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간밤에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WWDC 2014) 기조연설에서 iOS8과 OS X ‘요세미티’를 공개했습니다. iOS8은 아이폰/아이패드용 OS 새 버전이고, 요세미티(OS X 10.10)는 맥 컴퓨터 OS 새 버전입니다. 하드웨어 신제품 발표는 없었고 OS 업데이트 버전만 발표했습니다. 기조연설은 현지시간으로 2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한국시간으론 3일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됐습니다.
기조연설은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과 소프트웨어 개발 책임자인 크레이그 페더리기 부사장(SVP)이 주도했습니다. 쿡은 첫부분과 끝부분, 그리고 세션이 바뀌는 중간에 잠깐 등장했을 뿐이고 거의 대부분을 페더리기 혼자 발표했습니다. 쿡 말대로 이날 페더리기는 거의 “슈퍼맨"이었습니다. 핸섬한 외모와 유창한 말솜씨, 유머 감각까지… 소프트웨어 디자인 혁신을 주도한 조니 아이브 부사장의 동영상 멘트는 없었습니다.
이번 기조연설에서는 ‘요세미티’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애플은 OS X의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혁신했고,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하던 기능을 대거 맥 컴퓨터에 적용했습니다. 그동안 미흡했던 아이클라우드를 강화해 아이폰, 아이패드, 맥컴퓨터 등 애플 기가 간 호환성을 현저히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워낙 많이 바꾸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더니 요세미티를 적용한 맥 신제품은 내놓지 못했고, 요세미티를 바로 런칭하지도 못해 아쉬웠습니다.
처음 한 시간 동안 발표한 요세미티 관련 부분만 간추립니다. 발표를 모두 지켜봤지만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애플이 애플닷컴에 올린 내용 중심으로 요약합니다.
우리는 1년 전 OS X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다가 고양이과 동물 이름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 명소로 바꿨다. 매버릭스. 해가 바뀌었으니 다른 이름을 내놓을 때가 됐다. OS X 요세미티로 정했다. 인터페이스를 확 바꾸고 앱의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연속성을 유지했다. 먼저 디자인에 관해 얘기하겠다. 먼저 디자인 관련 비디오를 보여드리겠다.
OS X 인터페이스 리디자인
일부 인터페이스에 반투명성을 도입해 좀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했다. 툴바를 세련된 모습으로 바꿨다. 배경화면 그림에 따라 툴바의 색상과 밝기도 달라진다. 아이메시지 등 사이드바 앱의 모양도 바꿨다. (컴퓨터 하단에 있는) 도크 모양도 단순화했다. 앱 아이콘 룩앤필을 아이폰에서 본 것과 똑같게 함으로써 일관성을 유지했다.
다음은 알림센터. 알림센터에 들어가면 오늘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있다. 일정, 미리알림, 생일, 주식, 날씨 등. 클릭하면 캘린더, 날씨, 주식, 세계시계, 계산기 등의 위젯이 바로 작동한다. 맥앱스토어에 올려진 써드파티 앱이나 위젯을 알림 대상에 추가할 수 있다. 알림센터는 풀스크린 모드에서도 작동한다. 그동안 알림센터가 별로여서 거의 안썼는데...
스포트라이트(신속검색)은 확 바꿨다. 스포트라이트는 맥에서 원하는 것을 가장 신속히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리디자인한 스포트라이트는 클릭하면 화면 중앙에 나타난다. 위키피디아 검색 결과도 나오고, 뉴스도 나오고, 지도, 영화 등도 나온다. 스포트라이트 검색 결과에서 문서를 읽을 수도 있고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고, 전화를 걸 수도 있다.
맥과 iOS 기기 연동
맥과 iOS 기기(아이폰 아이패드 등)를 함께 사용할 때 믿기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요시미티에서와 iOS8에서는 옆에 있는 디바이스를 서로 인식할 수 있어 훨씬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에 로그인 한 상태에서 사용하면 확 달라진다.
맥 컴퓨터에서 전화를 받을 수도 있고 걸 수도 있다. 아이폰에서 전화 벨이 울릴 때 맥 컴퓨터 알림센터에 발신자 이름과 전화번호, 사진 등이 뜬다. 클릭하면 바로 통화할 수 있다. 맥이 스피커폰이 되는 것. 전화를 받기 싫으면 맥에서 거부하면 된다. 전화번호부, 캘린더, 메시지, 사파리(웹사이트) 등에 있는 전화번호를 클릭해 바로 통화할 수도 있다.
아이폰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둔 채 맥 컴퓨터로 작업하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오면 양복 있는 곳까지 가서 주머니를 뒤질 필요 없이 맥에서 바로 받으면 된다. 두 기기가 같은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기만 하면 된다. 따로 설정할 필요도 없다. 그냥 클릭하고 “여보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간절히 원했던 기능인데, 매우 맘에 듭니다.)
요세미티와 iOS8 기기를 사용한다면 맥에서 바로 SMS나 MMS를 보내고 받을 수 있다. 친구가 문자를 보내올 때, 친구가 어떤 폰을 사용하든 상관없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기에서 답신하면 된다. 아이폰에 나타나는 메시지는 모두 맥에도 나타난다. 맥에서 사파리/주소록/캘린더 등에 있는 전화번호를 클릭한 다음 문자를 보낼 수 있다.
핸드오프. 맥에서 iOS 기기로, iOS 기기에서 맥으로. 맥 컴퓨터와 iOS 기기가 가까이 있으면 한 기기에서 작업 중이던 내용이 다른 기기에 자동으로 동기화된다. 맥에서 보고서를 쓰기 시작한 뒤 아이패드에서 계속하고 싶을 때 바로 핸드오프가 된다. 이 기능은 메일, 사파리, 페이지, 넘버스, 키노트, 지도, 메시지, 미리알림, 캘린더, 주소록 등에서 작동한다. 앱 개발자들은 핸드오프 기능을 자기 앱에 쉽게 추가할 수 있다.
이젠 맥에서 문서 작업을 끝내자마자 허겁지겁 미팅장소에 달려가 아이패드에 그 문서를 띄워놓고 설명할 수도 있겠죠. 아이클라우드가 이제야 완성된 것 같습니다. 공짜 제공 공간이 5GB로 구글드라이브 15GB보다 훨씬 작지만 애플 기기끼리 연동한다는 건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100일 전에 깡마른 몸으로 무대에 올라 직접 발표했던 게 ‘아이클라우드'였죠. 그만큼 아쉬움이 컸을 텐데…
인스턴트 핫스팟. 이젠 와이파이가 없어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맥과 아이폰이 가까이 있다면 맥이 자동으로 아이폰의 퍼스널 핫스팟에 접속한다. 따로 설정할 필요도 없다. 맥의 와이파이 목록에 아이폰이 자동으로 뜬다. 이걸 선택하면 된다. 맥에는 신호의 강도와 아이폰 배터리 잔량도 표시된다. 아이폰 네트워크를 안쓸 땐 자동으로 끊긴다.
요세미티 빌트인 앱의 성능 개선
사파리. 좋아하는 사이트에 접속하기가 좀더 쉬워지고, 탭 관리하기가 쉬워지고, 프라이버시를 좀더 잘 지킬 수 있다. 성능이 좋아진 니트로 자바스크립트 엔진과 최신 웹 표준을 적용했다. 가장 빠르고 가장 진화한 브라우저이다. 페더리기는 크롬 등과 비교한 수치를 그래프로 보여줌. 사파리를 써 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 만큼 매력적임.
툴바를 간소화해 웹사이트를 좀더 많이 볼 수 있게 했다.
사파리에서 좋아하는 사이트 이용 방식이 달라진다. 선호 사이트 보여주기 기능을 도입했다. 주소창(검색창)에서 사이트를 검색하려고 첫 글자를 입력하는 순간 아래쪽에 좋아하는 사이트 12개 아이콘을 보여준다. 찾고자 하는 사이트 아이콘을 클릭하면 바로 접속된다. 이 기능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늘 같은 경험을 한다.
열어놓은 탭을 한 화면에서 볼 수도 있다. ‘탭 보기(Tab View)'를 클릭하면 바탕화면에 열린 사이트가 이쁘게 뜬다. 특정 탭을 열고 싶으면 해당 사이트를 클릭하면 된다. 탭 보기는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가능하다. 같은 사이트의 탭은 그룹으로 묶어서 보여준다.
사파리 검색 기능도 좋아졌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기 시작하는 순간 드롭다운 창에 위키피디아, 지도, 뉴스, 아이튠즈 등의 검색 결과를 즉각즉각 미리 보여준다.
사파리는 최신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적용해 매우 빠르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웹에서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더 많이 컨트롤 할 수 있다. 은밀탐색 모드로 사파리를 열면 탐색 내역이 남지 않는다. 온라인뱅킹을 이용하기 위해 새 창을 열 때 이렇게 하면 된다. (한국은…쩝). 검색할 때 덕덕고(DuckDuckGo)를 이용하면 추적을 따돌릴 수 있다.
메일. 요세미티에서는 (애플)메일 기능이 더 좋아졌다. 아이클라우드에 접속한 상태에서 메일드롭이란 새 기능을 이용하면 대용량 파일도 보낼 수 있다. 동영상, 발표자료, 폴더 등을 5GB까지 첨부할 수 있다. 자동으로 아이클라우드에 올려지고 전송된다. 상대방이 (애플)메일을 쓴다면 아무런 문제 없고, 다른 메일을 쓴다면 다운 받을 링크가 제공된다.
마크업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누군가 파일을 첨부해 메일을 보내왔을 때 첨부 파일과 관련해 답신을 줘야 할 때가 있다. 이때 마크업을 이용한다. ‘답신(Reply)’을 클릭한 뒤 수신 메일에서 벗어나지 않고 첨부 이미지에 표시도 하고 메모도 할 수 있다. ‘이건 제가 원하는 디자인이 아니에요'. 이런 식. 멀티터치 트랙패드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메시지. 아이폰이 옆에 있다면 맥에서 단체(여러 사람)한테 맥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음성을 짧게 녹음해 보낼 수도 있고 사진을 첨부해 보낼 수도 있다. 상대방이 아이메시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이젠 걱정 없다. 아이폰으로 받는 SMS나 MMS도 맥 아이메시지 창에 나타난다. 그리고 모든 메시지는 맥, 아이폰, 아이패드에 똑같이 뜬다.
파인더. 어떤 파일이든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저장할 수 있고, 어떤 기기에서든 그 파일을 찾아볼 수 있다. 파인더에 있는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폴더를 만들어 파일을 저장할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는 파인더의 다른 폴더와 똑같이 작동한다.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 변경한 내용도 인터넷에 연결되면 동기화된다.
에어드롭(파일 공유 기능)이 좋아졌다. 맥과 iOS 기기(아이폰/패드) 간에도 에어드롭이 된다. (페더리기가 이 대목을 발표할 때 박수갈채가 쏟아짐. 애플 팬들이 간절히 원했던 기능이라는 뜻). 클릭 몇 번만 하면 맥에 있는 파일을 아이폰/패드로, 아이폰/패드에 있는 파일을 맥으로 쉽게 보낼 수 있다. 옆 방의 협업자에게 파일을 보내기가 편해졌다.
요세미티는 올 가을에 나온다. 맥 사용자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요세미티 베타는 올 여름에 프리뷰가 나온다. (예전처럼 발표 당일 OS X 업데이트 버전을 내려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번에는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바꾸느라 준비가 덜 된 모양입니다. 맥 신제품도 기대했는데, 이것 역시 올 가을 요세미티를 런칭할 때 나올 것 같습니다. 요세미티에 관한 정리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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