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혁명을 해야 한다.”
“라이센시에서 라이센서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사회가 함께 달라져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행착오에 대해 ‘괜찮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산업공학과) 강연을 들었다.
한국성장금융 주최 ‘2017 모험투자 포럼',
8일 오후 서울 강남 디캠프(D.CAMP)에서 열렸다.
이 교수의 강연 내용 중 몇 대목만 소개한다.
한국 산업계는 개념 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누군가는 설계도를 만들고 누군가는 실행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그동안 ‘라이센시’였다.
기술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설계도를 그리면
우리는 그걸 잘 실행해서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 관문은 ‘라이센서’로 탈바꿈하는 일이다.
그동안 1단 로켓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2단 로켓으로 글로벌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아직 개념 설계를 할 줄 모른다.
왜 못하는가? 스케일업을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갖고 스케일업을 해야 개념 설계가 나온다.
아이디어 다음엔 스케일업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신사업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큰 기업에서 왜 신사업이 안 나오느냐?
리더들이 아이디어 찾는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스케일업으로 버텨야 하는데 아이디어를 찾는다.
아이디어 짜내려고 워크숍도 가는데 방향이 잘못 됐다.
대개 아이디어 결제권자와 스케일업 결제권자가 다르다.
그런데 스케일업 분야에서 (실행) 사인이 안 나온다.
그러다 보니 자꾸 엽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 혁명이 아니라
스케일업 혁명이다.
스케일업으로 버텨나가는데 금융이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는 로켓 공학자가 아니다. 그런데 만들었다.
없는 것을 만들어냈다. 13년 간 시행착오 겪으며 버텼다.
우리 사회가 젊은 친구들이 도전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대학이든 연구소든 반성해야 한다.
From Licensee to Licensor.
라이센서로 껍질 벗기 직전에는 진통이 따른다.
우리 경제가 지금 껍질을 벗고 탈피하는 중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이 고수가 돼야 한다.
개념 설계를 할 수 있으려면 오타쿠가 많아져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오타쿠가 돼야 한다.
조직도 달라져야 한다.
핵심 부품은 설계하지 말고 미국 설계 받아와라, 하면
엔지니어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느냐.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발주 측 엔지니어한테 물어봤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기회를 두세 번 줬는데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고.
그래서 해당 업체한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담당자가 퇴사해서"라고 하더라. 이건 조직이 아니다.
실수를 겪더라도 경험이 쌓여야 조직이 강해진다.
그런데 조직이 기억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조직이 개념 설계를 하지 못한다.
라이선시일 때는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라이센서로 가려면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
기록을 해야 조직이 고수가 된다.
우리 사회가 시행착오에 대해 열려 있으려면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무인기 만들다가 실패했는데,
시제품 제작비 67억원을 엔지니어 5명한테 배상하라고 했다.
엔지니어 한 사람당 13억4천만원.
젊은 엔지니어한테 이런 거액의 돈이 어디 있겠냐?
이 뉴스를 접한 서울공대 대학원생들이 이렇게 말하더라.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공공부문이 우리 사회에 어떤 시그널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용인해 줘야 한다.
우리 사회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건강한 시행착오는 괜찮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끝)