이벤트 동영상 링크.






4만원짜리 크롬캐스트, 모든 기기를 TV에 연결한다


구글이 간밤에 신제품 3가지를 발표했습니다. 넥서스7 신제품, 안드로이드 4.3 젤리빈, 그리고 크롬캐스트. 순다 피차이 부사장(SVP)과의 조찬간담회를 통해 공개했는데, 앞의 둘은 소문난 것이어서 그다지 새롭진 않습니다. 그러나 크롬캐스트는 전혀 소문이 나지 않은 데다 4만원(35달러)만 주면 살 수 있고, 폰, 태블릿, 노트북 등 어떤 기기든 TV에 연결해 동영상 등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입니다.

누구든지 폰, 태블릿, 노트북을 통해 사진/영상/음악/게임 등을 즐깁니다. 이걸 TV에 연결해 즐기려면 HDMI 선을 연결해야 하고… 불편하죠. 그런데 크롬캐스트를 TV의 HDMI 단자에 꽂아놓기만 하면 폰/태블릿/노트북의 콘텐트를 TV로 즐길 수 있습니다. 꼭 안드로이드 폰/태블릿이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윈도 PC… 어떤 기기든 상관없습니다. 크롬캐스트, 단돈 35달러. 아주 멋진 제품입니다.



구글 발표내용. 우리가 어렸을 땐 온 가족이 매일 하나의 스크린 앞으로 몰려들었다. 거실에 놓인 텔레비전이었다. 요즘엔 다양한 스크린으로 몰린다.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사람들은 이 기기, 저 기기를 바꿔가며 즐긴다. 스크린 바꾸는 요령을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된다면 편할 것이다. 오늘 공개한 크롬캐스트와 새 넥서스7 태블릿을 이용하면 어디서든 기기를 가리지 않고 영상, 음악, 영화, 게임 등 콘텐트를 편히 즐길 수 있다.

크롬캐스트는 작고 저렴한 디바이스로 HDTV에 꽂기만 하면 폰, 태블릿, 노트북 등으로 보는 콘텐트를 TV 화면에 띄워준다. 넷플릭스, 유튜브, 구글플레이 영화 & TV, 구글플레이 뮤직 등과 연동한다. 판도라도 조만간 연동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구글뮤직, 판도라 등의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유튜브 동영상과 구글플레이 영화 & TV 프로그램만 볼 수 있다고 해도 4만원은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크롬캐스트를 한 번 세팅해 놓으면 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화면을 TV에 띄워놓고 작동시킬 수도 있고 정지시킬 수도 있고 음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퍼스널 기기가 리모콘 역할을 한다. 크롬캐스트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 TV를 통해 콘텐트를 즐기면서 폰/태블릿/노트북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는 어떤 플랫폼에서도 작동한다. 안드로이드 기기, 아이폰/패드, 맥과 윈도의 크롬… 다 된다.

크롬캐스트를 이용하면 웹에 있는 다양한 콘텐트를 TV의 큰 화면에 띄워놓고 즐길 수 있다. 크롬 브라우저에는 어떤 탭이든 TV에 띄워주는 기능이 들어간다. 사진을 함께 감상할 수도 있고 뉴스 사이트 영상을 함께 볼 수도 있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된다. 간단하다. 이 기능을 베타 서비스로 런칭한다. (크롬캐스트는 35달러. 오늘(7/24)부터 구글플레이와 아마존닷컴, 베스트바이닷컴에서 판매한다. 35달러는 현재 환율로 약 4만원.)

크롬캐스트 용도를 넓혀 나가기 위해 구글캐스트를 만들었다. 모바일 기기와 TV에서 멀티스크린을 실현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오늘 구글캐스트 프리뷰 버전을 런칭한다. 자세한 내용은 구글 개발자 블로그에 있다. 일부 개발자들은 벌써 자기네 앱에 구글캐스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머잖아 그런 앱이 나온다. 이 기술이 파트너 회사들의 다양한 하드웨어에 탑재되길 기대한다.

구글이 크롬캐스트를 공개한 직후 씨넷(CNet)이 구매의향을 묻는 조사를 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사겠다’ 71%, ‘벌써 샀다’ 6%, ‘글쎄…’ 16%, ‘안사겠다' 7%. 구매의향이 매우 강합니다. 4명당 3명꼴로 사겠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은 넷플릭스, 구글뮤직 등을 이용할 수 없어 이보다는 덜하겠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광파리]



* 구글TV 팀에서 일하는 구글러 미키킴의 설명 링크합니다.
* 크롬캐스트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 반응도 링크합니다.
*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구글 이벤트 동영상 링크합니다.
* 크롬캐스트에 대해 알아야 할 10가지... 링크합니다.


* 크롬캐스트 발표 중계 화면 캡처 사진과 설명 동영상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