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디지털 신문인 한경+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겨 싣습니다.)
오늘은 인력관리(HR)에 관해 짧은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지난 27일 아침 서울 삼성동 앤(&)스페이스에서는 ‘굿인터넷클럽50’ 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실리콘밸리 한국인 모임 ‘베이에어리어 K그룹’을 이끄는 윤종영 회장이 발표를 했고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은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이 맡았습니다.
제가 들은 얘기의 핵심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우수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대기업 다니는 우수 엔지니어나 특출한 잠재력을 지닌 대학생도 채용 담당자 눈에 띄면 데려간다, 한국 대기업들이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우수 인재를 뺏길 수 있다. 이런 얘기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최근 귀국한 임 센터장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용 부분은 녹취한 게 아니고 제 기억으로 복원한 것이라서 다소 틀릴 수 있습니다.)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과정 밟고 있는 학생이 최근 페이스북에 채용됐습니다. 미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입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우리 회사로 오지 않을래?’ 하길래 ‘구글한테도 제안 받았다'고 했더니 ‘셔릴 샌버그(페이스북 COO)랑 인터뷰 하게 해 줄께', 하더래요. 정말로 샌버그한테 전화가 왔는데, ‘우리 회사로 오라"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학생은 페이스북에 입사하기로 했습니다."
의외였습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이 국내에서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단번에 실리콘밸리 기업에 들어가다니. 그것도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 물론 하나의 사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임 센터장이 말한 다음 얘기를 들으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실리콘밸리와 한국이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젠 인재확보 전쟁을 벌여야 할 겁니다. 산호세 인근 한국교회에 가면 80%가 엔지니어입니다. 한국 기업 다니다가 온 사람, 한국에서 학위 마치고 바로 온 사람… 바로 퀄컴 들어가고, 인텔 들어가고… 이런 사람 꽤 많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경우는 없었죠. 실리콘밸리 HR 담당자들은 이제는 (한국 엔지니어는) 그냥 데려가도 통할 정도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도 엔지니어들한테 잘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들이 데려갑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엔지니어들한테 잘해주는 건 그렇게 안하면 뺏기기 때문이죠. 한국 기업들은 (엔지니어들을 대하는) 기업문화부터 바꿔야 합니다."
임 센터장 얘기를 듣고 윤 회장한테 보충설명을 부탁했습니다. 윤 회장 답변입니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선 프로그래머 찾느라 난리입니다. 구글이 데려가고, 페이스북이 빼가고… 서로 빼가고 빼오죠. 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임금이 가장 높은데, 입에 담기 힘들 정도입니다. 5, 6년차 개발자 기본 연봉이 20만 달러… 엔지니어들은 오퍼를 받으면 어떻게 협상할까 궁리를 하는데, 넷플릭스 들어간 사람들은 오퍼 받는 순간 아무 생각을 안하게 된답니다. 예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죠. 정말 사람(프로그래머 등 엔지니어) 없어서 난리입니다. 한국은 이민법 때문에 (채용이 확정돼도)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있는데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업은 우수 인재라면 기다려 줍니다."
윤 회장은 사원 추천 채용과 최근 애플에 입사한 한국 대학생 얘기도 들려줬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사원이 우수 인재를 데려오면 5천 달러 이상 줍니다. 왜 그러냐 하면 리크루팅 회사를 쓰면 연봉의 10%를 줘야 하거든요. 그러니 사원이 인재를 데려오면 채용비용이 훨씬 적게 들죠. 그래서 (실리콘밸리에 먼저 진출한 선후배나 동료가) 능력만 되면 (고국에서) 데려가려고 합니다.” … “홍익대 미대 졸업반 학생이 자기가 만든 디자인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 디자인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보고 자기 블로그에 소개했습니다. 이 블로그를 보고 애플과 에어비앤비가 이 학생한테 인터뷰 하자고 했고, 그래서 미국 가서 인터뷰 했고, 애플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윤 회장이나 임 센터장 얘기는 국내 테크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고 봅니다. 윤 회장은 시스템통합(SI) 업체 엔지니어들의 처우 문제도 얘기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SI업체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페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요.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로 대변되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우수 인재를 실리콘밸리에 뺏길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기도 나왔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내가 왜 삼성 들어가냐?’는 얘기도 듣는다”는.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입사하면 부러워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선호 기업이 아니라는 겁니다. 기업문화가 다르고, 일 많이 시키고, 페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실리콘밸리의 인재 확보 “전쟁" 얘기나 “내가 왜 삼성 들어가냐?”는 얘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 실리콘밸리 인건비 거품이 심한 건 아닌가, (2) 국가 간 인력 이동에는 제약이 많아 제한적일 것이다, (3) 그래도 국가 간 장벽이 좀더 낮아지고 서로 영향을 받게 되지 않겠나, (4) 그렇잖아도 엔지니어 인력 풀이 작은 한국의 경우엔 약간의 인력 유출만으로도 꽤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런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광파리]
오늘은 인력관리(HR)에 관해 짧은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지난 27일 아침 서울 삼성동 앤(&)스페이스에서는 ‘굿인터넷클럽50’ 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실리콘밸리 한국인 모임 ‘베이에어리어 K그룹’을 이끄는 윤종영 회장이 발표를 했고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은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이 맡았습니다.
제가 들은 얘기의 핵심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우수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대기업 다니는 우수 엔지니어나 특출한 잠재력을 지닌 대학생도 채용 담당자 눈에 띄면 데려간다, 한국 대기업들이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우수 인재를 뺏길 수 있다. 이런 얘기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최근 귀국한 임 센터장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용 부분은 녹취한 게 아니고 제 기억으로 복원한 것이라서 다소 틀릴 수 있습니다.)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과정 밟고 있는 학생이 최근 페이스북에 채용됐습니다. 미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입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우리 회사로 오지 않을래?’ 하길래 ‘구글한테도 제안 받았다'고 했더니 ‘셔릴 샌버그(페이스북 COO)랑 인터뷰 하게 해 줄께', 하더래요. 정말로 샌버그한테 전화가 왔는데, ‘우리 회사로 오라"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학생은 페이스북에 입사하기로 했습니다."
의외였습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이 국내에서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단번에 실리콘밸리 기업에 들어가다니. 그것도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 물론 하나의 사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임 센터장이 말한 다음 얘기를 들으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실리콘밸리와 한국이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이젠 인재확보 전쟁을 벌여야 할 겁니다. 산호세 인근 한국교회에 가면 80%가 엔지니어입니다. 한국 기업 다니다가 온 사람, 한국에서 학위 마치고 바로 온 사람… 바로 퀄컴 들어가고, 인텔 들어가고… 이런 사람 꽤 많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경우는 없었죠. 실리콘밸리 HR 담당자들은 이제는 (한국 엔지니어는) 그냥 데려가도 통할 정도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기업도 엔지니어들한테 잘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들이 데려갑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엔지니어들한테 잘해주는 건 그렇게 안하면 뺏기기 때문이죠. 한국 기업들은 (엔지니어들을 대하는) 기업문화부터 바꿔야 합니다."
임 센터장 얘기를 듣고 윤 회장한테 보충설명을 부탁했습니다. 윤 회장 답변입니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선 프로그래머 찾느라 난리입니다. 구글이 데려가고, 페이스북이 빼가고… 서로 빼가고 빼오죠. 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임금이 가장 높은데, 입에 담기 힘들 정도입니다. 5, 6년차 개발자 기본 연봉이 20만 달러… 엔지니어들은 오퍼를 받으면 어떻게 협상할까 궁리를 하는데, 넷플릭스 들어간 사람들은 오퍼 받는 순간 아무 생각을 안하게 된답니다. 예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죠. 정말 사람(프로그래머 등 엔지니어) 없어서 난리입니다. 한국은 이민법 때문에 (채용이 확정돼도)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있는데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업은 우수 인재라면 기다려 줍니다."
윤 회장은 사원 추천 채용과 최근 애플에 입사한 한국 대학생 얘기도 들려줬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사원이 우수 인재를 데려오면 5천 달러 이상 줍니다. 왜 그러냐 하면 리크루팅 회사를 쓰면 연봉의 10%를 줘야 하거든요. 그러니 사원이 인재를 데려오면 채용비용이 훨씬 적게 들죠. 그래서 (실리콘밸리에 먼저 진출한 선후배나 동료가) 능력만 되면 (고국에서) 데려가려고 합니다.” … “홍익대 미대 졸업반 학생이 자기가 만든 디자인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 디자인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보고 자기 블로그에 소개했습니다. 이 블로그를 보고 애플과 에어비앤비가 이 학생한테 인터뷰 하자고 했고, 그래서 미국 가서 인터뷰 했고, 애플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윤 회장이나 임 센터장 얘기는 국내 테크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고 봅니다. 윤 회장은 시스템통합(SI) 업체 엔지니어들의 처우 문제도 얘기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SI업체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페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요.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로 대변되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우수 인재를 실리콘밸리에 뺏길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기도 나왔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내가 왜 삼성 들어가냐?’는 얘기도 듣는다”는.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입사하면 부러워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선호 기업이 아니라는 겁니다. 기업문화가 다르고, 일 많이 시키고, 페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실리콘밸리의 인재 확보 “전쟁" 얘기나 “내가 왜 삼성 들어가냐?”는 얘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 실리콘밸리 인건비 거품이 심한 건 아닌가, (2) 국가 간 인력 이동에는 제약이 많아 제한적일 것이다, (3) 그래도 국가 간 장벽이 좀더 낮아지고 서로 영향을 받게 되지 않겠나, (4) 그렇잖아도 엔지니어 인력 풀이 작은 한국의 경우엔 약간의 인력 유출만으로도 꽤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런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