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7일 일요일

하드웨어 유니콘 18개 중 11개가 중국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관한 자료를 보다가 눈에 띈 스라이드 3장만 발췌해서 공유한다. 중국 선전에 있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핵스(HAX)가 만든 하드웨어 트렌드 2017 슬라이드 자료와 이에 관한 벤처비트 기사에 포함된 그래픽 한 장이다.


1) 하드웨어 유니콘 18개 중 11개가 중국 스타트업
하드웨어 유니콘이 18개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미국 스타트업이 6개, 프랑스 스타트업이 1개이고 나머지 11개는 중국 스타트업이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더니… 미국 하드웨어 유니콘 중에는 ‘조랑말'이란 혹평을 듣는 매직리프도 포함돼 있다. 중국 하드웨어 유니콘으로는 드론 세계 1위 기업인 DJI를 비롯해 전자제품 가격파괴를 주도해온 샤오미, 자전거 공유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킨 모바이크도 있다.


2) 산업용 로봇은 ‘아직은’ 일본이 지배한다
산업용 로봇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꽉 잡고 있다. 화낙, 야스카와, 가와사키 등등. 상위 9개 기업 중 1위 화낙, 2위 야스카와를 포함해 일본 기업이 7개나 된다. 나머지 2개는 스웨덴 ABB와 중국 쿠카다. 한국 공장에 도입된 산업용 로봇이 대부분 일본산이란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이 슬라이드를 유심히 보면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SO FAR’이다. ‘아직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지만… 그 다음은 뭔가? ‘언젠가는 중국 기업들이 잡게 될 것’이라는 말이 생략된 게 아닌가 싶다.


3) 한국은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도입한 나라
한국이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도입한 국가라고 한다. 직원 10,000명 당 531대나 된다. 2, 3위 일본 독일보다 월등히 많고, 4위 미국의 3배에 달하고, 중국의 10배가 넘는다. 로봇을 이렇게나 많이 도입했나? 싶다. 과정은 이해한다. 90년대 후반부터 노동운동이 확산되고 임금 인상 속도가 빨라지자 기업들은 ‘공장자동화'를 서둘렀다. ‘블루컬러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로봇으로 대체하는 공장이 늘었지 않나 싶다.


이 세 장의 슬라이드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하드웨어 유니콘은 중국이 가장 많고, 산업용 로봇은 일본이 가장 많이 만들고, 한국은… 하드웨어 유니콘은 커녕 하드웨어 스타트업 자체가 드문 실정이다. 열기가 약하다. 점자 스마트시계를 만든 닷(Dot)도 있고, N15을 비롯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들이 ‘하드웨어 르네상스'를 꿈꾸며 열심히 뛰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창업지원센터 디캠프(D.CAMP)를 거쳐간 직토, 엔씽, 이놈들연구소 등도 아직은 ‘데쓰밸리(Death Valley, 죽음의 계곡)’을 넘었다고 보긴 어렵다.


굳이 ‘하드웨어'로 국한해서 문제를 보고 싶진 않다. 좀체 유니콘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염려해야 하고, 유니콘이 나올 수 있게 제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투자자 짐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더이상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준비만 하는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맞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비법은 어디에도 없다. 한두 사람이 애쓴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스타트업 하나 제대로 키우려면 창업계가 모두 나서야 하고, 창업을 통해 산업경쟁력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요량이면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 부모는 자식을 공무원이나 의사, 판/검사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하고,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배출해야 하고, 공무원은 규제를 움켜쥐고 갑질하는 버릇을 바꿔야 하고... 말하자면 끝이 없다. 나부터 잘해야 하고 나만 잘하면 된다. 잘 되리라 믿는다. (끝)

2017년 8월 25일 금요일

디캠프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창업 캠프 (사진 8장)

디캠프(D.CAMP)가 24, 25일 이틀동안 KT&G 춘천 상상마당에서 창업 캠프를 열었습니다. 창업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보도자료를 사진과 함께 공유합니다.


디캠프, 입주 창업자 90여명과 1박2일 ‘창업 캠프’ 개최
선배 창업자와의 대화, VC들의 심야 토크 등 열기 후끈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등 특강…조별 토론 등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이사장 하영구)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KT&G 상상마당 춘천스테이에서 입주 스타트업 임직원 및 선배 창업자, 투자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1박2일 ‘디시전(D.CISION) 창업 캠프'를 열었다.


창업 캠프에는 디캠프에 입주해 있는 50여개 스타트업 대표와 디캠프를 거쳐간 선배 창업자, 본엔젤스 더벤처스 등 벤처캐피탈 투자자, 디캠프 직원 등 90여명이 참가했다.


24일 첫날은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가 ‘스타트업 조직문화' 특강으로 시작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조직이 커감에 따라 창업자의 고민이 달라진다", “창업자한테는 무엇보다 채용이 중요하다"며 채용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오후에는 ‘선배 창업자들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 비투링크(B2LINK) 이소형 대표, 노을 이동형 대표, 이학수 전 미소 공동창업자 등이 스타트업의 애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저녁에는 잔디광장에서 ‘투자자(VC)들과의 심야 토크'를 진행했다. 더벤처스 박영욱 디렉터, 카이스트창업투자 김승현 부장, 본엔젤스 윤종일 파트너, DSC인베스트먼트 신동원 수석팀장, 포스코기술투자 이규원 팀장 등이 토론에 참가했다.


둘째날인 25일에는 ‘힐링 세션', ‘VC와의 그룹 토크', ‘창업자들의 그룹 토크’, ‘브랜딩 특강' 등이 이어졌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이번 창업 캠프는 디캠프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에 대한 생각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창업 초심을 다지고 사업을 점검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2017년 8월 18일 금요일

마크 저커버그보다 대단한 40세 이하 젊은이는?

포춘이 2017년 ‘40 언더 40’을 발표했는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2위다. 세상에, ‘20억명의 제왕’이 2위라니? 그렇다면 1위는 누구일까? 마크롱이다. 지난 5월 취임한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출생일이 1977년 12월 21일이니까 40대가 되려면 아직 석 달 남았다. 포춘이 어떤 잣대로 순위를 정했는지는 모르겠다. 두 사람 모두 범접하기 어려운 대단한 젊은이다. 통찰력 있고 비전을 말할 줄 아는 엘리트…


마크롱이 저커버그보다 점수를 더 받은 차별점이나 강점은 도대체 뭘까? 두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함부로 말하진 않겠다.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마크롱은 철벽과도 같은 사회적 통념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인물인 것 같다. 마크롱은 고등학생 때 문학을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과 결혼했다. 스물네 살 나이차를 극복한 것도 놀랍고, 기혼자와 결혼한 것도 놀랍고… 이런 젊은이를 대통령으로 뽑은 프랑스 국민도 대단하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석달만에 지지율 반토막...)


2017년 ‘40 언더 40’ 3위가 누구인지도 봤다. 중국 디디추싱 창업자인 쳉 웨이다. 우버와 ‘조 단위 싸움’을 벌여 우버차이나를 인수해 버린 ‘울트라 슈퍼 간땡이'... 1983년생. 워낙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창업 4, 5년만에 500억 달러(57조원)짜리 기업을 일궈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디디추싱은 이제 중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 젊은이가 3위에 오른 것은 우연도 아니고 간과할 일도 아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어떤가. 2017년 ‘40 언더 40’에 한국인은 한 명도 없다. 아쉽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대한민국 젊은이들… 누굴 탓하겠는가. 똑똑하다는 젊은이들이 죄다 판검사 의사 되고, 고시 공시 통과해 공무원 되는 나라 아닌가. 우리 젊은이들을 ‘발톱 없는 호랑이'로 키운 어른들 잘못이 크다.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 탓이기도 하다. 얘기하자면 길지만,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게 사회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덧붙인다. 최근 27세 창업자가 디캠프 월례 데모데이 ‘디데이'에서 준우승해 디캠프에 입주했다. 독특한 선수다. 대학 중퇴하고 찜질방 생활… 책을 2만5천권 읽었다는 분을 만나 독서에 심취… 어느 날 벌떡 일어나 ‘브랜드 반찬 사업’을 하겠다며 백화점 담당자들을 만나기 시작… 설득 끝에 3대 백화점 진출, 디캠프 입주…. (어머니가 전통음식 전문가). 얘기를 듣는 동안 부끄러웠다. 꿈 꾸고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끝)



2017년 8월 11일 금요일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유니콘’ 됐다

비트코인 등 디지털 화폐 거래가 급팽창하고 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고 있는데, 디지털 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됐다. 코인베이스가 1억 달러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업가치는 16억 달러, 약 1조8300억원쯤 된다. 코인베이스가 시리즈 C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얼마 만큼 인정받았는지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비트코인 거래소가 유니콘이 됐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코인베이스 시리즈 D 투자는 IVP가 주도했고, 스파크 캐피탈, 그레이록 파트너스, 배터리 벤처스, 섹션 32, 디레이퍼 어소시에이츠 등이 새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 중에서도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와 안드리센 호로위츠 등이 시리즈 D에 참여했다.


코인베이스는 매출을 밝히지 않았다. 디지털 화폐 누적 거래액은 250억 달러 (약 28조 6000억원). 이 가운데 금년 상반기에 거래된 것만 150억 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상반기 거래액의 5배. (미국에서도 디지털 화폐 거래 “급팽창”). 코인베이스 고객은 900만이 넘는다. 디지털 화례 거래소는 코인베이스와 GDAX 둘이 있다.


최근 수개월 미국 벤처캐피털 사이에서는 디지털 화폐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ICO(Initial Coin Offering, 디지털 화폐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것)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도 급등했고, 디지털 화폐 분야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도 급증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키우는 인큐베이터도 등장했다. 슈퍼블룸(Superbloom), 사이언스 블록체인(Science Blockchain) 등등.


코인베이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화폐 세계가 급팽창하고 있다. 특히 최근 1년 반 사이에 그랬다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것 같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화폐를 거래하고 투자하고 사용한다. 디지털 화폐 거래량이 (전에는 늘었다 줄었다 했는데) 줄어들 것 같지 않다. 해마다 3배 내지 5배로 커질 것이다… 우리 미션은 전 세계가 사용하는 개방된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이번에 투자 받은 돈으로 엔지니어들을 더 채용하고 고객지원 팀도 보강할 계획이다. 최근 수개월 사이에 디지털 화폐 거래가 급증하면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고 고객 불만이 터지기도 했다. (이하 생략)



코인베이스는 2012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범한 스타트업으로 Y콤비네이터 보육 과정을 거쳤다. 한국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대표 유영석)은 1년 뒤인 2013년에 설립됐고,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디캠프(D.CAMP)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디지털 화폐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디지털 화폐, 과연 될까? 싶었는데, 갈수록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는 것 같다. (끝)

2017년 8월 9일 수요일

실리콘밸리는 이민자들이 주도하는데...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테크 기업 대부분을 ‘이민자’들이 설립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기업가치 세계 1위인 애플은 물론이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등이 모두 이민자 후손이나 이민자가 설립한 기업이다. 미국 이민자 테크 기업들의 가치가 3조 달러(약 3377조원)에 달한다는 기사도 나왔다. 기업가치 상위 25개 미국 테크 기업 중 거의 절반이 ‘이민자 기업’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몇 개만 예를 들자면…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영국계, 어머니는 캐나다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머니 나라인 캐나다로 가서 퀸스칼리지를 다녔고,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대학교에 편입해 물리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했다. 이어 서부에 있는 스탠포드 박사과정에 입학했으나 이틀만에 그만두고 집투(Zip2)를 설립했다. 이 집투를 매각한 돈으로 엑스닷컴(나중에 페이팔과 합병)을 설립했고, 이 회사를 매각할 때 받은 돈으로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테슬라, 솔라시티 등에 투자해 대주주가 됐다. 솔라시티를 테슬라에 합병해 현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저커버그는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계 유대인 후손으로 1984년 뉴욕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치과의사, 어머니는 정신과의사. 유대인으로 키워졌고 한때는 무신론자로 알려졌으나 올해 하버드 졸업연설에서 “종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4년 하버드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했고, 2012년 중국-베트남계 프리쉴라 첸과 결혼했다. 저커버그는 올해 초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조상에 대해 밝혔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출신이고, 프리쉴라의 부모님은 중국 베트남 이민자이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다. 우리는 이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는 1973년 미시간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미시간대 교수로 컴퓨터 사이언스와 인공지능 선구자였고, 어머니는 대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강사로 일했다. 어머니는 유대인. 어린 시절 컴퓨터, 과학기술 잡지가 뒹구는 집에서 자랐다. 열두 살 때 니콜라스 테슬라 전기를 읽고 울었다. 스탠포드 대학원 시절 구글 검색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를 개발했고 1998년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구글을 창업했다.


세르게이 브린은 1973년 소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수학자였는데 소련의 반 유대인 정책으로 인해 좋은 직장을 찾기 어려워 미국으로 이민했다. 세르게이가 여섯 살 때였다. 세르게이는 열일곱 살 때 아버지와 함께 모스크바를 방문했는데 그때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에서 탈출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세르게이는 아버지 할아버지처럼 수학을 공부했다. 스탠포드 박사과정 때 래리 페이지를 만나 구글을 공동창업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베조스는 1964년 뉴멕시코주 앨비커키에서 태어났다. 엄밀히 말하면 이민자 아들은 아니다. 베조스의 부모는 고등학생 때 ‘사고'를 쳐서 베조스를 임신했고 출산 직전에 결혼했다. 그때 아버지는 18세, 어머니는 17세였다. 이들은 결혼 17개월만에 이혼했다. 베조스의 어머니는 4년 후 쿠바 이민자 미구엘 베조스와 재혼했다. 미구엘은 15세 때 쿠바를 탈출한 이민자로 제프를 아들로 받아줬고 성씨를 베조스로 바꿔줬다. 베조스의 생부는 2013년까지도 아마존 창업자가 자기 아들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기자에게 “나는 좋은 애비도 아니었고 좋은 남편도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의 탄생 비화는 널리 알려졌다. 생부 존 잔달리는 시리아인이었고 아랍 무슬림이었다. 레바논 베이루트대학 다닐 때는 반정부 시위를 벌여 감옥형을 받기도 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던 중 스위스 독일계 후손인 캐롤 쉬블을 만났다. 동갑내기. 잔달리는 쉬블이 수강하는 과목의 조교였다. 쉬블은 혼전임신을 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잔달리와 결혼하지 못했고 아들을 낳자마자 입양 보냈다. 이 아들이 바로 스티브 잡스다. 양부는 폴 잡스, 양모는 이민자 후손인 클라라 해고피안. 잡스는 양부모에 대해 “그분들은 1000% 제 부모님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까지. 미국에는 이들 외에도 이민자 출신 테크 기업인이 수두룩하다. 새삼스럽게 이민자 출신 미국 테크 기업인들을 훑어본 데는 이유가 있다. 어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매우 심한 인종차별 글을 봤다.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같은 ‘거지 같은' 나라 유학생들을 왜 돈 줘 가면서 들여오느냐, ‘사회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박 댓글을 달았지만(참고), 우리의 인종차별이 너무 심하다. 이것 시정하지 않고는 “4차산업혁명" 백날 떠들어도 ‘존경받는 선진국’은 될 수 없다.


한두 해 전 스타트업 대표한테 들은 얘기다. 아주 유능한 베트남 엔지니어를 CTO로 영입했다. 삼성전자가 애지중지했던 엔지니어다. 국제수학경진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던 천재, 한국 학생(현재 서울대 수학과 교수)이 2등 할 때 1등 했던 천재. 이 엔지니어를 영입한 뒤 매우 만족했는데 어느날 “한국 떠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단다. 초등학생 아이가 학교에서 너무 놀림을 당해 견딜 수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웃 중국이 강국으로 떠오르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 소수정예로 날카롭게 치고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게 하려면 국적 따지지 말고 우수한 인재들이 베이징이나 상하이 대신 서울로 몰리게 해야 하고, 이들이 창업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코스닥에 상장하게 해야 할 텐데… 인종차별하는 나라로 인재들이 몰릴까. 제발 그러지 말자. 트럼프한테 욕하지 말고 우리부터 그런 짓 하지 말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