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3일 판매하기 시작한 아이패드 에어2. 이걸 사용해 보면서 거의 중독에 빠진 게 있습니다. 바둑입니다. ‘스마트고'란 바둑 프로그램을 깔았는데 중독성이 꽤 강합니다. 짬만 나면 한두 판씩 두곤 합니다. 좋게 말하면 재미 있고, 나쁘게 말하면 시간낭비가 심합니다. 아이패드와 바둑판. 미처 생각 못했는데 궁합이 참 좋습니다.
왜 ‘스마트고’냐? 별다른 이유 없습니다. 친구가 바둑 프로그램을 대여섯 개를 추천해 줬는데 우연히 이걸 깔았습니다. 2008년 블로깅을 시작하면서 시간을 아낄 셈으로 노트북에서 바둑 프로그램을 삭제한 후 바둑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 동안에 바둑 프로그램이 많이 진화했더군요. 아이패드가 바둑판을 대체하리라곤 생각 못했는데…
# 구구바둑, 컴퓨터 바둑
스마트고를 실행하면 위 사진과 같은 구구(9x9) 바둑판이 뜹니다. 그리고 컴퓨터와 대결하는 게 디폴트로 설정돼 있습니다. 구구판에서 컴퓨터와 대국? 에이, 재미 없어.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게임을 시작해 보니 곧바로 빠져듭니다. 컴퓨터의 바둑 실력은… 상대에 따라 조절되는 것 같은데 멱살잡이를 할 만합니다.
재밌는 것은 컴퓨터가 오기를 부릴 줄도 알고 약을 올릴 줄도 압니다. 제가 졌는데 꾸역꾸역 돌을 놓으면 엉뚱한 곳에 돌을 놓아 약을 올립니다. 결국 제가 돌을 던지게 되지요. 자신이 졌을 때 가끔 어거지를 부리기도 합니다. 호구에 돌을 쑤셔넣기도 하고… 이 자식 지저분하게 왜 이래? 이런 생각이 들 무렵 깔끔하게 돌을 던집니다.
구구바둑의 장점. 대개 60수 이내에 승부가 갈립니다. 19x19 바둑판에서 제대로 한 판 두려면 30분 이상 잡아야 합니다. “다시 한 판" 두고 “삼세판" 두다 보면 한두 시간 후딱 지나가죠. 반면 구구바둑은 한 판 두는데 5분이면 족합니다. 잠깐 짬이 날 때 시간 보내기에 딱입니다. 인터넷 접속이 안되는 곳에서도 짬짬이 즐길 수 있습니다.
# 다양한 바둑판...대국도 가능
구구바둑만 있는 있는 것은 아닙니다. 11x11 바둑, 13x13 바둑... 19x19 바둑 등 다양합니다. 제 경험으론 구구바둑으로도 충분히 재밌습니다. 19x19 바둑을 두기엔 9.7인치 아이패드가 작습니다. 대국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시원시원한 맛이 없죠. 구구바둑을 5.5인치 아이폰6 플러스에서도 둬 봤는데 아이패드가 훨씬 좋습니다.
스마트고에서 사람과 대국도 가능합니다. ‘대국’ 모드로 전환하면 사람과 대면대국을 벌일 수 있습니다. 휴양지에서 아이패드 꺼내놓고 친구와 대국을 벌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는 한 번 충전으로 종일 사용할 수 있으니 바둑판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구바둑이든 십구십구바둑이든 사람과 대국을 벌이는 게 더 재밌긴 하죠.
스마트고의 단점. ‘인터넷 바둑’이 아닙니다. 인터넷에 연결하기만 하면 모바일 바둑 플랫폼으로도 괜찮을 것 텐데, 아직 컴퓨터 바둑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단점. 화면이 9.7인치라서 바둑판 대용으로는 작습니다. 구구바둑 두기엔 최적인데 19x19 바둑판 모드로 두기엔 작습니다. 그래도 아이패드로 구구바둑 두는 게 재밌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아이패드로 구구바둑을 많이 뒀는데, 안되겠습니다. 점점 중독되는 것 같습니다. 이 포스팅 끝나면 바둑 프로그램을 삭제할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