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 순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SVP). 1972년 인도 생. 인도기술대, 스탠포드대, 펜실베니아대 와튼 출신. 2004년 구글에 입사해 10년도 안돼 크롬, 안드로이드, 구글앱스를 총괄하는 부사장이 된 사람.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기에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이런 중책을 맡았는지… 비즈니스위크가 좋은 기사를 썼습니다. 원문을 읽어보면 좋은데, 바쁜 분들을 위해 제가 읽으면서 메모했던 내용을 공유합니다.
비즈니스위크 글을 읽어 보면 순다 피차이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기에 구글 2인자로 떴는지, 구글 창업자/CEO 래리 페이지가 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던 앤디 루빈을 밀어내고 안드로이드 부문을 피차이한테 맡겼는지, 피차이가 안드로이드까지 맡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지난해 4월 구글 간부들이 왜 한국을 찾아왔는지, 삼성전자와 구글의 애증관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피차이가 구글에 입사한 것은 2004년. 초기에는 프로덕트 매니저로 브라우저 상단에 구글 검색 툴바를 깔게 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피차이는 상사한테 크롬으로 브라우저 전쟁에 뛰어들자고 설득했다. (크롬 발표 시기는 2008년). 크롬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브라우저가 됐고, 크롬 OS와 크롬북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
2011년에는 G메일과 구글닥스도 맡았고, 2013년에는 래리 페이지가 피차이한테 안드로이드까지 맡게 했다. 이로써 모바일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 됐다. (앤디 루빈은 구글X 부문으로 밀려나 로봇 업무를 담당). 페이지는 피차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술에 대한 전문식견, 제품에 대한 안목, 기업인으로서의 자질. 이 셋을 모두 갖춘 경우는 매우 드문데, 피차이는 다 갖췄다. 그렇기에 피차이는 훌륭한 리더다.”
동료들은 피차이에 대해 붙임성 있고 협상력을 갖췄다고 말한다. 피차이랑 8년 동안 같이 일했다는 상무(VP)급 부하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나랑 내기 하자. 구글에서 순다 싫어하는 사람, 순다를 욕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봐라… 부드럽게 말하고 자기를 낮추는 스타일이다… 요즘엔 수염을 기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순다는 면도 안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표시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피차이는 인도 남부 타밀 나두의 인구 400만 도시 첸나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애를 낳기 전에는 속기사였고 아버지는 영국 GEC의 전기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경영했다.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아들한테 말해주곤 했는데 피차이는 호기심이 많았다. 네 식구(남동생 포함)는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다. 집에는 TV도 없었고 자동차도 없었다. 이동할 땐 버스를 타든지 네 식구가 스쿠터를 타야 했다.
피차이 집에 로터리 전화가를 들인 건 열두 살 때였다. 이 전화기는 피차이한테 기술의 편리성을 일깨워줬고 큰 선물이었다. 피차이는 한 번 전화를 건 번호는 모두 기억했다. 피차이의 숫자 감각은 구글 내에서도 정평이 났다. 피차이는 공부를 잘했고 카라그푸르 인도기술대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스탠포드에서 재료과학과 반도체 물리학을 공부했다. 아버지는 아들 비행기 티켓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했다.
1993년 스탠포드에 들어가 백팩 신제품을 사려다 가격이 60달러나 되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나중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중고품을 샀다. 피차이는 스탠포드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고 싶었다. 2002년 와튼에서 MBA를 마치고 나서 잠깐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피차이가 구글플렉스에 들어간 건 2004년 4월1일. 그가 면접을 보던 날 구글은 G메일을 런칭했다. 피차이는 G메일 런칭이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
피차이는 구글 검색 툴바 팀에 배치됐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이 구글 검색을 쉽게 이용하게 하는 서비스. 피차이는 구글이 자체 브라우저를 만들자고 제안해 공동창업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당시 CEO 에릭 슈미트는 반대했다. 어도비 집계에 따르면 크롬은 이제 폰+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의 32%를 차지한다. 피차이는 크롬 OS도 개발했고 (크롬북은) PC 시장 침체기에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아이폰 나온지 1년 후인 2008년에 처음 나왔다. 이제는 안드로이드는 가장 인기있는 스마트폰 OS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안드로이드 성공에는 앤디 루빈의 공이 컸다. 루빈은 2003년 안드로이드를 창업해 2005년 구글한테 팔고 8년 동안 이 OS 조직을 이끌었다.
루빈은 마케이벨리 같은 스타일...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함께 일하기 껄끄럽게 생각했다. 안드로이드가 널리 확산되자 구글 각 부서는 안드로이드폰에 자기네 서비스를 얹고 싶어했다. 그러나 루빈은 쉽지 않았다. 급기야 차라리 애플과 함께 일하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루빈은 안드로이드를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유지하고 싶어했다. 루빈이 너무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바람에 구글 상층부에서 큰 소리로 다투는 일이 벌어졌다.
2012년 구글은 안드로이드용 크롬 브라우저를 발표했다. 루빈이 자기네 그룹에서 만든 브라우저를 이 브라우저로 대체했다. 이는 구글 사내 우호적 협업의 완벽한 사례다. 그러나 이 일로 두 조직 간 갈등이 심해져 문서 없이는 아예 협업하려고 하지 않았다. 피차이는 루빈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좋은 친구였다. 특별히 가까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특별히 의견이 대립한 적도 없었다. 열정적으로 논쟁을 벌인 적은 있다.
2013년,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기고 있었지만 태블릿 시장에서는 아이패드의 벽을 넘지 못했고 구글TV 역시 실패했다. 2013년 초 페이지는 루빈한테 안드로이드 조직과 다른 부서가 통합적으로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빈은 처음엔 동의했다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했고 자기 직을 내놓았다. 구글을 떠나진 않았다. 페이지는 안드로이드를 피차이한테 맡겼다. 루빈을 교체하는 것은 CEO 복귀 이래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피차이는 곧바로 안드로이드와 다른 그룹 간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구글나우를 푸시했고… 물론 루빈이 처음 시도했지만 피차이는 여러 그룹이 협업하게 했다. 여기에는 음성검색 기술과 알고리즘 기술을 보유한 검색 그룹도 포함됐다. 검색 그룹과 안드로이드 그룹이 다른 건물에서 일하고 있어서 사람 스와프를 단행했다. 구글나우 관계자는 “루빈 체제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구글식 글라스노스트'였다”고 말한다.
피차이는 여유 인력을 ‘스벨트(Svelte)’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스벨트는 저가격, 저전력 기기에서도 작동하는 안드로이드 축소판. 앱을 개발할 때 여러 버전을 만들 필요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피차이는 터치스크린 노트북용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 프로젝트를 죽이는 대신 태블릿과 스마트TV, 웨어러블 기기 등 다른 카테고리로 관심을 돌렸다. 네스트 인수 후에는 안드로이드 조직 내에 여러 스마트홈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피차이는 다른 기업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힘을 기울였다. 2013년 4월 래리 페이지와 니케시 아로아(최고 비즈니스 책임자, CBO)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삼성 경영진을 만났고 공장을 둘러봤다. 이 방문은 경의를 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삼성을 파트너로 보기에는 간격이 너무 크다고 느꼈다고 했다. 래리 페이지는 박근혜 대통령도 만났는데, 빌 게이츠와는 달리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악수하지 않았다.
삼성은 아직도 타이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언제든지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피차이는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며 “안드로이드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은 타이젠을 갤럭시기어 스마트시계와 금년말 러시아에서 런칭할 삼성Z 폰에 탑재한다. 그러나 파이퍼 제프레이 애널리스트인 진 먼스터는 “피차이가 위협을 잠재웠다”면서 “양사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6월2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 I/O 컨퍼런스를 시작한다. 순전히 “순다 쇼"가 될 것 같다. (순다 피차이가 기조연설을 담당). 피차이는 텔레비전, 자동차, 손목시계 등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에도 안드로이드가 적합하다는 걸 역설하게 된다. 올해는 피차이 체제에서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많은 것을 보여줄 것 같다.
구글은 통상 가을에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을 발표했는데 폰 메이커들은 연말 성수기에 대비하기엔 너무 늦다고 불평했다. 또 매년 한 회사를 선택해 구글과 함께 넥서스폰을 개발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올해는 피차이가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을 공개할 것 같다. 그게 ‘롤리팝'이 될지 ‘레몬헤드'가 될지… 구글의 안드로이드 정책이 훨씬 투명해진다. 피차이는 우리가 하는 걸 세상이 좀더 빨리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차이는 운동추적 및 웨어러블 컴퓨터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에 관해서도 말할 것 같다. 제조 파트너와 디바이스도 공개할 것이다. 애플이 가을에 ‘아이워치'를 공개하면 구글과 경쟁하게 된다. 지금은 건강검진을 하려면 병원으로 가서 의사를 만나야 하는데 피차이는 “미친 짓(crazy)”이라고 말한다. (웨어러블 기기의 운동/건강 측정 기능을 이용하면) 현재보다 훨씬 자주 측정할 수 있고 훨씬 많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
텔레비전도 이번 기조연설의 아젠다이다. 피차이는 안드로이드TV라는 소프트웨어를 공개할 것이다. 구글은 거실을 장악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다. 2010년 구글TV를 내놓았지만 실패했다. 최근에는 49달러짜리 크롬캐스트라는 걸 내놓아 폰이나 태블릿에 저장된 콘텐츠를 HDTV에 띄워서 보게 하고 있다. 피차이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여러 조직이 안드로이드 조직과 하나가 돼 협업하게 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모두가 거실용 셋톱박스를 팔고 있다. 이것으로 TV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영화 등을 보게 한다. 삼성 등 TV 메이커들은 자기네가 만든 스마트TV를 자기네가 통제하고 싶어한다. 구글한테 더이상 내주려 하진 않는다. 이들을 설득해 구글에 의존하게 하는 게 피차이가 직면한 과제이다.
여기까지입니다. 비즈니스위크 기사를 읽으면서 대충 메모했습니다. 의미를 잘못 전한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래리 페이지가 앤디 루빈을 내치고 안드로이드를 순다 피차이한테 넘긴 배경과 40대 초반의 피차이가 구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맡은 배경이 궁금했고,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했는데… 궁금했던 게 대부분 풀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