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만만찮은 친구네요. 애플이 간밤에 경영진 개편을 발표했습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서비스 부문 간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지나면서 “잡스 체제"에서 “쿡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개편이기도 하겠죠. iOS를 총괄해온 스콧 포스탈 부사장(SVP)이 애플을 떠난다는 게 가장 눈에 띕니다. 아이폰5에 설익은 애플지도를 탑재해 원성을 초래했던 장본인.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자유의여신상을 세워놓지도 않고 지도를 런칭한 것은 용서하기 어려운 실책... 소프트웨어 디자인에서 디자인 총책인 조니 아이브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었죠. 팀 쿡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좀더 긴밀한 통합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애플 발표내용. 애플이 오늘 경영진 개편을 발표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팀 간의 협업을 좀더 촉진하기 위한 개편이다. 조니 아이브, 밥 맨스필드, 에디 큐와 크레이그 페더리히한테 좀더 많은 역할이 부여될 것이다. 스콧 포스탈은 내년에 애플을 떠난다. 당분간 자문역으로 CEO 팀 쿡을 보좌하게 된다. 팀 쿡은 “애플은 9, 10월 중 여러 가지 혁신적인 제품을 발표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긴밀하게 통합하기 위해 끊임없이 집중한 결과이다”고 말했다.
조니 아이브는 기존의 디자인 총괄에 추가해 휴먼인터페이스(HI)를 총괄하게 된다. (휴먼 인터페이스? 애플이 인터페이스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미일까요?) 아이브의 믿기지 않는 디자인 감각는 10년 이상 애플 제품 룩앤필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에디 큐는 시리와 지도 업무를 추가로 맡는다. 온라인 서비스를 총괄하는 셈이다. 이 부문은 아이튠즈 스토어, 애플 스토어, 아이북스토어, 아이클라우드 등의 성공을 이끌었다.
크레이그 페더리히(맥 소프트웨어 총괄)는 iOS와 OS X 모두를 총괄하게 된다. (양대 소프트웨어를 총괄. 이 친구 역할이 중요해졌군요. 애플은 왜 두 OS를 한 부사장한테 맡길까요? 데스크톱 OS와 모바일 OS의 궁극적인 통합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밥 맨스필드(하드웨어 담당이었다가...)는 “테크놀로지”라는 새로운 그룹을 이끌게 된다. 이 그룹은 회사 전체의 무선 팀을 하나로 묶고 이 분야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래를 위한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팀도 이 그룹에 소속된다.
소매 총괄 존 브로웻도 애플을 떠난다. 적임자를 찾을 때까지 이 팀은 임시로 팀 쿡에게 직보한다. 애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소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 조직은 앞으로도 독특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로 계속 탁월한 성과를 낼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의역하며 간추렸습니다. 한 마디로 iOS 총괄 스콧 포스탈과 소매 총괄 존 브로웻을 내보내고, 조니 아이브와 에디 큐, 크레이그 페더리히, 밥 맨스필드 등 네 사람(SVP)을 중용하는 경영진 개편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의미 있는 변화로 보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긴밀한 통합 추구, iOS와 OS X을 한 부사장이 맡아 맥과 아이폰/패드의 수렴을 추구(?), 반도체 비즈니스 강화 등이 눈에 띕니다. [광파리]
(추가,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스콧 포스탈을 밀어내는 것은 아이폰5 애플지도 문제에 대한 사과문에 서명하라는 팀 쿡의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스콧 포스탈은 아이폰4 안테나게이트 때처럼 사과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나 봅니다.
애플 제품을 쓰면서 다소 의아하게 생각한 게 있습니다.
연락처(컨택트), 뉴스가판대, 캘린더, 노트 등을 보면
나무 무늬나 인조가죽 느낌을 살린 게 눈에 띄는데
저는 어쩐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유는 모르겠고 막연히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디바이스는 애플/삼성 제품을 많이 쓰면서도
연락처 캘린더 등 서비스는 주로 구글 걸 사용하는데,
구글 서비스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이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패스트코디자인닷컴에 실린 기사를 보니
아, 이런 일이 있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이해가 됩니다.
조나단 아이브가 애플 제품 디자인을 총괄하지만
소프트웨어(iOS, OS X 등)는 스콧 포스탈이 담당하죠.
둘 다 수석부사장(SVP)이니까 상하관계는 아닙니다.
그런데 디자인 쪽과 소프트웨어 쪽 생각이 다른가 봅니다.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연락처 캘린더 등의 소프트웨어에
실제 나무나 가죽 느낌을 살리는 게 좋다고 보는 반면
디자인 쪽은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양쪽의 의견차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고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을 때도 이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아이브로서도
포스탈의 고집을 꺾고 밀어부치진 못했나 봅니다.
이제 스티브 잡스도 없고... 포스탈을 말릴 자는 없겠죠.
디자인에 관한한 아이브 말을 들으라고 유언까지 했지만
소프트웨어 디자인도 아이브 말을 따르라고 하진 않았겠죠.
포스탈이 아이브의 디자인 조언을 받아들이면 좋겠는데
이 기사를 보고 포스탈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저는 “디자인"... 하면 하드웨어 디자인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소프트웨어 디자인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일관성...
그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아이브는 “No”라고 할 텐데...
저는 패스트코디자인닷컴 기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광파리]

트위터가 미디어를 바꿔놓고 있다는 얘기는 식상하고... 재판도 트위터로 생중계하는 시대가 열렸나 봅니다. 간밤에 삼성-애플 간 특허분쟁에 관한 재판이 미국 새너제이 연방법원에서 진행됐습니다.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을 시청하는 동안 CNBC 테크놀로지 특파원 존 포트(@jonfortt)가 법정에서 신나게 트윗을 날리더군요. 이 친구의 시각은 애플 쪽으로 기운 편이지만 눈길 끄는 내용 몇 가지만 메모합니다.
* 밖에서 필 쉴러를 만나 조크 했다. 양복 빼입을 때도 있다고. (쉴러는 애플 부사장. 마케팅 담당 SVP.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에서는 양복 입는 일이 매우 드물죠.)
* 아이팟이 모든 것을 바꿨다. 애플에 대한 시각도 안팎에서 달라졌다. 그래서 다음엔 어떤 제품으로 대박을 칠까 생각했다.
* 쉴러: 마이크로소프트, 팜, 일부 언론은 우리가 폰 개발에 성공하겠느냐고 의심했다.
* 쉴러: 아이폰 런칭 전략은 언론이 떠들게 해놓고 조용히 지켜본 다음 TV에 광고를 내는 것이었다.
* 쉴러: 우리는 내부에서 이런 조크를 했다. 아이폰 신제품 판매량은 전 세대 아이폰 판매량을 더한 것과 같다고. (가령 아이폰3 판매량=아이폰1+아이폰2 판매량)
* 쉴러: 노트북보다 저렴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디바이스(아이패드)를 만들기로 했다.
* 쉴러: 아이패드 런칭은 우리 이미지와 마케팅 측면에서는 모험이었다. 아이패드가 실패하는 날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 쉴러: 아이폰 구매자의 거의 절반은 사겠다고 결심할 때 외관을 중시했다.
* 쉴러: 애플은 2011 회계연도에 미국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광고에 5억 달러를 썼다.
* 쉴러: 갤럭시S를 처음 봤을 때 아이폰을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
* 쉴러: 우리 팀은 일부 고객들이 삼성 제품을 사는 것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생겼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 삼성 측 변호사가 아이폰 나오기 전에도 터치 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쉴러에게 LG 프라다폰을 건넨다.
* 삼성 측 변호사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아이폰의 디자인, 가령 평평한 화면, 둥그스런 모서리 등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 필 쉴러 증언 끝나고 스콧 포스탈 부사장(SVP) 차례. iOS 소프트웨어 담당.
* 포스탈: 우리는 20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OS를 원했다.
* 포스탈: 우리는 2003년에 태블릿 만들 생각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기존 폰을 검토해보고 이런 폰으로는 안된다. 터치 폰을 만들 수 있을까 얘기했다.
* 포스탈: 우리 팀은 아이폰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는데 스티브 잡스는 나한테 많은 압박을 가했다. 애플 밖에서는 그런(나에게 압박을 가하는) 사람이 없었다.
* 포스탈: 나는 슈퍼스타들(대단한 개발자들)을 찾아내 내 사무실로 데려왔다. 그리고 비밀팀에 합류하면 밤도 없고 주말도 없을 거라고 말했다.
* 포스탈: 우리는 슈퍼스타들을 아이폰 개발에 투입하기 위해 다른 제품 개발 일정을 조정했다. 우리가 (아이폰에서) 실패했다면 엄청난 결과(큰 타격)를 가져왔을 것이다.
* 포스탈: 우리는 아이폰 프로젝트를 “퍼플"이라고 불렀고 건물은 “퍼플돔"이라고 불렀다. 그것(비밀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말하지 말라는 포스터도 붙였다.
* 포스탈: 하드웨어 팀은 정전식 터치 기술로 혁신해야 했다. 왜냐하면 감압식은 (반응이) 너무 투박했다.
* 애플 내부 이메일을 보면 에디 큐(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담당 부사장/SVP)는 11명(임원) 중 유일하게 7인치 아이패드를 옹호했고 스티브 잡스도 나중엔 관심을 보였다.

CNBC 특파원의 트윗 가운데 눈에 띄는 것만 간추렸습니다. 필 쉴러와 스콧 포스탈의 법정 증언을 보면... 애플은 사내의 최정예 개발자들을 끌어모아 밤도 없이 주말도 없이 아이폰을 개발했다... 월화수목금금금은 애플 비밀팀한테도 예외가 아니었나 봅니다. 스티브 잡스도 나중엔 7인치 아이패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반대했던 사람들 생각이 지금은 달라졌는지, 소문대로 올 가을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광파리]
(추가) 9to5mac에 에디 큐가 팀 쿡, 필 쉴러, 스콧 포스탈한테 보낸 이메일이 올려져 있습니다. 2011년 1월24일 보낸 메일인데... “삼성 갤럭시를 사용해 봤는데 아래 첨부된 많은 코멘트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7인치 시장도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스티브 (잡스)한테도 추수감사절 이후 몇 차례 이 얘기를 했는데 최근에는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메일, 책, 페이스북, 비디오 등은 7인치에도 매우 적합합니다. 웹 브라우징이 가장 큰 약점이지만 그런대로 쓸 만합니다.” ('갤럭시'는 7인치 갤럭시탭이겠죠. 아래 첨부한 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