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5일 수요일

정보통신 좌담회: 5년후엔 어떤 세상?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떤 세상이 열릴까? 누구든지 궁금하게 생각할 겁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정보통신의 날(4월23일)을 몇일 앞두고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과 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흥남 원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동욱 원장을 한 자리에 모아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장소는 서울 조계사 옆 우정총국. 우리나라 우체국의 발상지입니다. 홍 장관과 신 위원은 지경부와 방통위의 정책에 관해 설명했고, 김흥남 원장과 김동욱 원장은 정보통신 기술발달이 가져올 미래 모습을 얘기했습니다. 사진은 강은구 기자가 찍었고, 사회는 제가 맡았습니다. 광파리 김광현.


왼쪽부터 김동욱 원장, 신용섭 위원, 홍석우 장관, 김흥남 원장, 광파리





사회=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6개 부처가 ‘IT 창의강국 2020’이란 청사진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잘한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간단히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석우 장관=지난해 우리나라가 세계 아홉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는데 수출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30%에 달했습니다. IT산업이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IT 융합’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자동차에 통신기술을 접목해 차량충돌을 예방한다든지, 조선소에 와이브로 기술을 적용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선박통신기술(SAN)을 개발해 수주경쟁력을 높인 것을 사례로 꼽을 수 있겠죠. IT 성장의 축이 소프트웨어·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는 데도 여전히 소프트웨어가 취약한 게 아쉽습니다.

신용섭 위원=4세대 이동통신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와이브로 전국망은 이미 작년에 완성됐고 LTE도 통신 3사 모두 전국망을 깔았습니다. 앞으로 트래픽이 급증하겠죠. 그래서 광개토플랜을 세워 현재 120메가(㎒)인 주파수를 2020년까지 600메가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방통융합의 꽃인 IPTV도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었습니다. 세계 IT산업은 생태계 경쟁, 글로벌 경쟁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CPNT)를 연계해서 발전시켜야 하는데 기능이 분산돼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과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


사회=기술이 발달하면 5년 후, 10년 후엔 어떤 세상이 될까요?

김흥남 원장=이 바닥에서는 언제든지 ‘와해성 기술’이 등장해 판을 바꿔놓기 일쑤여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크게 지능화, 실감화, 융합화 방향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지금은 음성, 데이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통신 서비스를 하지만 엄청난 컴퓨팅 능력과 서비스를 빌려쓰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식통신을 지향하는 5세대 이동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인공지능 기술, 지능형 컴퓨팅이 가능한 스마트 디바이스 등이 부각될 겁니다.

두번째 실감화. 피지컬 세상과 사이버 세상이 결합됩니다. 사이버 세상이 좀더 실감있게 다가옵니다. 3D(입체)TV가 상용화되고 초기 홀로그램도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인간의 오감을 사로잡는 감성 콘텐츠가 확산되는 등 실감기술 전성기가 열릴 것입니다. 또 일방향 TV는 양방향 스마트 3DTV로 진화하고, TV 화면은 고화질(HD)을 넘어 초고화질(UHD)로 발전해 눈으로 보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입니다.

세번째 융합화. 지금까지 IT가 주력 산업과 융합했다면 앞으로는 1차산업, 2차산업, 3차산업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융합됩니다. 이에 따라 1차산업은 1.5차산업으로, 2차산업은 2.5차산업으로, 3차산업은 3.5차산업으로 발전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여기에 맞춰 원천기술과 특허를 선점한다면 ‘IT 코리아’에서 ‘스마트 코리아’로 발전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 3DTV의 경우 방통위가 제안한 기술이 세계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흥남 전자통신연구원장과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사회=정치·경제·사회·문화에서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김동욱 원장=정보통신기술(ICT)이 현재와 미래의 국가·사회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방적 시스템과 쌍방향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자발적이고 네트워크화된 형태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질 것이고 국가 권력은 점점 더 분산될 겁니다. ICT 기반의 직접민주주의가 확산되면 좌우 이데올로기 당파주의 구도가 급속히 해체되고, 강한 조직력보다 개인 중심의 느슨한 조직의 힘이 더 중시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예상합니다.

경제적으로는 ICT가 개인화된 소비, 크라우드소싱을 촉진함에 따라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가 달라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합니다. 개방과 공유가 보편화되면서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도 하는 프로슈밍이 확대됩니다. 소셜 네트워킹, 원격근무 등이 보편화되면 여성과 고령자의 비즈니스 경쟁력도 강해집니다. 또 정주적 직장인보다는 유목적 직업인으로 전환할 거라고 봅니다. 평생고용·평생직장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전문가들이 각광받게 됩니다.

사회적으로는 가족 학교 직장 등 전통적 소속집단 기반의 관계보다 접속 기반의 온라인 관계가 활발해집니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지식 정보 경험 감정 등을 나누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ICT가 발달하면 투명성이 핵심적 사회가치로 급부상합니다. ICT를 활용한 정보접근, 정보공개 범위가 확대되면서 사회적 압박도 커집니다. 미래사회에는 개성과 창의력이 있는 인재가 각광받고 ‘위대한 기업’보다 ‘착한 기업’이 중요해집니다.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과 홍석우 지경부장관


사회=두 원장님 말씀 듣고 보니 많이 달라지는군요. 두 부처는 이런 세상을 맞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홍석우 장관=우리는 IT가 조선 자동차 섬유 등 주력 산업과 융합하는 융합시대 한복판에 있습니다. 이제는 산업 융합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융합되는 초연결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좌담회를 정보통신의 발상지인 우정총국에서 하고 있는데, 정보통신이야말로 초연결시대의 기반입니다. 앞으로도 정보통신 기반을 중시해야 합니다. 또 좌담회를 사무실에서 하지 않고 유적지에서 한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입니다. 초연결시대에는 이런 발상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지경부는 오는 6월 2단계 IT융합확산전략을 내놓고 생활밀착형 IT 융합 서비스를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산업기술과 인문학의 융합도 시도할 생각입니다. 이달 중 산업진흥연구소 안에 ‘기술인문융합창작소’를 개소합니다. 이곳에서는 기술과 인문의 융합만을 연구합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대학에 소프트웨어 플랫폼 지원센터를 열어 시범사업으로 추진합니다. 국방부 농림수산부 등 다른 부처와도 융합을 위한 협력을 하려고 합니다.

신용섭 위원=방통위는 IT를 두 가지 측면에서 봅니다. IT 자체의 경쟁력과 다른 산업과의 융합이죠. IT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해 놓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산업과 융합이 됩니다. 융합을 강조하다가 IT 자체의 경쟁력이 약해져선 안됩니다. IT 경쟁력이 약해지면 다른 산업과의 융합도 실현되지 못합니다. 애플 구글 등이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IT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스마트 코리아’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CPNT) 중 네트워크가 고도화되지 않으면 모든 게 사상누각이 됩니다. 방통위는 최고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기가 인터넷,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 이용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하고 미래 인터넷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초고화질(UHD)TV 등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과 선제적 표준화에 주력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지능통신, 3D방송 등 스마트 신산업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흥남 원장=IT 고도화와 IT 융합 확산은 모두 중요합니다. 고도화는 수직축, 융합은 수평축인데, 고도화가 잘 됐기에 지금 융합 확산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 융합확산을 위해서는 지금 고도화를 해야 합니다. 둘ㅇㄹ 균형있게 끌고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가 코리아’는 정보통신 네 부문을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소프트웨어 플랫폼 부분을 강화해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세계 최고의 단말기, 경쟁력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키우려는 전략입니다.

4세대 이동통신은 100Mbps(초당 100메가비트 전송)급 LTE-어드밴스드를 거쳐 10년 후엔 1Gbps(초당 1기가비트 전송)로 넘어갑니다. 단말기 플랫폼 콘텐츠도 기가급으로 발전합니다. 기가급 콘텐츠는 홀로그램 같은 것이 되겠죠. 기가코리아를 통해 원천기술과 지적재산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기가 코리아 프로젝트 기술을 시연해 관람객들에게 ‘기가 시대’를 체험하게 한다면 다시 기회를 잡을 것입니다.

김동욱 원장=급변하는 미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ICT 부눈에서 국가적 의제를 설정해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달 10대 아젠다를 발표했죠. 국정운영방식의 스마트화, 안심할 수 있는 사이버 환경 조성, 시장경쟁 촉진을 통한 소비자 혜택 증진, 콘텐츠의 세계화 등인데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CPND) 네 부문의 종합적인 발전이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한편으로는 이해당사자 간 갈등에 대한 조정과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거버넌스 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 역할은 정책 결정자에서 점차 정책 조정자로 바뀔 것입니다. 정책수행 과정에서 여러 조직,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융·복합적 행정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정책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좌담회장인 우정총국


사회=홍 장관님과 신 위원님께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홍석우 장관=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가치와 가치가 만나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제3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초연결시대입니다. 큰 비즈니스는 철학에서 나온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이것저것 기웃거려서 될 일이 아니고 기업이든 정부든 학생이든 꿈과 비전을 가지고 움직여야 합니다. IBM을 부활시켰던 루 거스너 전 회장은 ‘변화의 첫걸음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철학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합니다.

신용섭 위원=노키아 같은 강자가 비틀거리게 될 줄 누가 알았습니까. 우리는 하드웨어는 잘하고 산업구조도 잘 돼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계 경쟁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잘 대응한다면 스마트 강국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겠죠.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입니다.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보강해 서비스를 창출하고 젊은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끝)

댓글 7개:

  1. 흠.. 스타트업에 대한 고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품질문제나 먹거리 문제, 이러한 환경변화에 한국 SW기업들에게 무엇을 지원해줄지에 대한 문제, 학교와 산업현장의 단절 문제, SW직군에 대한 인식문제.. 미래의 청사진만을 제시했을뿐, 정작 미래로 가기 위한 해결책은 한마디도 안한 느낌이드는데요. 미래는 아시는데, 현재와 미래로 가기위한 다리에 대한 대안부재가 아쉽습니다. 그 멋진 미래에 한국 SW 기업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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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총론을 얘기하는 자리라서 각론은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4개 부처/기관에서 준비한 답변 자료에는 소프트웨어산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둥... 각론이 있긴 하나 그것까지 쓴다면 원고지 50장, 100장은은 넘어갈 겁니다. 김동욱 원장이 준비한 자료만 해도 원고지로 200장 분량은 됩니다. 두 원장이 준비한 자료는 상당히 재밌는데... 핵심만 간추렸습니다. 각론은 나중 기회에 쓸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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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참 좋은의견들입니다. 교과서 읽는듯 하여 다 옮고 당연한 비젼입니다. 글노벌리더 돌이 슨가락으로 가르켜준 방향으로 가면 우리가 리스크없이 안전하게 글르벌 선두주자가 된다는듯 하여 듣기좋으나 고개가 갸읏등 해 지는건 왜일까요? 하드웨어 강국이면 소프트웨어강국이 저절로 이루어 지는것도 아닐테고 국내인프라가 세계 제일이어야만 글로벌 최고의 비지니스를 영위할수 있다는 하드웨어적 사고는 이제 우리의 수준이 변할때도 되었는데 ᆢ 십수년간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일해오며 느꼈던, 소프트웨어의 근간인 글로벌 소통능럭을 바탕으로한 인적자윈의 업그레이드만이 우리가 국내 라는 작은 iT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무산시장을 영워할수 있고, 오늘의 토론자분같은 리더들이 좀더 경쟁력있고 차별화되어 젊은청년증만이 아닌 여성과 고렁화시대에 시니어들의 다양한 경험을 접목하여 겅쟁럭을 극대화할 비젼과 전략이 보여지지많아 많이 아쉽습니다.계속 고민하고 새각들을 나누어야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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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견 고맙습니다. 네 사람이 얼마 만큼 성의껏 답변했는지는 둘째 치고...제가 방향을 잡은 건 5년후,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 기술적으로는 어떻게 달라지고... 인문/사회/경제/문화적으론 어떻게 달라질까...이거였습니다. 곁가지 얘기는 많이 뺐습니다. 네 사람이 돌아가며 하는 얘기인데...디테일까지 들어가는 건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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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자주 들러 세계적인 IT흐름을 파악하는데, 정보를 얻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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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끊임없이 찾고 찾고 또 찾아가는 인문학적 방법과 전산학적 "틀"또는 "사이즈"에서 엎그레이드 확장 소멸해 가는 두 명제가 동전의 앞뒤 같다고 하면 사람들은 미쳤다고 할까요?
    인문학의 출발점과 전산학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명제를 다룰 때에는 다른방향에서 서로 소통되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변화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끝이 없이 변화하는 트랜드를 따라 잡기보다 이쪽과 저쪽의 길목에서 응시할 수 만있다면 하는 맘으로 글을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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